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이제 세계적 석유 강국이다

OPEC은 잊어라. 세계 석유 시장의 주도권은 중국공산당이 쥐고 있다

/그래픽=PADO(생성AI 사용)

경제학개론을 통해 우리 모두 알고 있다시피,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곳에서 결정됩니다. 과거 OPEC라는 석유 카르텔은 공급을 통제해서 가격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런데, 수요를 통제해서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조직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중국이라는 14억 인구를 가진 대국입니다. 중국은 미국 등과 달리 중국 공산당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기업들은 제 각기 판단해서 움직이지만 중국 기업들, 특히 수많은 국영기업들은 중국 공산당 정부의 지휘를 따릅니다. 이번 호르무즈해협 사태에도 불구하고 세계 유가가 덜 요동쳤던 배후에는 중국의 수요 통제가 있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 8월 10월자의 주장입니다. 중국은 국제유가가 쌀 때 대량으로 원유를 사들여 축적해놓고 유가가 급등하자 시장에 풀어놓습니다. 거기에다 중앙정부가 지휘해 일반 국민들도 석유 소비를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전기로 에너지원을 변경합니다. 하나의 단일한 지휘자가 있다는 점에서 오는 장점입니다. 희토류 문제도 그렇고 국제유가에서도 그렇고 14억 인구의 거대한 경제체제가 중앙정부의 지휘를 받아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무섭습니다. 많은 경제 주체들이 흩어져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서방의 시장자본주의와 중국 같은 거대 국가자본주의가 앞으로 어떻게 경쟁해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란 전쟁은 석유 역사상 가장 큰 공급 충격을 가져왔다. 하지만 전투가 가장 치열했을 때조차 유가는 분쟁 초기에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배럴당 150달러(21만 원)에 도달하지 않았다. 이는 몇몇 국가 덕분이다. 이란의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통항 불능 상태가 돼 하루 1400만 배럴의 원유가 걸프만 안에 갇힌 직후,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으로 하루 500만 배럴을 추가 수송했다. 미국과 일본은 역대 최대 규모인 하루 2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했고 개발도상국들의 정부 주도 배급제는 수요의 상당 부분을 깎아냈다.


하지만 중국에서 조용히 내린 결정들이 없었다면 재앙은 여전히 닥쳤을 것이다. 중국은 2026년 2~6월 원유 수입을 절반인 하루 550만 배럴 줄였다. 전문가들은 이 조치만으로 국제 기준유인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30달러(4만3000원) 이상 낮아졌다고 추산한다. 이는 세계 수요가 하루 900만 배럴 감소했던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의 전 세계 감소량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더구나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졌던 코로나19 때와 달리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별 탈 없이 꾸준히 성장했다. 중국이 해외 원유를 적게 사들이고 있는 것은 경제가 어려워서가 아니다.


겉보기에 경제적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석유 수요를 자유롭게 늘리거나 줄이는 능력 덕분에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은 가격을 움직일 수 있다. OPEC과 그 동맹국들이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장악해 오랫동안 해온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리고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탈퇴와 남은 걸프지역 회원국들의 생산 능력 한계로 인해 카르텔이 약화됨에 따라 중국의 시장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석유 트레이딩 업체 대표는 이렇게 표현한다. "중국이 새로운 OPEC이죠."


40년 동안 OPEC은 생산 쿼터를 사용해 유가를 높게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다. 반대로 수입국들은 수요를 제한해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다. 구매자들은 판매자보다 훨씬 분산돼 있고 국내 에너지 수요는 수없이 많은 주체의 결정이 합쳐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거대하고 국가주도 체제를 갖춘 중국은 예외다. 21개국의 합의가 있어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OPEC+와 달리 중국의 중앙계획 당국은 단 한 사람,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시로 독자 행동에 나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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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세 가지 주요 수단으로 석유시장을 움직인다. 첫 번째는 국가 석유 비축량이다. '공급 초과잉'의 그림자가 유가를 억누르던 2026년 초까지의 12개월 동안, 중국은 2억 배럴을 저렴하게 매입하여 이미 10억 배럴에 달하던 넉넉한 비축량을 더욱 채웠다. 트레이더들은 이란 전쟁이 터지기 전 중국의 매입이 국제 유가를 배럴당 10~20달러(1만4000~2만9000원) 끌어올렸을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이 2026년 2월 수입한 하루 1160만 배럴 가운데 최대 100만 배럴은 비축량을 줄이면 이후 사들이지 않아도 되는 초과 구매분이었다.


