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를 성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래픽=PADO(생성AI 사용)

AI의 성능이 점차 강력해짐에 따라 각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이를 통제하리라는 것은 종종 예견된 바입니다만 지난달 미국 정부가 정말로 이를 실행에 옮기자 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문제의 AI 모델인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5는 최근 서비스가 재개되었습니다만 이제 세계 어디서나 누구나 최첨단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난 것 같습니다. 중국 또한 자국의 최첨단 모델의 해외 액세스를 제한할 방침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오랜 동맹이지만 한국의 위치는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에 수출통제 조치를 취한 배경에는 한국의 통신회사가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와이어드는 추가 취재를 통해 문제의 회사가 SK텔레콤이고 백악관에서 직접 앤트로픽에 최신 모델 미소스5(페이블은 미소스에서 사이버보안 약점 등을 찾아내는 위험한 기능을 막은 버전입니다)에 대한 SK텔레콤의 액세스를 차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왜 백악관이 SK텔레콤을 리스크로 여겼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와이어드는 SK텔레콤과 중국 국영통신사의 오랜 협력 관계를 거론합니다) 앞으로 미국이 최첨단 AI 모델에 대한 한국의 액세스를 차단하는 일도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볼 수 있겠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모두 AI를 자국 안보의 하위변수로 취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소버린AI에 대한 논의에 다시 불이 붙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AI의 알고리즘, 데이터, 가치관에 대한 '주권'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장점입니다만 빠르게 발달하는 AI 업계에서 한 국가의 자원으로 과연 프론티어(최첨단) 레벨에 근접한 AI 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구글 딥마인드의 AI 모델 제미나이조차도 최근 클로드와 챗GPT에 밀려서 사용자들의 외면을 받는 판국입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는 옛날 광고의 캐치프레이즈는 AI에서 더욱 가혹하게 구현됩니다. 한국 정부는 범용 프론티어 AI 대신 산업, 의료 등 전문 분야의 AI를 개발하겠다는 쪽으로 소버린 AI 전략을 세웠습니다. 일견 합리적인 전략 같지만 AI의 세계에서 '선택과 집중'이 꼭 의도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6월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의료 전문으로 개발된 AI 도구보다 GPT나 제미나이 같은 범용 AI가 임상 질문 등에서 더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고 합니다.


정말로 성공할 수 있는 소버린 AI 프로젝트에는 어느 정도의 자원과 기간이 필요할까요? 카네기국제평화재단에서 AI 지정학에 대해 연구하는 안톤 라이히트는 대략 4년동안 750조 원을 투입하면 가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대한민국의 2026년도 예산이 728조 원임을 감안하면 하나의 국가 차원에서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입니다. 필자는 유럽연합(EU)급의 대규모 연합 프로젝트만이 진정한 소버린 AI를 이룩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중견국 연합'이 얼마나 실현이 어려운 것인지 필자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필자는 이 글을 실현 가능한 청사진으로 읽을지, 아니면 불가능을 깨닫게 하는 귀류법(歸謬法)으로 읽을지는 독자의 몫이라고 언질을 줍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이 글을 한국의 소버린 AI 전략을 비춰보는 거울로도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다보면 '소버린 AI'가 말과 달리 실현하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소버린 AI'를 가져야 할까요? 가지려면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할까요?

6월 중순, 미국 정부는 선도적 프론티어 AI 모델인 페이블5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미 행정부의 조치는 국내 사이버보안상의 이유 때문이었으나 이를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출통제를 선택했다. 수출통제는 단기간에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검이었다. 동맹국들에 미치는 영향—두려움, 혼란, 소외감—은 목표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진지하게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2026년의 AI 정책에 있어서 전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은 너무나 무력해 단순한 미국 국내 정책의 영향으로 프론티어 AI로부터 차단될 수 있다.


