경제

유럽의 뒤바뀐 운명: 성장하는 남부, 정체된 북부

독일 경제가 정체되는 가운데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에서 나타나는 미약한 성장세가 유로존에 반가운 소식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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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으로 붐비는 그리스의 산토리니. /사진=로이터/뉴스1

2025.01.31 15:55

Financia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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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유럽 남부가 뜨겁습니다. 오랫동안 유럽 경제를 이끌어왔던 독일 경제는 계속 해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데, 스페인, 그리스 등 유럽에서 '병자' 취급 받던 나라들이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가 2010년 그리스 재정위기를 필두로 유로존 경제위기로 이어졌고, 특히 남부 유럽 국가들이 한국의 이른바 'IMF 위기' 같은 경제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리스는 EU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고 그 댓가로 구조개혁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저변효과' 때문인지 현재 유럽 남부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의 역량을 갖추게 되었는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예컨대, 그리스는 아직 관광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습니다. 전체 GDP에 20% 정도입니다. 그리고, 스페인은 전기가격이 낮아져 전기를 많이 먹는 기업들이 대거 들어왔다고 하는데, 이것이 고용으로 어느 정도 연결될지도 의문입니다.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들은 고용 창출을 적게 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재정지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했습니다. 유럽 남부의 경제성장을 심층 보도한 파이낸셜타임스(FT) 1월 14일자 기사를 봐도 아직까지는 탄탄하게 지속적 성장을 할 구조를 갖췄다는 느낌을 못 받게 됩니다. 한때 '피그스'(PIIGS)라며 '돼지(pigs)'를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북유럽 이웃들에게 놀림을 받아왔던 유럽 남부 국가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계속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10년 넘는 혼란1을 견뎌낸 그리스 호텔 경영자 이아니스 렛소스는 이제 어떤 어려움도 버틸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믿는다. 아테네 기반의 럭셔리 호텔 그룹 '엘렉트라 호텔 & 리조트'의 최고경영자인 그는 "나는 위기를 다루기에 최적인 사람"이라고 자평한다.


렛소스는 자신을 '잃어버린 세대'에 속한 그리스 기업인으로 본다. 유로존 채무위기(2010~2015년) 이후 선진국에서 가장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으며 야망이 좌절된 이들이다. "방어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며 "더 이상 꿈을 꾸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팬데믹이 끝난 후, 렛소스와 동료들은 전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갑작스럽게 지역 경제가 예상치 못한 호황을 맞이한 것이다.


이는 한때 극심한 부채 위기로 유로존 붕괴 위기까지 불러왔던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마찬가지다. 약 15년이 지난 지금, 과거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라는 오명을 썼던 이들 국가의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유럽의 남부 '주변부' 국가들이 이제는 독일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로존, 독일, 프랑스, 주변부(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의 연평균 GDP 성장률 비교. /그래픽=Financial Times

유럽의 남부 '주변부' 국가들이 이제는 독일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로존, 독일, 프랑스, 주변부(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의 연평균 GDP 성장률 비교. /그래픽=Financial Times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제 위기에서 가장 먼저 벗어났던 아일랜드에 이어, 최근 유럽 경제 성장의 중심축이 된 것은 과거 경제난을 겪었던 이들 국가다. 과거 부진했던 '주변부' 국가들이 벨기에,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그리고 '중심부'인 독일 등 기존의 경제강국들을 제치고 주목받고 있다.