전쟁 전 마지막 걸프산 석유가 4월 말 도착하자 중국은 넘치도록 쌓아 둔 이 비축분을 풀기 시작했다. 원유 화물 데이터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2026년 7월까지 중국의 재고는 7000만 배럴 감소했다. 해상 저장시설과 비공개 지하 저장고에서 꺼낸 물량은 제외한 수치다. 이를 더하면 중국은 그 석 달 동안 1억5000만 배럴, 하루로 치면 약 150만 배럴을 꺼내 쓴 셈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전략비축유가 아니라 대형 석유회사의 수익 추구형 저장 부문이 보유한 상업적 재고였다. 가격정보업체 아거스미디어Argus Media의 톰 리드는 정유사들이 보통은 꺼내 쓴 재고를 한 달 안에 다시 채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은 국유기업이고 국가는 상업 재고를 징발할 수 있으므로 예외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비축하지 않는 하루 100만 배럴과 하루 150만 배럴의 재고 방출분을 합하면, 하루 550만 배럴에 이르는 수입 감소분 가운데 250만 배럴은 재고 관리로 설명할 수 있다. 보르텍사의 엠마 리는 지도부가 지나치게 낮은 재고 수준을 걱정하기 전까지 중국이 이러한 조치를 앞으로 4개월 더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중국 중앙계획 당국의 두 번째 수단은 수출 통제다. 세계 2위 정유국인 중국은 평소 아시아 이웃 나라들에 연료를 대량으로 공급해 왔다. 그러나 3월 정부는 자국 정유사들에 신규 수출 계약 체결을 중단하고 이미 맺은 계약도 상당수 해지하라고 지시했다. 2월부터 4월 사이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은 절반 가까이 줄어 하루 43만 배럴이 됐다. 여기에는 고도로 정제된 항공유 하루 18만 배럴이 포함됐고 이를 통해 중국 정유사들은 원유 하루 120만~180만 배럴을 아꼈다.


해외 판매를 제한하면 중국은 정유 생산분을 국내에서 더 많이 쓸 수 있다. 또 평소라면 수출용 석유제품에 들어갔을 원유의 일부를 다른 핵심 석유제품 생산에 돌릴 수 있게 해 준다. 그런 석유제품 가운데 일부는 중국이 평소 국내용으로 걸프 지역에서 들여오던 것들이다.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와 액화석유가스(LPG), 그리고 자금 사정이 빠듯한 소규모 정유사들이 원유 대신 자주 처리하는 연료유가 그런 예다. 수출 마진이 내수 마진보다 높은 만큼 정유사들의 수익성은 타격을 입지만 중국공산당은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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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나타나는 효과

그러나 넉넉한 재고와 수출 제한만으로는 중국의 엄청난 수입 감소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세 번째 수단인 내수 억제도 동원했다. 6월 중국 정유사들의 원유 처리량은 1년 전보다 하루 270만 배럴 감소했다. 휘발유 생산량은 14% 감소했으며 경유와 항공유 생산량은 모두 21% 줄어들었다.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의 수송용 연료 사용량이 급감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당국이 연료 가격 인상을 허용함에 따라 많은 도시 주민들이 자가용 출근을 중단하고 대신 지하철, 자전거 또는 택시(대부분 배터리 기반)를 선택했다. 2026년 5월 일주일간의 전국 공휴일 동안 고속도로의 전기차 충전량은 2025년 같은 기간보다 거의 55퍼센트 증가했다. 운항 횟수가 급감한 국내선 항공편의 빈자리는 철도가 메우고 있다. 지방 정부들은 인프라 공사를 연기하여 경유 소비를 줄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키어런 힐리Ciarán Healy는 전쟁 발생 후 첫 두 달 동안 중국이 소모한 휘발유와 등유의 양이 전년 동기 대비 10퍼센트 줄어든 것으로 추산한다.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석유화학 산업도 빠듯해진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 2025년 중국 석유화학 산업은 나프타와 LPG를 하루 수백만 배럴씩 폴리머로 전환했다. 상당량은 걸프 지역에서 들여왔으며, 폴리머는 폴리염화비닐(PVC)과 합성고무부터 나일론과 폴리에스터에 이르는 고분자 소재다. 중국 공장들은 이를 대량으로 사용한다. 걸프산 원료가 끊긴 데다 원료보다 연료를 우선하라는 정부 지침까지 내려오자, 석유화학 기업들은 대신 석탄과 에탄으로 일부 폴리머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다. 에탄은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기체 부산물이다.


이러한 긴축 조치가 중국 경제 전반에 미친 영향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교통에 대한 수년간의 국가 주도 투자가 에너지 체계를 한층 유연하게 만들었다. 수년간 이어진 '네이쥐안內卷'(과도한 내부 경쟁)은 석유화학을 비롯한 산업에서 치열한 경쟁이 과잉생산 능력으로 이어진 현상이다. 그 결과 중국에는 팔리지 않은 폴리머와 이를 재료로 만든 제품이 대량으로 쌓였다.


이런 완충 장치 덕분에 생산자물가가 급등하지 않고 소비자물가도 통제 가능한 수준을 유지한다. 2026년 2분기 GDP 성장률은 4.3%로 2022년 말 이후 가장 낮았지만 이는 석유 부족보다는 투자 부진과 부동산 위기의 후유증 탓이 더 크다. 또한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의 미할 메이단Michal Meidan은 정부가 아직 거의 손대지 않은 전략비축유를 꺼내 쓸 여지도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원유와 연료, 폴리머 재고가 외부에서 생각한 것보다 많기는 하지만 무한하지는 않다. 한 유통업자는 2021년부터 창고에 쌓여 있던 폴리에틸렌 화물 한 건을 최근에야 팔았다고 말한다. 이론적으로, 수년 동안 감산을 유지할 수 있는 OPEC와 달리 중국은 평소보다 하루 550만 배럴 적게 수입하는 상태를 무한정 이어갈 수 없다. 그러나 이란 전쟁은 실제로 중국이 수개월 동안 단독으로 글로벌 석유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갈수록 분열하는 석유 카르텔의 지도자들로서는 꿈만 꿀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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