미 정부에 항의하거나 협상하려는 다른 국가들의 시도들은 안타까울 정도로 현실을 잘못 이해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분명 우리에게 이렇게 나쁜 일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우리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블 사태가 주는 교훈은 이것이다. 미국의 AI 도약은 기술에서 정책, 그리고 정치에 이르기까지 단지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나머지 국가들을 뒤처지게 만들고 있다. 나는 미국의 미성숙한 AI 정책의 변덕에 과잉반응하지 말라고 경고해왔으며 여전히 이를 통제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각국은 영향력, 도입 효율성, 그리고 액세스 계약을 확보해 미국 AI 생태계를 상호의존성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전 세계 나머지 지역과 결박시킬 수 있다. 동맹국들이 미국의 AI로 현실 세계의 풍요와 부를 만들어내는 결과가 최상이지만 모든 시나리오에서 그런 결과가 나오진 않으리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왜냐하면 요즈음 정치성이 강해진 보안기관들의 올가미가 과거 풍부하게 공급됐던 인공지능을 옥죄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더 최첨단 AI는 극도로 변덕스러워진 미국 행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증거는 급조되거나 혹은 정보기관 내부 깊숙한 곳에서 만들어진다. 조치는 장기적인 결과를 거의 고려하지 않은 채 개인적인 충성도를 바탕으로 취해진다. 결정은 즉각적인 효과와 국내적 관심에 맞춰 내려진다. 이 모든 것은 행정부 전체를 자신의 사지로 여기며 최고의 권력을 휘두르는 미국 대통령에 의해 수행되며, 의회는 시끄럽기만 한 AI 정치와 제도적 기능 장애로 인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다. 그 어떤 상호의존성이나 합리적인 경제적 인센티브도 진정으로 이러한 행정부를 구속하지 못한다. 따라서 어떤 동맹국도 진정으로 미국의 프론티어 AI에 의존할 수 없다.


다음의 명제가 사실이라고 가정해 보자. 프론티어 AI는 정말 중요하고, 최고의 AI 시스템은 나머지 시스템보다 전략적이고 경제적으로 우수하며, 그 결과로 생기는 격차는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에게 결정적인 경제적, 군사적 우위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프론티어 시스템은 주권 국가의 폭력 독점을 위협할 정도로 강력해지고 그 소유자는 여느 국가만큼이나 강력해진다. 그러한 세계에서 우리는 스스로 프론티어 체계를 소유하거나, 체계를 구축하고 소유하며 통제하는 이들의 자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성적인 국가라면 비용이 아무리 높더라도 자체적인 프론티어 AI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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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논리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결론을 비판하는 나를 비롯한 이들은 전제 자체에 이의를 제기해본다. 프론티어 AI 시장이 이런 식으로 재편되지 않을 수 있어서 패스트 팔로워fast-follower 전략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또는 미국이 그렇게 신뢰할 수 없는 국가는 아니어서 미국 정부와의 1:1 협의가 성공할 수도 있다. 혹은 AI의 기술적 패러다임이 실패하고 대안적인 패러다임이 따라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지지하는 증거들이 계속 쌓이는 형편이다. 즉, 프론티어 AI는 정말로 중요한 것 같고, 미국은 정말로 변덕스러워 신뢰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러한 세계에서 통제된 의존성이나 헤지, 베팅이 아닌 진정한 주권적(소버린) 전략을 원한다면 참가를 위한 기본 조건은 명확하다. 실제 효과가 있는 방법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말로만 '주권'인 쇼에 불과하다.

도전 과제

순수하게 기술적인 조건에서 프론티어 AI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어려우며, 중견국들은 이를 수행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이것이 바로 프론티어 수준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던 수년간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다. 심지어 프론티어에 가까운 기업들도 고전하고 있으며, 이들의 사례는 세계는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현재 xAI는 앤트로픽에 컴퓨팅 자원을 임대해주고 있는 신세이며 메타의 초지능연구소Superintelligence Lab는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각국이 이것을 전략적으로 필수적인 자산으로 취급하는 한, 경제논리는 어느 정도 중요하지 않게 된다. 각 국가들은 경제적 경쟁자나 전략상의 침략자 등 프론티어 AI를 보유한 누구에게든 일방적으로 의존하거나 지속적으로 취약해지지 않기 위해 이 자산이 필요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기꺼이 나설 의지가 있는 국민국가는 여전히 강력한 주체이다. 지금이라도 국민국가는 총력을 기울인다면 이를 달성해낼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 인재, 자금, 아마도 심지어 반도체까지 갖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강한 의지가 있다고 해도, 이것은 단지 근년에 가장 야심 찬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성공하는 문제만이 아니다. 이것은 대외적으로 미국의 적대적인 압력, 그리고 국내적으로 변덕스러운 유권자들의 엄격한 감시 속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하는 문제이다. 프론티어에 도달하겠다는 야심을 표명하는 그 어떤 나라도 동시에 미국의 압박과 국내의 반발 앞에서 프로젝트를 지켜내야 하는 더욱 큰 과제와 진지하게 씨름하고 있지 않다.


그 결과 소버린 프론티어 AI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지하지 않은 상태다. 실제 정책 결정권이 없는 SNS 현자들과 유럽 찬양론자Eurobooster들은 마치 스톡홀름의 공유 오피스에서 AGI(인공일반지능)를 구축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유럽연합(EU) 기관들은 거창한 야망을 외치지만 그런 야망은 그저 미국의 초지능이 이미 현실화된 후에나 결실을 맺을 비현실적 연구에 대한 쥐꼬리만한 보조금으로 실현될 뿐이다. 도전 과제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논의를 피한다. 중견국이 동등하게 프론티어에서 놀 수 있다고 진지하게 말하기만 해도 바보 취급을 받기 일쑤다. 하지만 더 이상 바보 취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상황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소버린 프론티어 개발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나는 나를 비롯한 회의론자들이 그러한 미래의 가능성을 너무 쉽게 일축했다고 생각한다.


