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가?

수출 통제가 글로벌 무역 전쟁의 최고이자 최악의 무기인 까닭

/그래픽=PADO(생성AI 사용)

대한민국이 전쟁의 참화를 딛고 불과 70여 년 만에 세계적인 선진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냉전 이후 자리잡은 글로벌 자유무역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PADO에서 여러 차례 소개했듯 글로벌 자유무역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반도체 특수가 견인하는 증시 호조에만 취해 있기에는 시대적 상황이 녹록치 않습니다. 그동안 한국이 취해왔던 대외 기조가 더는 통하지 않고 그것이 수출의 발목을 잡는 일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입니다. 미국 정부가 앤스로픽의 최첨단 AI 모델에 수출 통제 처분을 내린 배경에 "중국과 연계됐다는 의심을 받는 한국 통신업체"에게 해당 모델의 접근권을 허용한 것이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는 그래서 더욱 상징적입니다.


순전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수출통제는 백해무익합니다. 단기적으로야 효과가 있지만 쓰면 쓸수록 그 효과는 줄어들고 결국 상대방이 (기술 혁신이나 통제국의 공급망 우회 등으로) 통제를 극복하고 나면, 자유무역 시대에 비해 똑같은 아웃풋을 위해 더 많은 인풋을 중복해서 쓰기 때문에 결국 모두가 덜 부유해집니다. 그래서 자유주의 성향의 매체나 경제학자, 기업인들은 작금의 세태를 한탄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기에 앞서 '정치적 동물'이기도 합니다. '함께 부유해지기(경제)'에 앞서 '내가 상대적으로 부유해지기(정치)'를 챙기는 것이 인간입니다. 이렇게 인간 집단에게 경제적 동기를 능가하는 정치적 동기가 존재함을 모르면 앞으로 펼쳐질 무역 전쟁의 시대를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뛰어난 경제 칼럼니스트 수마야 케인즈는 5월 23일자 기고에서 앞으로의 무역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과거의 사례에서 짚어보는 한편, '무역 전쟁에서는 모두가 패배한다'는 이상론 대신 누가 무역 전쟁의 승자가 될 것인지 냉정하게 따져봅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차가운 무역 전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리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중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큰 기대를 모았던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 무역 전문가들은 더 많은 것을 기대했다. 양측은 관세를 조율하고 농산물을 교환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전반적으로 겉치레만 요란했을 뿐 실속은 별로 없었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이 중국에 요구 사항이 있을지라도 중국은 더 이상 미국의 파트너들을 공개적으로 달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트럼프식 관세 위협이 중국의 대규모 미국 제품 구매를 축하하는 서명식으로 이어지던 시대는 지났다. 수년간 강력한 제조업을 구축한 중국은 자신만의 경제적 무기를 갖게 되었다. 중국을 너무 세게 때리면 그들은 상대국이 의존하는 핵심 부품의 공급을 차단하여 상대국의 산업을 무너뜨릴 것이다.


그 위협은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과 유럽 국가들도 중국에 의해 입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미국조차 중국의 위협에 위축된 것처럼 보인다면 더 약한 다른 국가들에게 어떤 희망이 있겠는가? 현재로서는 각국이 공격을 중지하면서 상황이 안정적인, 심지어 평온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무역 관계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을 정도로 잠재적인 위험이 크다.


갈등의 중심에는 수출 통제가 있다. 수출 통제는 사실 단순하다. 정부가 외국 구매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품목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방어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품귀 현상이 있을 때 자국 내에 식량이나 의약품을 보존할 수 있다. 또는 적국의 군대가 자국의 최첨단 기술로 이익을 얻는 것을 막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자신이 설계에 기여한 무기에 당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수출 통제는 라이선스 제도, 세금, 금지 또는 봉쇄의 형태로 발현될 수 있다. 그리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무역 흐름에 적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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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출 통제의 호황기를 살고 있다. 모니터링 그룹인 글로벌 트레이드 얼럿Global Trade Alert이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대에는 여러 비상사태로 인해 수출 통제 사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충분한 마스크와 의료 기기를 확보하려는 전 세계적인 쟁탈전이 벌어졌던 게 가장 두드러진 사례로, 유럽연합(EU) 내에서조차 무역 통제의 물결이 촉발되었다. 가장 최근에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여 전 세계로의 에너지 수출을 제한했다. 이로 인해 다른 국가들은 자국민이 부족함을 겪지 않도록 연료와 비료의 해외 유출을 제한하게 되었다.


