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란드에서 중국 저장성으로 향하는 화물열차. /사진=로이터/뉴스1
2025.04.18 15:01
중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두고 "등을 맞대고,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협력을 말한다. 그러나 유럽으로의 대규모 수출의 안전에 관한 우려가 있을 때, 중화인민공화국은 이 '최고의 친구'에게 의존하지 않는 편을 택한다.
2024년 12월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통과하여 러시아를 우회하면서 중국을 유럽과 더 긴밀하게 연결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철도 공사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지도 참조).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미국 내 중국의 시장을 압박할 경우 이 연결은 중국에게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중국은 이미 미국보다 유럽연합(EU)에 더 많이 물건을 팔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홍해까지 펼쳐져 진행된 각종 위기들은 더 잘 연결된 글로벌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중국 계획의 핵심에 타격을 주었고, 중국은 이제 무역 경로를 재구성해야 할 판이다. 이 철도가 예를 들어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의 전쟁에서 도움이 될지는 더 의심스럽다.

일부 중국-유럽 철도 노선도. 주황색 실선이 기존 '중앙 회랑' 노선이며 붉은 점선이 최근 제안된 신설 노선이다. /그래픽=The Economist
새 철도 노선 건설에 대한 논의는 30년 전에 시작되었다. 그러나 노선 완성의 결심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에야 확고해졌다. 그 이전에는 중국의 주요 유럽 철도 노선은 러시아를 통과했으며 종종 카자흐스탄을 경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경로를 까다롭게 만들었다. 안전 문제와 늘어나는 보험 비용에 우려를 느낀 유럽 운송업체들이 이를 피하기 시작했다. 제재는 러시아의 자국 영토 내 노선 유지보수 능력을 타격했고 이동 시간은 더 길어졌다.
러시아를 통과하는 경로를 피하려는 화물 회사들은 '트랜스-카스피안trans-Caspian' 또는 남부 경로라고도 알려진 "중앙 회랑Middle Corridor"을 따라 카스피해의 카자흐스탄 항구로 경로를 바꿨다. 중국의 철도망을 키르기스스탄 및 우즈베키스탄의 철도망과 연결하면 유럽으로 가는 또 다른, 심지어 더 짧은 중앙 회랑 경로를 제공할 것이다. 2024년 6월에 중국은 이들 국가와 520km 길이의 노선을 추진하는 방법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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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러시아를 냉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러시아를 시진핑이 중국 지도자가 된 지 1년 후인 2013년에 시작한 글로벌 인프라 구축 '일대일로' 계획의 핵심 구성 요소로 본다. 일대일로 추진의 한 가지 동기는 안보상의 이유로 중앙아시아 및 러시아와의 철도 연결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미국과의 전쟁 시 에너지와 원자재를 공급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제 중앙 회랑에 대한 중국의 열의는 무역이 주도한다. 흔들리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수출을 증진해야 한다.
러시아를 통과하는 경로는 러시아 무기 제조업체를 위한 기계류 등 중국 상품의 중요한 수출 동맥으로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이 급증한 반면 중국과 유럽 간 철도 무역은 흔들렸다(차트1 참조). 그러나 유럽행 대안 철도 노선은 시간에 민감한 상품을 위한 유럽대륙 시장으로의 더 빠른 접근, 이 철도노선을 끼고 있는 국가들에 대한 중국 영향력 증대, 그리고 더욱 탄력적인 잠재적 공급선을 제공한다.

중국의 철도 화물 물동량. /그래픽=The Economist
2023년 말부터, 중국-유럽 간 무역의 중요한 통로인 홍해에서 후티 무장세력이 선박들을 공격하면서 중국의 무역경로 다변화 욕구는 증대됐다. "후티 공격은 해상 경로가 여전히 위험하다는 걸 중국에 보여줬죠." 독립 연구 단체인 차이나 글로벌 사우스 프로젝트의 유니스 샤리플리가 말했다. 열차는 결코 선박을 대체할 수 없으며, 선박 하나는 열차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컨테이너를 운반할 수 있다. 여전히 대부분의 상품의 경우 해상 운송이 훨씬 저렴하다. 일부 선박들은 희망봉을 돌아가면서 미사일이나 드론 공격의 위험을 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리스크를 분산하고 싶어한다.
새 철로를 건설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릴 것이다. (키르기스스탄은 중국이 23억5000만 달러(3조4000억 원)의 대출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그 동안, 중국과 다른 국가들—러시아는 제외—은 중앙 회랑의 다른 개선사항들에 대해 작업해 왔다.
중앙 회랑은 중국과 유럽 사이의 보다 단축된 경로를 제공하지만 이동시간은 더 오래 걸린다. 더 많은 국경을 통과해야 한다. 컨테이너를 선박에 실어야 하는 카스피해, 그리고 흑해도 건너야 할 수도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은 이 경로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해 왔다.
이 사안은 2023년 중국 시안에서 열린 첫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담에서 두드러지게 다뤄졌다. "중앙 회랑은 더 이상 단순한 보조 선택지가 아니라 점차 주요 운송 채널이 되고 있다." 국가안전부 산하의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이 작년에 발행한 저널에서 란저우 대학의 두 학자는 이렇게 썼다. 그들은 2022년 이후 중앙 회랑의 "전략적 지위"가 "눈에 띄게" 성장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앙 회랑은 여전히 "35% 더 비싸다"고 독일 물류 회사인 레누스의 이스탄불 관리 이사인 코르잔 투굴이 말했지만, 점점 더 많은 중국-유럽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카스피해에서의 항만 개선, 아제르바이잔과 터키 사이의 경로 업그레이드, 더 빠른 세관 절차가 이동시간을 38~53일에서 18~23일로 단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중국 학자들은 말한다. 그것은 여전히 러시아 관통 경로보다 길지만(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14일 미만) 이전보다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 바다를 통한 여정은 약 한 달이 걸린다.