이 에세이의 나머지 부분을 읽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사실, 두 종류의 독자가 존재한다. 한 종류의 독자는 이것을 실행 계획, 즉 우리에게 의지만 있다면 진정으로 해야 할 일, 상사에게 보내면서 '혹시 이제라도 사태의 본질을 깨닫지 않을까' 기대해보는 문서로 읽을 것이다. 다른 종류의 독자는 이것을 귀류법(reductio ad absurdum, 歸謬法)으로 읽을 것이다. '봐라, 이런 것들이 꼭 필요한데, 이게 바로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이유다.' 어느 쪽이든 남은 일은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해낼 수 있을지 살펴보는 것뿐이다. 이제 '중견국 소버린 AI 프로젝트'에 대해 살펴보자.

연합

누가 실제로 이 일을 할 것인가? 단일 국가는 불가능하다. 중견국들의 자본시장은 너무 작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적인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데, 어떤 정부도 혼자서 이 자금을 조달할 수는 없다. 또한 이 프로젝트가 미국의 국익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AI와 직접 관련된 개입뿐만 아니라 안보 협력이나 무역과 같은 영역으로 확대된 미국의 압력을 예상해야 한다. 헌신적인 국가들의 블록만이 최상의 조건 하에서도 이러한 압력에 저항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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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연합이 필요한 규모와 결속력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을 맞출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응집력 있는 연합구조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여러 힘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들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기여할 거리를 가지고 있다. 유럽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제적, 산업적, 재정적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자리잡은 가장 큰 블록으로서 좋은 발판이 된다. 하지만 유럽에는 가장 중요한 자산인 프론티어급 AI 개발사와 이를 훈련할 컴퓨팅 자원이 부족하다. 캐나다와 영국은 테크 인재를 제공하며 영국은 국가 역량 또한 제공한다. 일본과 한국은 경제력과 반도체 공급망에서의 위치를 더하고, 호주, 캐나다, 노르웨이는 컴퓨팅 자원을 위한 매력적인 호스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내부 갈등은 연합에게 큰 리스크다. 동맹의 논리는 모든 구성원의 기여를 중심으로 구조화되어야 하며 그 중 어느 한 나라라도 떨어져 나가면 암울한 정치적 시기에 이미 불안정한 구도에 더 큰 변동성을 더하게 될 것이다. 완전히 설득되지 않은 구성원을 고려하여 초기에 추상적으로 동맹을 과도하게 확장했다가 나중에 그들을 잃게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시나리오다. 이는 미국에게 한 참여 구성국을 표적으로 삼아 양국간 관계를 빌미로 탈퇴를 유도할 동기가 충분함을 고려할 때 특히 그러하다. 미국이 보안과 동맹 강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영국 같은 가까운 동맹국 중 한 곳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와 수출통제로부터의 광범위한 면제를 제공한다면, 과연 그 나라가 이를 거절할 수 있을까? 애초에 그들은 연합에 동참하기로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일단 미국과의 양자 협의에 베팅하기로 할 것인가?


대미 양자 관계의 상태와 안전보장의 필요성에 대한 나의 이해를 바탕으로 볼 때, 한국, 일본 또는 영국이 중견국 AGI 연합에 확실하게 참여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국내 정치에 달려 있고 양자 관계는 생각보다 더 빨리 악화될 수 있다. 미국과 멀어지고 있는 캐나다를 보라. 또한, 다른 페이블 사건이 한두 번 더 발생한 후에 또 누가 연합에 합류할지 알겠는가? 미국 AI 정책의 최악의 시나리오가 계속 전개된다면, 연합은 더 높은 참여비를 받으면서 확장하고 추가 참여국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따라서 짧은 기간에 모을 수 있고 또한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는, 가치를 공유하는 정부들은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다. 여기에 미국과의 동맹을 재고하고 싶을 때 언제든 환영한다는 의미로 영국, 일본, 한국에 초대장을 보내놓고 노르웨이, 스위스 또는 뉴질랜드 같이 서방 동맹을 통상적으로 따르는 국가들에게는 협력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미국이 참여국을 매수하고 빼낼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그룹 내에서도 탈퇴는 여전히 위험요소다. 어떤 방식이든 연합에겐 강력하고 구속력 있는 약속 메커니즘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도 가장 쉬운 기술적(정치적으로는 어렵지만) 방법은 자금, 인재, 인프라 액세스 등 자원의 대부분을 탈퇴자가 간단히 되가져갈 수 없는 방식으로 사전에 약속하는 방식일 것이다. 연합 밖에 있는 기타 중견국들은 연합 구성원보다 한 단계 낮은 액세스 보장을 대가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지만 의사결정 과정을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이들에게 완전한 투표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추진 기구