팬데믹 이전 15년간 독일의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5%였던 반면, 남유럽 4개국(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은 평균 0.3% 성장에 그쳤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이들 국가의 연평균 성장률은 1.3%로 상승하며, 팬데믹 초기에 비해 경제 규모가 평균 6% 가까이 확대됐다. 반면,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은 지난 4년 동안 경제 활동이 전혀 증가하지 않았으며, 독일 분데스방크(중앙은행)는 이 정체가 2025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스페인과 그리스가 2.3%, 포르투갈이 1.9%, 이탈리아가 1%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거시경제를 전망하는 컨설팅회사 '글로벌데이터 TS 롬바드'의 이코노미스트 다비데 오네글리아는 이러한 남유럽의 긍정적인 흐름이 "현재 비관적인 유로존 전망 속에서 몇 안 되는 희망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한다.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에 덜 노출된 지중해 국가들은 금리 인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여전히 대규모 EU 기금 지원의 혜택도 받고 있다. 오네글리아는 이러한 요인이 남유럽의 강한 성장세를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남유럽은 서비스업 의존도가 높고, 자동차 및 화학 산업 중심의 독일과 같은 '중심부' 국가들보다 제조업 의존도가 낮다.

여기에 관광 산업도 경제 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억눌렸던 여행 수요와 높은 저축률 덕분에 관광 수입이 급증했다. 2024년 현재 스페인과 그리스의 관광객 유입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그리스 유로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타소스 아나스타사토스는 "관광업은 경제 전반에 걸쳐 깊이 영향을 미친다"며, 관광업이 현지 노동력과 생산품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임을 강조했다. 그는 간접적인 경제 효과까지 포함하면 관광업이 그리스 GDP의 최소 2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중해 연안 유로존 국가들은―특히 이탈리아와 그리스― 여전히 높은 정부 부채, 경직된 노동시장, 과도한 규제, 그리고 급속히 고령화하는 노동력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관광 산업의 급성장 또한 일부 인기 지역에서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성장세가 장기적인 변화의 신호인지, 아니면 단기적인 추세 이탈에 불과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요르크 크래머는 "남유럽 국가들의 평균 이상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회의적"이라며,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반면, 씨티은행의 유로존 담당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티안 슐츠는 "남유럽 국가들의 높은 성장률은 실제 경제 여건이 개선된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는 수년간 낮은 임금 및 물가 상승률과 노동시장 개혁 등을 언급하며, "(유로존을 만든) 통화 동맹 초기 10년간 존재했던 30% 수준의 '단위 노동 비용' 열세가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슐츠는 이러한 이유로 현재의 남유럽 성장세가 단순히 독일 경제 부진의 반사 효과가 아니라 더 깊은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한다.


한때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았던 남유럽 국가들이 이제는 오히려 유럽 경제의 '안정축'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이 미국에 비해 성장과 경쟁력 면에서 뒤처지고 있는 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남유럽 경제의 새로운 도약은 유럽연합(EU)의 정책적 지원과도 직결된다. 팬데믹 당시 EU가 채권 발행을 통해 추진한 8000억 유로(약 1200조원)규모의 인프라 투자 프로그램인 '넥스트제너레이션EU'(NextGenerationEU)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국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 개혁을 약속하는 대가로 교통 및 디지털 인프라, 친환경 에너지,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투자를 지원받고 있다.


ECB(유럽중앙은행)에 따르면,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가 이 기금의 주요 수혜국이다. 이들 4개국이 유로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에 불과하지만, '넥스트제너레이션EU' 전체 자금의 78%를 배정받을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약 250억 유로(약 38조원)가 철도망 현대화에 투입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북부 지역에 비해 교통이 현저히 낙후된 남부 지역의 고속철도 노선 신설 계획도 포함돼 있다. '넥스트제너레이션EU'는 현재 2026년 중반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유럽 남부 4국은 넥스트제너레이션EU 사업의 주된 수혜국이다. /그래픽=Financial Times

유럽 남부 4국은 넥스트제너레이션EU 사업의 주된 수혜국이다. /그래픽=Financial Times


수십억 유로 규모의 인프라 투자는 전통적으로 일자리 부족에 시달려온 지역에 절실한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일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로마에 기반을 둔 엔지니어링 기업 위빌드(WeBuild)는 숙련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관련 기술을 교육하는 특별 훈련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기금을 확보하기 위해 이탈리아는 공공행정 및 사법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했다. 절차와 의사결정 과정을 간소화하고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개선해 효율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 이아니스 스투르나라스는 EU가 요구한 구조 개혁이 돈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 개혁이 시행되면 국가의 핵심 기능이 개선될 것이다. 관료주의와 비효율성을 줄이고 사법시스템을 정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 중앙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만으로도 2040년까지 GDP를 최대 1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스투르나라스는 이를 "매우 크고도 유일한 기회"라고 평가한다.