컬럼비아대학교의 제시 슈레거Jesse Schreger 교수를 포함한 연구진에 따르면 2025년까지 수출 통제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한 글로벌 기업의 비율은 2010년대 평균의 3배 이상이었다. 이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것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제한이었다. 첨단 칩을 만드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는 미국의 규제가 엄청나게 확대된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국이 자국의 경제력을 무기화한 경험이 더 많지만 중국도 빠른 속도로 이를 따라잡고 있다. 중국은 외국 기업이 미량의 중국산 희토류가 포함된 제품을 구매하려 할 때 라이선스를 요구하는 규정을 만들고 있다. 1월에 중국은 대만의 자치권을 위한 정치적 투쟁을 지지하지 말라는 경고로 민간 및 군사 목적으로 모두 사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제품의 판매 제한을 일본에 가했다. 3월 31일, 중국 국무원은 '산업 및 공급망 보안에 관한 규정'이라는 명령을 시행하여 중국의 산업 또는 공급망 안보를 해치는 외국 정부나 조직에 수출 통제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우리 모두 조심해야 한다. 수출 제한은 무디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기 쉽다. 예를 들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함으로써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국에 보복하려 한 것이지, 파키스탄의 학교 폐쇄를 강제하거나 유럽 휴양객들의 계획을 위험에 빠뜨리려 한 것은 아니다. 극단적인 경우, 미국은 소셜미디어, 이메일, 카드 결제 회사에 대한 유럽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 중국 관료가 작성하는 문서 한 장으로 외국의 자동차 제조가 중단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무섭게 들린다. 그리고 수출 통제가 일상화됨에 따라 이러한 무기들이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수출 통제라는 무기는 무기를 사용하는 쪽과 대상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장기적으로는 역효과를 낸다. 지배적인 공급업체가 갖는 힘은 구매자들이 사실상 하나의 공급원에 얽매여 있다는 데에서 나온다. (원활하게 공급될 때 중국의 희토류는 저렴하다.) 하지만 수출 통제가 발효되면 동일한 구매자들은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로부터 다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


위험은 단지 지금 당장 수출 제한이 해를 끼친다는 것만이 아니다. 수출 제한은 역동적인 투쟁의 한 수이다. 일단 표적이 타격을 입으면 분노하고 대담해진 상대는 반격하기로 결심할 수 있다. 이러한 위협은 오늘날 수출 제한과 관련된 모든 싸움,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싸움의 근간이다. 누구의 무기가 먼저 무뎌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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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무역 전쟁에 휘말린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기업들에게 수출 제한은 매출 감소와 이익률 하락을 의미한다. 미국의 최고 칩 설계 회사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그 예이다. 엔비디아는 미국과 중국 양측이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함에 따라 인공지능(AI)을 개발하기 위한 양국 간 경쟁의 십자포화에 갇혔다. 황 CEO는 거대한 중국 시장에 제품을 공급할 수 없게 만든 제한 조치를 생 치커리 한 접시를 받은 어린아이만큼이나 달갑지 않게 받아들였다. 가장 최근의 타격은 지난 5월 중순 정상회담에서 엔비디아의 게임용 칩이 중국 세관의 금지 품목 목록에 추가되었을 때 발생했다.