일단 연합이 구성되고 나면 실제 조직 형태는 무엇이 될 것인가? 민간기업, NGO, 정부 기관, 아니면 일종의 컨소시엄이 될 것인가? 대답은 '그렇다'이다. 연합은 이 모든 요소가 필요할 것이다. 즉, 연합은 민간 기구로서 레거시 기업들의 컨소시엄에서 자원을 끌어내고, 별도의 임명된 사람들을 통해 정부기관들과 협력해야 할 것이다.


중견국 연합에겐 순수한 민간 부문의 선도 기업들에만 의존할 여유가 없다. 미국에서조차 AI 개발사 및 그들의 의사결정에 있어 정부의 개입이 더 강력해지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으며, 애초에 미국은 활기차고 자본이 풍부한 민간 생태계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중견국 연합은 미국 수준의 시장 구조를 갖추지 못했으며 시간적인 여유도 없다. 중견국 연합 내의 어떤 벤처 시장도, 혹은 그들 모두를 합친다 하더라도 이 규모의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는 없다. 부담의 대부분은 각국의 재무부로 넘어갈 것이다.


한 국가에 상장된, 그것도 보조금과 이윤만 쫓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투기적 성격의 민간 기업만으로는 필요하게 될 종류의 정부 지원을 이끌어낼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진정으로 미국이 AI를 국가안보의 하위요소로 활용하는 미래를 직면하게 될 경우, 유럽이 마침내 민간 부문의 프론티어 선도 기업을 설립하여 운영할 때쯤이면 미국은 이미 자국 AI 개발사들의 연성 국유화를—기업의 지분을 확보하고 그 기업을 자국의 정보기관과 깊이 연계시켜—더욱 진전시킨 후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민간 부문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경쟁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다. 이 프로젝트는 중견국 연합 회원국들의 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각국의 안보 당국은 전폭적으로 지원해 프로젝트를 보호해야 한다. 무역 당국은 공급망을 확보를 지원하고 재무 당국은 향후 우리가 필요로 할 다양한 지출에 자금을 조달하고 보증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연합이라는 더 넓은 지정학적 무게감이 필요하다.



구조


프로젝트 자체를 실행하기 위한 조직은 사기업같은 구조를 가져야 한다. 탁월하게 입증된 연구 감각, 거대한 조직을 설립하고 확장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자금 제공자들과의 소통—이 프로젝트의 경우 주로 여러 정부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선택된 매우 강력한 리더십 그룹이 필요하다. 이 공동 창립자들 아래의 구조는 오늘날 가장 성공적인 프론티어 AI 개발사들과 대체로 유사할 것이다. 우리에겐 새로운 형식을 실험할 여유가 없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프론티어 AI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구조이기 때문에 만약 우리가 큰돈을 건다면 우리는 이 구조로 가야 한다. 나는 이 조직이 어디에 본사를 둘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어려운 협상의 결과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인재 확보에 유리하고 단일 국가의 영토에 집중될 경우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여러 도시에 분산될 것이다. 이것은 또한 테크 생태계에 미치는 자극 효과나 급여 및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세수 같은 프론티어 AI 프로젝트의 부수적 효과를 분산시키는 이점도 있다.


이 조직 내로 관심 있는 국내 선도 기업의 기존 팀들을 차출하고 흡수할 수 있지만 그들의 기존 구조를 거의 존중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미스트랄Mistral 및 코히어/알레프 알파Cohere/Aleph Alpha 같은 조직뿐만 아니라, 블랙포레스트랩스Black Forest Labs 또는 일레븐랩스ElevenLabs와 같은 다양한 전문분야 선도 기업들은 가치 있는 인재와 초기 전문지식이 모여있는 집단이다. 하지만 그들의 기존 구조에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절대 안 된다. 유감스럽게도 이 회사들은 프론티어 레벨에 근접하지 못했으므로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들을 불충분한 모델로 간주해야 한다. 더 중요한 점은, 이들 기업이 최고 인재들을 끌어들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상위 연구 인재들은 자신들이 이미 실패한 플레이어라고 인식하는 기업들을 대해 믿음을 갖지 않을 것이다. 좋든 싫든 중견국 AI의 레거시 브랜드들은 신뢰를 잃었으므로 프론티어 AI 프로젝트의 기반이 될 수 없다. 보유할 가치가 있는 구조, 지식재산(IP), 데이터 및 팀 등 필요한 부분은 대략 절반 정도일 것이며, 이를 현재 가치로 매수하는 비용은 아마도 250억 달러(37조5000억 원) 정도 될 것이다.


