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피 재피가 이미 잠자리에 든 밤, 휴대폰에 새로운 영상의 알림이 뜬다. 13살 아들이 콘크리트 벽에서 백플립을 하거나 누군가의 어깨 위에 서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들이다. 그는 아들이 로스앤젤레스 어디에 있는지, 그의 15살짜리 형의 행방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귀가 시간까지 집에 돌아오고 그 주에 말썽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의 아이들은 자신들의 일정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컬버 시티 바로 남쪽에 사는 42세의 커플 관계 코치이자 수련회 지도자인 재피는 육아에 대한 기존의 틀을 깨는 게시물로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 19만6000명을 확보했다. 그는 7살짜리 막내를 포함한 세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두 자녀가 십대가 되었기에 그들이 자신으로부터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믿는다.
"저는 지나치게 통제받는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요." 재피는 말한다. 아이들이 도시 곳곳에서 전기자전거를 타게 두는 것의 위험을 모르는 게 아니다. 아들이 세펄베다 댐 위 직접 만든 로프 그네에서 파쿠르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실내에서 비디오게임을 하며 앉아 있는 것보다 밖에 나가서 추억을 만드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요."
재피의 자유방임 정책은 아이들이 흥미를 잃으면 과외 활동을 그만두게 하고 성적이 전 과목 A가 아니어도 괜찮다. (B는 괜찮지만 C는 별로다.) 재피 자신은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고 박사 학위 소지자와 결혼한 전형적인 우등생이지만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거나 결국 어떤 직업을 갖게 될 지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그는 의도적으로—때로는 고통스러울 정도로—상위 중산층 육아에 대한 많은 기대를 버리고 더 큰 그림에 집중하기로 선택했다. 아이들이 관심 있는 것을 탐색하고, 어른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으며, 자라서 자신을 원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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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베타맘'의 삶이다.
성취지향적인 부모라면 극성스러운 헬리콥터 양육을 기대했던 수십 년이 지난 후, 새로운 세대의 엄마들이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부부의 데이트 시간을 되찾고, 17가지나 되는 방과 후 활동에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것을 거부하며, 싱크대에 쌓인 더러운 접시와 타협하고 있다. 이러한 포기—혹은 굴복—행위들은 비록 매우 조용하지만 일종의 페미니즘 혁명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항상 가사와 육아 책임의 대부분을 짊어져 왔다. 그러나 어머니들이 자녀의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 관리자 역할까지 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이는 1990년대경 불평등이 심화되고 지식기반경제로 전환되면서 부모들이 경쟁력 없이는 자녀가 뒤처질 것을 두려워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일부 집단에서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아이를 명문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싸우고, 스크린 타임을 극도로 제한하거나 나중에는 십대 자녀의 휴대폰에 추적 앱을 설치하며, 아이들이 대학 입시 원서에 기재할 수 있도록 걸스카우트 골드어워드1 프로젝트를 대신 해주는 것을 포함하게 되었다. (마지막 거 고마워요, 엄마.) 이러한 경향은 에이미 추아의 2011년 악명 높은 히트작 <타이거 마더>에서 잘 드러났지만 많은 엄마들은 그 책을 읽으며 자신은 그 정도로 심하지 않다고 안심하기도 했다.
온화한 양육법의 등장은 양육 노동에 정서적 복잡성을 더했으며 모든 유아의 떼쓰기를 자기조절에 대한 신중한 교훈의 기회로 바꾸었다. 갑자기 자녀의 성공 가능성을 최적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게 됐다. 어머니들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련의 지침도 따라야 했다.
역설적으로 부모로서 과잉성취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은 어머니들의 노동시장 참여가 증가함에 따라 더욱 심화되는 것 같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제학자 코린 로우Corinne Low의 미국인 시간 사용 조사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이는 더 큰 역사적 패턴의 일부다. 여성들이 대거 노동 시장에 진입한 후,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1975년에 여성들은 자녀의 숙제를 돕는 데 주당 평균 14분을 소비했다. 최신 데이터가 과거 데이터와 통합된 가장 최근 연도인 2018년에는 그 시간이 거의 5배(1시간 9분)로 증가했다. 이러한 패턴은 영아 돌보기(1시간 40분에서 거의 4시간으로 증가)와 아이들과 놀아주기(36분에서 거의 3시간으로 증가)를 포함하여 아동 중심의 모든 성인 시간 사용 범주에서 나타난다. 남성들이 자녀와 보내는 시간도 증가했다(예를 들어 숙제 돕기의 경우 20분에서 50분으로 증가). 한편 출산율은 지난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1975년 이래 20%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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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17세 학생들이 꽉 찬 이력서로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것을 보며 이러한 '군비 경쟁'을 가까이서 지켜봤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성취라는 것이이 사실 부모의 노동 투입으로 보여요." 그는 말했다.