황 CEO는 미국의 수출 제한이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 제품에 대한 자체적인 대안을 개발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의도치 않게 경쟁사들을 강화시켰다고 항의했다. 최근 인터뷰에서 황 CEO는 중국의 가공할 만한 "연구원 군단"에 대해 말하면서 중국의 국가 대표급 칩 제조사 화웨이가 "회사 역사상 가장 큰 연간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첨단 칩 제조 장비에 대한 제한 역시 중국을 자극했다. 2025년 12월 로이터 통신은 중국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최고급 칩을 생산하도록 설계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시제품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3월 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또 다른 좋은 예이다.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을 제한하여 미국이 공격을 중단하도록 압박하는 게 그 목적이었다. 그 결과로 인한 부족 현상은 현실적이고 고통스러웠지만 다른 관련자들은 적응했다. 원자재 분석 회사인 케이플러Kpler의 빅토리아 그라벤보거가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4월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되는 원유 감소량의 약 3분의1이 다른 항구를 통해 유입되는 양의 증가로 상쇄되었다. 이제 다른 원자재들도 아랍에미리트(UAE)의 비료를 포함해 트럭으로 걸프 지역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1980년대에 다른 분쟁을 피하기 위해 건설된 사우디아라비아의 페트로라인Petroline 송유관은 평화 시에는 어리석고 비싸 보였다. 이제 걸프 해안에서 국토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홍해 연안의 항구로 원유를 펌핑하고 있는 지금, 그 송유관은 신의 한 수로 보인다. 다른 걸프 국가 정부들은 해협을 우회할 새로운 인프라를 고려하거나 기존 송유관을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리고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은 재생에너지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중국 또한 2025년 전 세계에 대한 희토류 수출에 광범위한 제한을 가했을 때 나름의 경쟁을 촉발했다. 희토류 수출 제한 소동에 휘말린 기업들은 라이선스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중국의 강압 수단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자사가 일을 못했기 때문이었는지 알지 못했다. 어느 쪽이든, 그들은 중국 관료들에게 자신들이 가치 있는 구매자임을 설득하기 위해 앞다투어 노력해야 했다. 이 사건은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정부 기관과 정책 도구를 배치하고 심지어 동맹국들과 협력하도록 자극했다.


"우리는 이미 1년 전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광산의 원료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그레이슬린 바스카란은 말했다. 4월 20일, 브라질의 광산 기업 세라 베르데Serra Verde는 다양한 미국 정부 기관이 포함된 연합체의 자금 지원을 받아 15년간 자사의 희토류 생산량에 대한 보장된 수요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2027년 말까지 미국 제조업체들이 광산에서 채굴한 희토류로 만든 자석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컨설팅 회사 트리비움차이나Trivium China의 코리 콤스Cory Combs는 말했다.


따라서 무역을 차단하는 국가들에 대한 경고는 분명해 보인다. 그 무기는 일회성이다. 이를 사용하는 것은 상대에게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방법만을 가르쳐줄 뿐이다. 그 방어체계는 눈에 띄지 않게 점진적으로 구축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이 칩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 범위를 더 광범위한 기업으로 확대한 후, 수출 통제 전문가인 케빈 울프Kevin Wolf 변호사는 고객들이 차세대 제품에서 미국의 콘텐츠, 소프트웨어, 기술 또는 사람을 배제함으로써 통제를 완전히 벗어나는 방법을 묻고 있다고 내게 말했다. "이에 대한 데이터는 절대 볼 수 없을 거예요." 그는 말했다. "이런 것들은 기업들이 매우 조용히 빠져나가기 위해 내리는 결정들입니다."




역사에는 경제의 무기화가 표적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보호하게 만든 예가 널려 있다. 예를 들어, 1970년대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석유 공급을 제한한 후 자동차의 연비는 극적으로 향상되었다. 과거 석유는 전력 발전에 집중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다른 에너지원으로 거의 완전히 대체되었다. 그리고 석유 수입국들은 미래의 충격에 대비하거나 적어도 충격이 닥쳤을 때 시간을 벌기 위해 비축량을 늘렸다.


제1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이 화학 제품 수출을 제한했을 때, 영국의 자국 화학 산업 육성 노력은 엄청난 탄력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무렵 영국은 크고 다각화된 염료 산업을 육성했으며 이는 이후 폭발물 제조로 전환될 수 있었다. 미국 농무부 소속 연구원들은 브라질이 미국과 경쟁하는 대두 공급업체를 육성한 원인이 부분적으로 미국의 정책 탓에 있다고 본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1973년 6월 미국산 대두에 수출 제한을 가한 후, 충격을 받은 일본은 브라질 재배자들에게 신용대출, 기술 지원 및 인프라를 지원했다.