이 조직에는 대규모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고 공공정책, 안전 및 국가안보에 대한 접근방식에서 정부의 관심에 부응해야 하므로, 민간 조직을 보완할 정부 구조가 있어야 할 것이다. 관료주의적 무기력이 프로젝트를 끌어내려 정부 주도 사업으로 변질시키지 않도록 이 구조는 조직 자체의 기술적 운영과 완전히 분리되어야 한다. 내가 제안하는 것은 참여하는 각 국가가 '프로젝트 차르'를 지정하는 것이다. 차르는 장관급 국내 정책 인사로서, 프로젝트의 실행 가능성을 확신하고 자국의 국내 정치 제도를 다루는 데 능숙한 인물이어야 한다. 이러한 차르들에게는 세계 최초의 AI 안전 연구소가 된 영국의 태스크포스와 유사한 형태와 구성의 프론티어 정책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우수한 팀이 제공된다. 차르와 그들의 팀은 프로젝트와 이를 구성하는 정부 사이의 연락책이다. 그들은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고, 기술 언어를 정부 언어로 또는 그 반대로 번역하며, 협상불가한 정책적 의무와 부딪힐 때 프로젝트 측을 이해시키고, 정부가 진전을 저해할 것 같을 때는 정부를 설득한다. 이는 이 프로젝트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만약 정부의 연결 고리가 잘 작동한다면 정치적 반발을 억제하고 탈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자본 조달


일단 이 조직이 존재하게 되면 충분한 자금을 갖추어야 한다. 도전 과제에 대한 현실적인 감각을 제공하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해 정보에 기반한 추정치를 제시하겠다.


대략적으로 추산할 때 이 프로젝트에는 4년 동안 5000억 달러(750조 원)가 소요될 것이다.


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간단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어렵다. 재무 당국들은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고 중견국의 부채 수용 능력은 여전히 크다. 제품은 결국에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재무 당국, 연기금, 국부펀드 등은 민간 부문의 투자를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전면적인 자금을 제공하기 위한 입법적, 행정적 방법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궁극적으로 상당한 민간 부문 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중견국의 레거시 산업들은 막대한 현금 보유액과 AI의 수혜를 받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으며, 기부금에 대한 대가로 독점적 액세스 권한, 제품의 미세조정 및 그 이상의 혜택을 제공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합은 풍부한 민간 자금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재무 당국이 초기 4년간의 비용 대부분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자본 조달 방식의 장점은 에어버스Airbus의 전략적 소유권 모델이다. 공공부문이 모든 초기 전략적 위험을 감수하지만 그 대가로 결과물인 프론티어 AI 개발사 또한 소유하게 된다. 프론티어 개발사는 상당한 가치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 프로젝트가 창출할 수 있는 국가 지분은 나중에 정부 재정에 엄청나게 유용할 것이다. 사실상 이 프로젝트는 단지 순전한 돈 낭비에 그치는 대신 변동성이 크고 과도하게 집중된 국부펀드를 설립하는 것과 같다.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개발사는 전략적으로 수용 가능한 민간 소유 수준에서 유럽 시장에 부분적으로 민영화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체적인 소규모 기업공개(IPO)에 관심이 있는 국가의 재무 당국에 뒤늦게나마 현금을 돌려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일찍 지분을 회수하는 것에 대한 제한은 일종의 약속 메커니즘이 된다. 우리와 함께 프로젝트를 끝까지 추진하지 않으면 초기 투자금을 잃는다는 것.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전체 비용은 상당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다. 이는 독일 같은 국가들이 과거에 특별 부채 패키지를 통해 떠맡았던 것과 다르지 않으며 훨씬 더 광범위한 연합에 분산될 것이다. 세부사항으로 들어가진 말자. 이것은 즉시 실행 가능하지만, 오직 치러야 할 기회비용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판단하는 지도자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컴퓨팅 자원