중앙 회랑 물동량 변화. /그래픽=The Economist
2021년과 2024년 사이에 카스피해 경로로 보내진 국제 화물의 연간 물량은 5만5000 TEU(컨테이너 크기의 표준 측정 단위)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차트2 참조). 초대형 컨테이너선 두세 대면 충분히 운반할 수 있는 물량이다. 그러나 모든 경로를 통한 철도 기반 중국-유럽 무역의 가치는 크다. 중국 데이터에 따르면 철도 기반 중국-유럽 무역액은 2016년 80억 달러(11조6000억원)에서 2023년 570억 달러(82조6500억원)로 성장했다. 작년 중국-EU 총 무역액은 5180억 유로(824조원)에 달했다.
병목 현상은 여전히 남아있다. 하나는 선박 부족을 겪는 카스피해에 있다. 이란을 경유하면 카스피해를 우회할 수 있지만 러시아에서와 같은 정치적 위험이 뒤따를 것이다. 터키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경로를 제공하지만 터키의 인프라는 대량의 화물 교통량을 유지하려면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터키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철도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터키 관리들은 중국의 참여를 환영한다고 말한다. 터키와 중국의 관계는 터키가 중국 신장 지역에서 온 위구르인 수천 명을 받아들임으로써 경색됐다. 그러나 중국은 터키를 유럽 시장으로의 관문으로 보고 신장 위구르인 문제가 방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중국의 산업 정책과 정치적 주장이 강해지는 데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앙아시아 및 중국과의 철도 연결이 개선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유럽연합은 터키를 통과하는 철도 회랑이 자체 인프라 구축 계획인 '글로벌게이트웨이'Global Gateway의 목표와 일치한다고 말한다.
유럽위원회 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4월 4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중앙아시아 지도자들과의 첫 EU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트랜스-카스피안 경로를 개발하는 방법은 수십억 달러의 유럽 투자 가능성을 포함해 회담에서 두드러지게 다루어졌다. 유럽연합 또한 러시아를 우회하기를 원하며 희토류와 우라늄을 포함한 중앙아시아의 원자재에 관심을 두고 있다.
유럽과 중국은 러시아 우회의 필요성에서는 동의할 수 있지만 다른 많은 부분에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유럽에게 러시아는 생사의 위협이다. 반면 중국에게 러시아는 여전히 동맹국이다. 미국과의 긴장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유럽은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중국의 가장 필수적인 물자인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석유와 가스는 이제 보다 잘 확보되어 있다. 이는 5월 시진핑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을 앞두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4월 러시아와 중국을 "영원한 친구이며 영원히 적이 아니다"라고 한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화물은 우회할 수 있지만 정치적 관계는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
19세기 '지정학' 또는 '지리정치학'은 해양과 대륙 중앙 중 무엇을 장악하는 것이 세계 최강대국이 되는데 유리한가를 두고 논쟁을 펼쳤습니다. 해양론자로는 마한이 유명했고, 대륙론자로는 매킨더가 유명했습니다. 이 논쟁은 다른 말로 하면 배와 철도 중 무엇이 물류에 더 유리한가에 대한 논쟁도 됩니다. 보통 톤당 철로 운임은 배 운임의 5배라고 합니다. 비용만 따지면 당연히 배가 유리합니다. 하지만 철도는 속도에서 앞설 수 있습니다. 운행속도가 시속 40킬로면 경쟁력이 없을 수 있겠지만, 시속 100킬로라면 산법이 달라집니다. 중국은 대륙국가로서 유라시아 대륙의 중앙(매킨더는 'heartland'라 불렀습니다)을 고속의 철도로 엮는 것이 대전략입니다. 마한의 미국에 맞선 매킨더의 중국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4월 7일자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철도 전략의 새 국면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러시아를 관통하는 철로에 의존하던 중국이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직통해 유럽시장과 연결되는 새로운 철도 노선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목이 의미심장합니다. 중국이 러시아를 '가장 가까운 친구' 즉 우리의 일상 표현으로 '베프'라고 부르면서도 러시아를 우회하는 철도를 새로 놓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과 달리 국가에겐 영원한 '베프'가 없습니다. 중국도 러시아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의 본심은 외교관의 말이 아니라 군대의 움직임이나 이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것처럼 철도의 건설 등에서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