이러한 예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그 반례를 입증하기는 어렵다. 영국의 화학 제품 제조업체와 브라질의 대두 재배자들은 어쨌든 번창했을지도 모른다. 경제학자들은 더 강력한 실증적 증거를 조금 가지고 있다. 2007년 6월에 시행되어 터보제트, 데이터 처리 장비 및 통신 장비 등 중국의 군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출을 제한한 미국 정부의 '포괄적 중국 군사 규제'의 효과에 대한 한 연구가 그 중 하나다. 규제는 효과가 있었다. 영향을 받은 중국 기업에 대한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리고 연구원들은 규제의 영향을 받은 기업들과 간발의 차이로 영향을 받지 않은 기업들을 비교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수출 통제가 혁신을 촉발했다. 영향을 받은 중국 수입업체들은 연구개발에 약 50%를 더 투자했으며 통제된 기술과 관련된 특허를 신청할 확률이 1%포인트 증가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전체 특허는 평균 약 40% 증가했다. 놀랍게도 이러한 혁신의 증가는 상당히 광범위했으며 규제 대상이었던 분야를 넘어섰다. 경쟁을 차단하기 위해 설계된 미국의 정책이 반대 효과를 낳은 것처럼 보였다.


역사가 대니얼 헤드릭Daniel Headrick은 19세기 말 영국 정부가 해저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케이블 네트워크를 통해 메시지를 전자적으로 전송하는 국제 전신 케이블의 대부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제했는지 설명했다. 전신 케이블 네트워크가 성장함에 따라 영국 정부는 전략적으로 행동했다. 다른 국가들이 자국 해안에 케이블을 상륙시키는 권리를 대가로 일반적으로 양보를 요구했던 반면, 영국은 그러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 이것은 영국이 중앙 네트워크 노드가 되는 데 기여했으며 영국 정부에 국제 통신을 감시하고 억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통제권을 둘러싼 싸움에 대한 다른 나라의 뉴스를 영국이 검열했던 보어 전쟁(Boer War) 당시 특히 다른 정부들의 분노를 샀다. 다른 유럽 국가 정부들은 자체적으로 전신 케이블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힘을 합쳐 경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1892년에는 이 두 국가가 운영 중인 해저 케이블의 2%를 차지했지만 1908년에는 그 점유율이 7%를 넘었다. 또한 독일은 물리적 케이블에 대한 의존도를 완전히 줄이기 위해 무선 통신이라는 신기술을 추진했다.




약자를 괴롭히던 이가 앙갚음을 당하고 예전의 동네북이 성장하여 공격에도 끄떡없게 됐음을 알게 되는 것에는 통쾌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수출 제한이 가해자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드러낸다면 어떻게 될까? 애초에 목줄을 만든 바로 그 요인들이 벗어나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라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가해자가 이미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했고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똑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무기화된 전신 케이블을 생각해 보라. 영국은 놀라운 공학적 위업인 전신 기술의 전문성을 개발하는 데 수년을 보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자국 케이블에 대한 독점적 상륙 라이선스와 상당한 국제적 영향력을 확보하여 자체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경쟁국들에 도전했다. 예를 들어, 독일이 포르투갈과 튀르키예의 허가를 받아 케이블을 건설하려고 했을 때 그들은 제지당했다. 독일의 파트너들은 영국이 그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독일이 영국에 승인을 요청했을 때 영국은 이를 거절했다.


무선 통신은 기술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영국도 이 신기술을 알고 있었다. 1914년에는 영국에 기반을 둔 마르코니 컴퍼니가 시장의 39%를 점유한 반면 독일의 최대 경쟁사는 33%를 차지했다. 심지어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영국은 독일의 무선 통신을 해독했다. 궁극적으로 통신 분야에서 영국의 지배력을 무너뜨리는 데는 수십 년이 걸렸으며 이를 해낸 것은 독일이 아니라 미국이었다.


오늘날로 돌아와서 호르무즈 해협의 혼란을 우회하기 위한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수년이 걸리고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가 더 많이 오를수록 자금을 조달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시리아를 관통하는 새로운 인프라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서방의 제재로 인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이번 위기가 평소 서로를 불신했던 정부들 사이에 보다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중동 지역 내의 눈에 띄게 제한된 국경 간 이동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는 고무적이지 않다.


녹색 전환이 우리를 구할 것인가? 다시 말하지만 선행 자금 조달의 비용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오일 쇼크'는 우리가 더 쉬운 대체재를 찾도록 만들었으며 그 결과 우리가 남겨둔 석유 수요—항공, 해운 및 석유화학 제조에 연료를 공급하는 수요는 전환하기가 더 어려운 유형이 되었다. 우리가 석유로부터 위험을 줄인 것(디리스킹)처럼 보일지라도 사실 우리는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걸 잃는 것에 더 취약해졌을 수 있다.