프론티어 AI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자원이 극도로 많이 소모되는 작업이다. 필요한 컴퓨팅 파워의 확장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을 탄생시켰고,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프라 추진 사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중견국들은 종종 이러한 노력의 일부를 비켜갈 수 있다는 유해한 환상에 빠지곤 했다. 예를 들어 어쩌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발견할 수도 있다거나 '세계 모델world model'(비록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것 같지만)에서 진전을 이룰 수도 있다고 믿는 것이다. 아미Ami와 로제로LawZero와 같은 유명한 AI 개발사들에 의해 구체화된 이러한 희망들이 전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을 수도 있고 찾지 못할 수도 있으며, 가장 중요한 과제의 최전선에서 경쟁력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또한 그들은 구조적인 불이익에 직면해 있다. 파격적인 접근방식이 존재한다면 모든 인재를 갖추고 컴퓨팅 자원이 풍부한 프론티어 개발사가 그것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베팅은 광범위한 포트폴리오의 좋은 일부분이지만 여기서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내용에는 불충분하다.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것은 회의적인 정책 입안자와 보수적인 재무 당국도 이해할 수 있는, 전략적 보상으로 가는 명확한 경로를 가진 프로젝트다. 프론티어 레벨에 도달할 수 있다고 우리가 알고 있는 패러다임은 단 하나뿐이며, 그것이 우리가 선택할 패러다임이다.



가격표


이 프로젝트가 현재의 패러다임에 근접한 어떤 것에서든 경쟁하려면 프로젝트에는 컴퓨팅 자원이 필요할 것이다. 대략적인 수치를 벤치마킹할 두 가지 지표가 있다. 첫 번째는 좋은 소식이다. 이 프로젝트는 대체로 실행할 추론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같은 기간 동안 미국 AI 개발자보다 다소 적은 양을 필요로 한다. 미국의 개발사들은 거대한 시장에서 훈련과 수익성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당분간 자유롭게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의 지출을 이 프로젝트의 비용과 비교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은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충분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지만 중견국 프로젝트는, 특히 초기 단계에선 그렇지 않다.


다음은 나쁜 소식이다. 키미Kimi K2 또는 딥시크R1과 같은 중국 모델의 훈련 비용으로 자주 언급되는 수치들 역시 대단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 2025년에 모델의 '최종 훈련' 실행에 수백만 달러만 소요된다는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세 가지 요인이 프론티어 모델의 실제 '사전 훈련' 실행을 넘어 컴퓨팅 자원 소비를 대폭 증가시킨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자체 개발한 코딩 에이전트를 내부적으로 운용하는 필요한 컴퓨팅 자원, 프론티어에 도달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연구개발(R&D) 실험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 그리고 2025년 이후로 비용이 훨씬 비싸진 대규모 '사전 훈련' 및 '사후 훈련'을 위해 훨씬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한다.


나는 이 다음에 이어지는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논의의 전문가는 아니다. 따라서 내가 제시하는 수치들이 많이 빗나갈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전략적 차원에서 이를 파악하는 데에는 충분하다고 자신한다. 나의 최선의 추측은 이렇다. 이 프로젝트는 한 미국 대형 AI 개발사의 현재 구축이 예정된 컴퓨팅 인프라만큼을 필요로 할 수 있다. 프로젝트는 해당 개발사보다 추론 작업이 적게 필요하지만 아마도 연구개발은 더 많이 필요로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AI 개발사들이 이미 계획된 것을 넘어 향후 몇 년간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추가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 가정 하에 프로젝트는 4년간의 구축 기간 동안 최소한 대략 5~6기가와트(GW)의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에 해당하는 블랙웰Blackwell급 칩 300만 개 정도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 구매하여 어느 정도 안전한 데이터센터에 투입하는 데 2750억~3000억 달러(412~450조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같은 칩에 대해 지불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해 미국 AI 개발사들보다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관련 전문지식 확보에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며, 이미 치열해진 컴퓨팅 자원 확보 경쟁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횡적 협력