과거 채무 위기에 처했던 국가들 중 최근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스페인이다. 2024년 스페인 GDP는 3.1% 성장했으며, 스페인 중앙은행은 올해 2.5%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풍력 및 태양광 발전 투자 확대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정보를 추적하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데이터베이스인 'fDi 마켓'에 따르면, 스페인은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330억 달러(약 48조 원) 규모의 해외 직접 투자를 유치해 2023년 한 해 동안 받은 금액과 맞먹는 수준을 기록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같은 기간 54개 신규 프로젝트가 진행돼,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했다. 2023년에는 미국과 공동 1위(77개 프로젝트)를 기록한 바 있다.


스페인 전력망 운영사 '레드 엘렉트리카'(Red Eléctrica)에 따르면, 2024년 신재생에너지는 전체 전력 생산의 56%를 차지했다. 이는 2년 연속 화석연료 및 원자력 발전을 넘어선 기록이다. 스페인은 풍부한 일조량과 강한 바람, 상대적으로 인구 밀도가 낮은 광활한 국토라는 천연적 강점을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스페인의 전기 요금은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보다 낮아졌으며, 이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아마존 웹 서비스'(AWS)는 스페인 내 기존 데이터 센터를 확장하기 위해 160억 유로(약 23조 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마드리드에 본사를 둔 모에베(Moeve, 구 Ceps, 현재 UAE 국부펀드와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이 소유)도 30억 유로(약 4조 원) 이상을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의 수소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계획이다.


모에베의 대표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는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스페인 남부 우엘바 주에 건설될 그린 수소 플랜트다. 이 시설은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친환경 수소를 생산하며, 인근 화학 공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공급처에는 이소프로필 알코올을 생산하는 모에베의 공장도 포함된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남유럽은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모에베 CEO 마르텐 베첼라르는 과거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기업들이 "천연가스 가격이 가장 저렴했던 북독일과 네덜란드를 선택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는 "산업이 결국 친환경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가장 저렴한 친환경 에너지가 생산되는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남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유력한 후보지라고 지목했다.


모에베의 수소 플랜트 건설은 올해 상반기 착공 예정이지만, 이미 프로젝트 자금이 현지 경제로 유입되면서 설계, 엔지니어링, 건설 기업들의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 산업 서비스 그룹 마사(Masa)는 모에베의 이소프로필 알코올 공장 건설을 위한 525톤 규모의 구조용 금속 및 1486미터 길이의 배관 설치 계약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안달루시아 지방정부 산업 고문 호르헤 파라델라는 "경쟁력 있는 가격의 청정에너지는 안달루시아 산업 발전에 있어 엄청난 기회"라며, 모에베의 수소 부문 투자만으로 1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경제 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 문제가 곧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빈자리를 채울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스페인은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의존하고 있다. 스페인 저축은행재단(Funcas)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스페인 노동시장에는 70만 명의 노동 연령 이민자가 유입됐다. 이들 상당수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중남미 출신이다.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민의 중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하는 몇 안 되는 EU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10월 "스페인에는 15만 개의 일자리가 비어 있다"며, "노동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유럽은 이민에 대해 긍정적인 담론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유럽 국가들의 성장세에 대해 많은 경제학자들은 기대감을 보이지만, 일부 회의론자들은 현재의 호황이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기 부양책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팬데믹 이후 정부가 대규모 보조금을 제공하면서 주택 개보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를 '슈퍼보너스(Superbonus) 제도'라고 부른다.