고급 칩의 생산에는 기업 전체 네트워크에 걸쳐 수십 년에 걸쳐 개발된 인력, 장비 및 기술의 조합이 필요하다. 물론 중국은 서구의 기술과 장비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정적으로 경쟁하고 있으며 예상보다 빠른 진전을 보였다. 하지만 엄청난 기술적 장애물 때문에 최첨단 AI를 위한 투입물을 만드는 능력에서 중국은 여전히 미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지난해 보도된 중국의 '맨해튼 프로젝트'는 작동하는 칩을 생산하기까지 아직 수년이 남았음을 시사했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희토류 및 자석 공급망에서 벗어나 다변화하는 작업은 매우 어렵다. 까다로운 부분 중 하나는 비교적 흔하지 않고 극히 낮은 농도로 발견되는 중희토류를 분리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한 규모로 영구 자석으로 완전히 가공하는 것이다. 수십 년 전에 이 공정을 아웃소싱한 서방 자석 제조업체들의 과제는 자금 조달의 문제라기보다는 장비와 기술적 노하우에 관한 것이다. CSIS의 바스카란에 따르면 희토류에 대한 완전한 회복력을 갖추는 것은 "10년 이상 걸리는 사업"이 될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크로마토그래피에서 새로운 산성 침출 기술에 이르기까지, 광석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비표준적인 방법을 찾는 기업의 예가 있다. 하지만 이것들이 유망해 보일지라도, 중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안정적으로, 저렴하게, 그리고 깨끗하게 확장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문제는 민간 부문 수요의 고착성이다. 서구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주문 승인을 받는 동안 대체 공급망을 지원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힘든 일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서방 정부들이 의존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한편, 중국의 희토류 인재와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공격적으로 막고 있다. 4월에 제정된 중국의 새로운 공급망 안보법은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 희토류에서 벗어나 다변화하려는 인센티브를 강화하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리라는 것이다. 만약 어떤 정부가 규제나 세금을 사용하여 중국 공급업체를 배제하려 한다면 보복을 예상해야 할 것이다.




공급망 초크포인트는 우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지배적인 국가는 수년의 더 많은 경험, 우수한 기술 또는 더 큰 고객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거대한 규모의 경제를 누리거나 (어떤 부당한 행위 없이) 승자가 전체 시장을 지배하는 경향이 있는 산업에서 운영될 수도 있다. 어느 국가에 지배적인 위치를 부여한 요인이 무엇이든, 그것은 바란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우리는 시장 지배력이 일단 무기화되면 그 지배력이 오래 가지 않기를 바랄 수 있다. 하지만 경험에 따르면 그것이 약화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리고 그동안 무역 전쟁은 맹위를 떨칠 것이다.


"무역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는 말이 왜 그토록 매력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맞는 말이다. 수출 제한은 쉽게 통제 불능 상태로 빠질 수 있는 예측할 수 없는 효과를 가진 번거로운 무기이다. 우리 모두가 최적의 상호의존성 수준에 동의하는 무역 평화의 세계는 사랑스럽게 들리며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줄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경제적 갈등의 이 시대에 각국 정부는 다른 국가들이 보호 체계를 구축하려는 모든 노력을 위협하고, 타격하고, 좌절시킬 장기전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가장 위험한 수출 제한은 간헐적으로만 적용되고, 제한이 해제되면 피해자들에게 이를 피하기에는 너무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득할 수 있는 것이다. 수출 제한을 무기화하는 국가의 동기는 상대에게 현상을 바꾸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고 확신시키는 것이다. 피해자의 난관은 방어가 더욱 어려워지는 바로 그 시점에 방어 구축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중 어느 국가가 상대방의 경제 무기를 무력화하는 데 성공할지는 아직 알기 이르다. 가장 빨리 상황을 파악하는 자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동맹과 비축 물자를 구축하는 국가들, 반격을 위해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는 국가들, 괴롭히는 국가들로부터 다변화하는 비용을 관리하는 국가들이 승자가 될 것이다. 예산 압박이 심해질 때 포기하는 자가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승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경제적 갈등이라는 무섭고 불확실한 이 세상에서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선은 단지 스스로의 상처를 지혈하는 것일 수 있음을 인식하는 국가들이 승자가 될 것이다.



수마야 케인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이다. 채드 P 바운과 공저한 저서 <무역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How to Win a Trade War>이 5월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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