이러한 컴퓨팅 자원을 온라인으로 확보하는 방법에 대한 보고서는 이미 몇 차례 작성된 바 있다. 카네기재단Carnegie Endowment의 내 동료들은 지난 6월 중견국의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관한 종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다른 사람들도 이 주제에 관해 훌륭한 연구를 수행했다. 짧게 요약하자면, 각기 다른 이유로 컴퓨팅 자원 구축에 뛰어난 중견국들의 조합을 선택하고 그들 각각에서 공격적인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다. 최대한 일찍 실제 작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후보지 국가들과, 병목 현상에 부딪히지 않고 필요한 컴퓨팅 자원의 깊이를 실제로 확보할 수 있도록 폭넓게 전개할 수 있는 후보지 국가들의 조합을 추구해야 한다. 컴퓨팅 인프라 구축 국가 목록은 정치적 고려에 따라 좀 더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몇몇 국가의 재무 당국들은 투자가 자국 내에서 이루어지기를 원할 것이고, 몇몇 국가는 국가안보 문제로 국내에 안전한 데이터센터를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그저 산업용 메가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다. 어렵기는 하지만 중견국들은 과거 위기의 시기에 이러한 종류의 어려움을 헤쳐나갔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 2022년의 가스 쇼크 때, 님비(NIMBY) 현상이 심하고 인프라 투자가 부실하기로 유명한 독일은 10개월 만에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건설해 냈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에너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중견국 중에는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가동시킬 수 있는 사용 가능한 에너지 솔루션이 여전히 존재한다. 호주, 스칸디나비아, 그리고 이베리아 반도의 재생에너지 믹스가 있고, 프랑스, 핀란드, 어쩌면 한국이나 일본의 원자력 주 전력망 용량도 있다. 또한 독일과 어쩌면 영국의 탈산업화된 고전력 구역도 있다. 컴퓨팅 자원을 이들 사이에 분산시키면 전력망 내 발전 용량의 부족이 즉각적인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는 전력망과 전체적인 에너지 공급에 부담이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부분적으로나마 독자적인 용량을 구축하여 이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나는 에너지 운영 비용으로 30억 달러(4조5000억 원) 정도를, 그리고 전력망 개선 및 발전 용량에 추가로 100억 달러(15조 원)를 계산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는 동안 클러스터가 가동되기 전에 사용할 수 있는 임대용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다. 특히 두 가지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하나는 정부 소유의 슈퍼컴퓨터를 통합하여 현재 이를 사용하는 연구 생태계에서 벗어나 우리 프로젝트에 맞게 용도를 변경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물 GPU 시장을 뒤져서 사용 가능한 임대 물량을 찾아내는 것이다. 슈퍼컴퓨터를 차출 및 임대하고, 경쟁 시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컴퓨팅 자원이 무엇이든 임대하여 시작일을 앞당기는 과정에서 추가로 250억 달러(37조5000억 원) 정도가 지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임대형 프론티어 컴퓨팅은 매우 비싸서, 앤트로픽 단독으로만 해도 xAI의 콜로서스 클러스터를 임대하는 데 한 달에 12억5000만 달러(2조 원)를 지불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연구원들은 첫날부터 업무를 개시할 수 있으며 대형 프론티어 AI 개발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R&D 컴퓨팅 자원으로 순조롭게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칩 조달


믿기 어렵겠지만 위에서 말한 방법은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그나마 쉽게 얻는 방법이다. 어려운 부분은 미국의 개입 없이 칩을 구매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관성 없는 정책 결정이라는 놀라운 위업을 달성할 능력이 있지만 확실히 트럼프 행정부조차도 프론티어 모델의 수출 통제를 결정하는 동시에 미국 바깥에서 동일한 프론티어 능력을 창출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목표로 하는 중견국 프로젝트에 프론티어 칩을 무제한으로 수출하는 걸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칩의 수출 통제는 매우 쉽다. 미국 내에 충분한 구매자가 있고, 관리 당국이 제기능을 하고 있으며, 공급망은 전적으로 한 미국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으로 컴퓨팅 자원을 수출하는 것에도 동일한 우려가 적용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그 흐름을 제한하는 데 주저해 왔다. 그 이유는 미국이 중국에 수출 제한을 강하게 걸 경우 중국 업계가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는 수출하면서도 동맹국에는 수출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중국으로 칩이 수출되는 주된 비공식적 이유는 엔비디아가 돈과 다양한 고객 풀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이유는 중견국들에게도 적용되며 중견국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만약 엔비디아가 중견국 프로젝트를 마음에 들어 한다면, 어쩌면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가 수출 방해를 유보하도록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칩 액세스의 문제에는 AI 모델에 대한 액세스 차단과 불편한 유사성이 존재하지만 차이점도 있다. 칩은 프론티어 모델과 동일한 방식으로 직접적으로 해롭지 않기 때문에 도매금으로 위험성을 평가하기가 더 어렵다. 칩 수출이 위험할 것이라 믿는 것은 프로젝트 자체의 성공을 믿어야 하는데 나는 많은 미국인들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리고 물론 엔비디아는 예를 들어 앤트로픽보다 현재 정부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더 크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어느 시점에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 또는 엔비디아가 모든 프리미엄 고객을 동시에 만족시킬 만큼 칩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일단 우리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시작하면 미국 정부는 안보적 영향에 대해 재고하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만약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선진화된 AI 역량의 확산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한다면 그들은 신속하게 추가 컴퓨팅 수출을 중단시키기 위한 활동을 벌일 수 있다.