베타맘의 등장은 몇 가지 수렴하는 현실—'일과 가정 모두를 잡는다'는 화려함을 벗겨낸 모성 정신건강에 대한 더 솔직한 문화적 대화와 변화하는 경제 지형에 대한 반응이다. 사람들을 화이트칼라 직업에 안착시키기 위해 설계된 유년기의 투자수익률은 정체된 노동시장과 인공지능(AI)의 필연성으로 인한 전문직 계층의 멸망 가능성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23~2025년 사이 '모성 노동력' 참여율은 7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원격근무의 증가는 많은 사람들이 전일제 보육 없이도 육아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엄마들은 지쳤고, 자신들의 모든 노력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며, 변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것은 실질적인 한계에 도달한 트렌드에 대한 반응이에요." 육아를 연구하는 브라운대학교의 경제학자 에밀리 오스터Emily Oster는 말했다. "부모들은 하버드에 가는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어요."
조지아주 페이엣빌에 사는 34세의 대니얼 스틸은 4살 된 딸을 두고 있는데 이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우리 엄마는 일단 엄마가 되면 그걸로 당신의 인생은 끝이라고 배웠어요." 그는 말했다. "우리 세대는 그런 식으로 살고 싶지 않아요."
제시카 타이슨(40)은 대학에서 이중 전공, 이중 부전공을 하고 점심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빡빡한 고등학교 일정을 소화할 때와 같은 높은 성취지향적인 사고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것도 제가 정복해야 할 또 다른 과업이라고 생각했죠." 코네티컷주 레딩에서 가상 인력 파견 업체를 운영하는 타이슨은 말했다.
제시카 타이슨은 에이버리, 젬마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타이슨은 '아기 주도 이유식' 과정에 등록했고 육아를 돕는 그의 어머니도 함께 등록하게 했다. 그는 수면 교육에 관한 책을 읽고 저자의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했다. 직접 유기농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특별한 요리책을 샀고, 아기방에는 미적으로 보기 좋고 발달에 적합한 책과 블록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 팬데믹 기간 동안 둘째 아이를 낳은 후, 그는 무너졌다.
"정신적으로 붕괴 같은 걸 겪었어요." 타이슨은 술에 취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심각한 수면 부족과 숨이 막히는 불안 발작을 묘사하며 말했다.
그는 무설탕, 무방부제 조리법을 버렸고 아이들을 자기 침대에서 재우지 않으려는 노력도 포기했다. 그는 또한 위험한 사실을 깨달았다. 바닥에서 아이들과 노는 것이 몹시 지루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몇 시간의 준비가 필요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슬라임 만들기나 감각 양동이 활동을 그만두고, 집안일과 정원 가꾸기에 아이들의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또한 중성적인 집안 색상 계획과 매일 진공청소기로 청소하거나 아이들의 장난감을 각자의 방에 두려는 시도를 포함한 많은 청소 루틴을 포기했다. 그런 다음 그는 자신처럼 생각을 바꾼 'A타입 성격2Type A' 엄마들을 위한 지역그룹을 시작하여 SNS 피드를 또 다른 '실용적인 팁'으로 도배하는 육아 전문가들에게 대응하고자 했다.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이에요. 실패자로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요." 타이슨은 말했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엄마들이 서로 그리고 온라인에서 '긴장 완화' 전략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5, 7, 9, 12세 자녀를 둔 전업주부 케이시 닐은 자신이 만들어내는 혼란에 대해 'B타입 치어맘' 틱톡을 게시한다. 한 영상에서 그는 4시간 떨어진 곳에서 열리는 딸들의 치어리딩 대회에 가는 길에 대문 앞에 여행가방을 두고 왔다고 고백한다. 다른 영상에서는 딸이 자신의 비싼 응원단복을 몇 주 동안 브롱코 차량 뒷좌석에 방치했다며 엄마를 나무란다.
"다른 엄마들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도움이 돼요." 33세의 닐은 말했다.
휴스턴에서 4세, 3세, 1세 아이를 키우는 애슐리 서랫(28)은 자신의 완벽주의적인 'A타입' 기질과 'B타입' 현실의 혼합인 'C타입'이라고 부르는 육아 라이프를 기록하며 팔로워를 구축했다. 그는 그것을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깊이 신경 쓰면서 다른 것들은 공격적으로 놓아버리는 것이라고 묘사한다.
그의 세 아이 모두 나이에 상관없이 같은 사이즈의 기저귀를 착용하는데 이는 여러 사이즈의 기저귀를 관리하는 걸 피하기 위해 고안한 시스템이다. 신발은 미니밴 바닥에 있거나 그렇기를 기원한다. 아침에 옷 입는 것 때문에 다툼이 있으면 모두 일단 차에 탄다. 옷은 노래 몇 곡이 끝난 다음에 입히면 된다.
"따로 정해놓은 취침시간 같은 건 없어요." 서랫은 말한다. "집이 조용해지고 졸린 분위기가 되면 그게 바로 잘 시간인 거죠."