이 제도에 따라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에너지 효율 개선 공사를 진행한 주택 소유주는 공사비용의 110%를 세금에서 공제받을 수 있었다. 이탈리아 정부가 발표한 추정치에 따르면, '슈퍼보너스' 제도는 도입 이후 총 2200억 유로(약 330조 원)의 재정을 소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설 부문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부정 행위를 조장하고, 공공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주었으며, 과도한 지출을 초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2010년대 경제위기를 맞았던 국가들이 팬데믹 이후 유로존의 성장 회복을 견인했다. /그래픽=Financial Times

2010년대 경제위기를 맞았던 국가들이 팬데믹 이후 유로존의 성장 회복을 견인했다. /그래픽=Financial Times


이탈리아 재무부 고위 관료 출신 경제학자 로렌초 코도뇨는 "이탈리아는 엄청난 금액을 쏟아부었지만, 성장 측면에서 그 효과는 미미했다"고 평가한다. 그는 '슈퍼보너스' 제도가 인위적으로 건설 산업을 부풀렸으며, 원래 추진될 예정이었던 다른 많은 프로젝트를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코도뇨는 이를 "끔찍한 유산"이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주요 우려는 독일 산업의 위기가 남유럽 경제에 연쇄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북부의 산업 중심지에는 독일 브랜드에 부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들이 집중돼 있다.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의 짧았던 총리 재임 중 그의 경제보좌관이었던 프란체스코 지아바치는 "이탈리아는 독일 자동차 산업의 수요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며, "독일 자동차 산업이 몰락한다면, 이는 이탈리아 제조업에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스의 경우, 몇 년간 성장세를 이어왔음에도 실질 경제 생산량이 아직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정점 대비 20%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임금과 연금 역시 위기 이전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아테네의 평균 월급은 생활비보다 22% 부족한 실정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리스인들의 빈곤 인식이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의 67%가 자신을 '빈곤층'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경제 분석가들은 그리스에서 '워킹 푸어(working poor, 취업은 했는데 빈곤한 사람들)' 계층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아테네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주거비 급등으로 인해 정규직을 가진 노동자들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스에는 대학 및 대학원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많지만, 경제가 아직 충분한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만큼 두텁지 않다." 그리스 유로뱅크의 타소스 아나스타사토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그런데도 그리스 경제는 너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기업들은 점점 더 구인난(求人難)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유럽 전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포르투갈에서는 젊은 인재들이 더 부유한 유럽 국가로 빠져나가는 '두뇌 유출' 현상이 심화되며 노동력 부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에 보수 성향의 포르투갈 정부는 세금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통해 이들을 다시 불러들이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특히 건설업이 인력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아테네에 본사가 있는 건설회사 스텝시스(Stepsis)의 경영 파트너 오레스테스 콘스탄티누는 "그리스 섬 지역에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악몽 같은 상황"이라며 인력 부족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관광지에서는 비숙련 건설 노동자의 일당이 수도 아테네보다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우리는 아테네에서 섬들로 노동력을 수송해야 합니다." 스텝시스의 오레스테스 콘스탄티누는 이렇게 말하며, "몇 년 전만 해도 30년 경력을 가진 기술자가 받던 수준의 일당을 이제 비숙련 노동자들이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요가 폭증하면서 공급망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오레스테스 콘스탄티누는 "오늘 건설 자재를 주문하면 한 달 내로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6개월이 걸린다"며 "완전한 혼란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리스 전역에서 고급 호텔 여섯 곳을 운영하는 호텔리어 이아니스 렛소스 역시 관광 산업에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그리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국제 럭셔리 호텔 체인들이 렛소스의 숙련된 직원들을 빼가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즉흥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현재도 새로운 호텔 건설을 계속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일곱 번째 호텔을 짓고 있다.


그러나 그는 과거 경제위기의 깊은 상처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그리고 그리스의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들을 고려할 때 "하루아침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1888년 창간된 영국의 대표적인 일간 경제지. 특유의 분홍빛 종이가 트레이드마크로 웹사이트도 같은 색상을 배경으로 쓰고 있을 정도입니다. 중도 자유주의 성향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지식을 갖고 있는 화이트 칼라 계층이 주 독자층입니다. 2015년 일본의 닛케이(일본경제신문)가 인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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