서랫이 올리는 것 같은 영상은 5세 아들과 7, 12, 16세 의붓딸을 둔 전업 수의사 에이드리언 놀스가 잠옷 차림에 보닛을 쓰고 식료품점에 갈 때 덜 외롭게 느끼게 해준다.
"저는 매일 아침 화장에 한 시간을 쓰던 사람이었어요." 35세의 그는 말했다.
소파 쿠션이 항상 완벽하게 부풀려져 있는 집에서 자란 놀스는 어머니와 할머니가 플로리다주 탬파에 있는 그의 집 문을 열었을 때 종종 경악한다고 말한다. 그곳에서는 쿠션이 요새로 만들어져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우리 집은 더럽지는 않지만 정돈되어 있지는 않아요." 놀스는 말했다. "아이들이 살지 않는 것처럼 꾸미지는 않을 거예요." 여동생과 점심을 먹으러 나가기 위해 빨래를 미루거나 30분의 여유 시간에 청소 대신 책을 읽음으로써 "저는 더 나은 에이드리언이 되고, 그러면 더 나은 엄마가 될 수 있어요."
콘텐츠 마케터인 대니얼 안토스(42)는 자녀들이 최고의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어린 시절을 경험하도록 강요하는 생각을 거부한다.
"아이비리그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성공이나 행복의 잠재력을 나타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불과 몇 년 전에 3만 달러(4000만 원)의 학자금 대출 상환을 마친 안토스는 말했다.
8세와 10세 자녀의 삶의 모든 요소를 통제하려 하는 대신 그는 "스트레스가 필요 없는 곳에 스트레스를 만들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 이상으로 운전해 주고 싶지 않아서" 한 번에 하나 이상의 과외활동에 등록하게 하지 않으며 야채를 억지로 먹이지도 않는다. 매일 아침, 그의 아이들은 정돈되지 않은 양말이 담긴 바구니에 손을 뻗어 아무거나 두 개를 꺼낸다. 때로는 긴 양말과 짧은 양말이 나오고, 유아기 시절의 '퍼피 구조대' 유물이 나올 때도 있다.
"양말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쓸 의향이 없어요." 그는 말했다.
부모의 고통은 과거에 부모, 특히 엄마들이 스스로를 평가하는 척도였다. 자녀의 원정 축구 경기에 참석하기 위해 5시간을 운전하는 것은 "세상에 당신이 성공적인 부모임을 보여주는 방법이었어요." 오스터는 말했다.
"결과적으로 역효과가 났어요." 어머니들과 함께 일하는 임상 심리학자 클레어 니코고시안은 말했다.
A타입 부모들은 자신을 소진시켰을 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 바이올린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데 전혀 관심이 없는 자녀들까지 소진시켰다. 니코고시안은 20년간의 진료 기간 동안, 전문 교향악단과 협연하고 지역 운동 경기에서 순위에 드는 등 진정으로 재능 있는 십대들이 15세나 16세에 갑자기 그만두는 것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관리된 삶 속에서 그 청소년들이 유일하게 자신의 의지로 한 행동이었다.
테네시주 메리빌에 사는 8세 아들을 둔 형사 및 가정법 전문 변호사 사라 미라클(42)은 법정에서 헬리콥터 양육의 훨씬 더 극단적인 결과를 목격했다고 주장한다. 법적 문제에 휘말리는 사람들 중 일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통제적인 어머니를 두고 있으며 때문에 극도로 고압적인 양육이 비행 청소년을 만드는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아이들을 너무 꽉 움켜쥐고 있으면 가장 먼저 법정으로 가게 돼요." 미라클은 말했다. 그는 부모로서 자신의 역할을 단순히 의사 결정을 돕는 사람으로 본다.
"꽃씨와 같아요." 그는 말한다. "그냥 뿌려놓고 최선을 바라야죠."
당시 페이스북의 COO였던 셰릴 샌드버그가 자신의 저서에서 여성이 커리어와 육아 모두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외쳤던 2010년대는 아마도 신자유주의와 페미니즘이 이중창으로 부르던 해방서사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였을 겁니다. '여성의 해방과 자기실현'이라는 점에서 두 사상은 화음이 잘 맞는 것 같았지만 이후의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었지요. 절망한 어떤 여성들은 페미니즘을 부정하거나 전통적인 여성상으로의 회귀를 시도하기도 하고 보다 현실주의적인 페미니즘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주로 미혼 여성들에게서 볼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미국의 젊은 어머니들 사이에서도 육아의 새로운 조류가 관측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5월 8일자 기사는 어머니의 모든 자원을 '우수한' 자녀의 양육에 공격적으로 투입하던 '타이거맘'이 아닌, 보다 느슨한 양육을 추구하는 '베타맘'들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양육 '군비 경쟁'의 시대에서 '군축'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도 할 수 있겠죠.
이는 페미니즘적 입장에서 여성에게 과도한 양육의 책임이 전가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AI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존의 성공이 보장되던 양육 공식이 더는 통하리라 기대하기 어렵게 된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양육 군비 경쟁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한국에서도 이런 트렌드가 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