강압 방패


바로 이 대목에서 중견국 자체의 반도체 공급망 영향력이 발휘된다. 정상적인 조건에서 초크포인트는 제한적인 용도로만 사용된다. 하지만 우리 프로젝트에서 반도체 공급망의 초크포인트는 강압에 반대하는 방패로 사용될 수 있다. 만약 미국이 프로젝트에 대한 칩 판매를 중단하려고 시도한다면 프로젝트 측에서 미국이 AGI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원—EUV 장비, 원자재, (동아시아가 합류할 경우) 메모리 칩—을 수출 제한하는 것이다. 나는 두 가지 이유에서 이 전술이 ASML 하나만을 두고 하는 공갈보다 더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이 전술은 모든 중견국의 광범위하고 연합 차원의 동의가 있는 상황에서 전개되며,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업스트림 반도체 투입에 훨씬 더 직접적으로 의존하는 엔비디아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전개된다면 이 '강압 방패'는 엔비디아를 미국 내의 우리편 지지자로 만들 수 있다. 이는 수요 독점과 공급망 병목 문제를 피하고 싶어하는 엔비디아의 소원을 충족시켜주고, 칩 시장 붕괴를 막는 방안을 분명히 보여주며, 계속해서 칩을 판매할 수 있는 쉬운 탈출구를 보여주는 것이다.


요구사항 자체도 대단치 않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해야 할 일은 미국의 칩이 우리 프로젝트로 수출되는 것을 계속 허용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길이라고 미국을 설득하는 것뿐이다. 미국 국내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입도 필요하지 않다. 미국도, 연합도 홀로 완결된 반도체 공급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그 사실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적어도 기존의 불편한 상호 액세스를 유지할 확률을 높인다. 근본적으로 강압 방패는 미국이 자국이 AI에서 앞서 있다고 생각할 것이며 이에 따라 유럽의 이 프로젝트를 자체 AGI 공급망에 대한 리스크라고 판단하기보다는 그냥 무시하고 용인하리라는 가정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 방식이 통할 수도 있지만 매우 위험한 베팅이다. 강압 방패는 연합이 미중(美中) 대립을 이용하는 등을 통해 반도체 칩을 확보하기 보다는 회원국들이 제공하는 최선의 기여분을 프로젝트 자체를 보호하는 데 사용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이 프로젝트가 전면적인 '올인'임을 보여주는 또 다른 방법이다. 중견국의 모든 AI 자산을 여기에 털어넣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강압 방패가 없다면 이 프로젝트는 출범할 칩을 확보하기도 전에 미국의 압력에 의해 무너질 것이다.

인재

일단 칩을 확보하고 나면 프론티어 모델을 만들기 위해 그 칩을 어떻게 사용할지 아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 유형의 인재가 중요하다. 창립자들로 구성된 선도 그룹은 프로젝트에 강한 일체감을 느끼는 진정으로 특출한 인재로 구성되어야 하며, 더 큰 그룹의 엔지니어들은 과업의 수준에 부합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대체로 전직 프론티어 AI 개발사 직원들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산업 스파이로서의 인재


후자의 부분은 필수적이며 자주 오해를 받는다. 타 AI 개발사 출신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단지 훌륭한 엔지니어를 참여시키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자주 활용되는 형태의 어느 정도 합법적인 산업 스파이 행위다. 업계에서 선도적인 연구원들이 다른 팀으로 옮기는 일은 현재의 미국 프론티어 AI 개발사들이 항상성을 유지하게 만든다. 그들은 자신들의 업무를 가지고 가서 새로운 고용주 회사에서 이를 적용하며, 어떤 비밀도 아주 오랫동안 비밀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 사실 속에는 중견국들을 위한 희망의 원천과 데드라인이 동시에 존재한다. 백지상태에서 시작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희망의 원천이다. 뛰어난 역량을 갖춘 연구원 조직을 설득해 데려올 수 있다면 그들은 많은 준독점적인 기술을 전개하여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데드라인이기도 한 이유는 이 채널이 곧 닫힐 수 있기 때문이다. AI 개발사들은 점점 더 고립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배치된 AI 시스템의 발전은 정보 교환을 덜 필요하게 만든다. 따라서 연구원을 스카우트하는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질 것이다.



채용


성공적인 채용의 근본적인 논리는 매우 단순하다. 인센티브 구조 분석은 생략하고 그저 포괄적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하겠다. 프론티어 AI 개발사 연구원을 채용하려면 흥미로운 과제, 그들이 믿을 수 있는 미션, 그리고 합류하는 것이 자살 행위라기보다는 매력적으로 느껴질 만큼 충분히 높은 보상이 필요하다. 후자의 부분은 개념적인 측면에서 가장 쉽다. 미국 AI 개밸사에서 받는 것만큼 그들에게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유럽 프로젝트는 미국의 AI 회사보다 IPO 전망이 훨씬 낮기 때문에 미국에서 주는 스톡옵션만큼의 추가 보상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프로젝트를 위해 충분한 시니어 인재를 빼오는 데 드는 비용이 대체로 메타가 최고급 연구원들에게 지불하는 비용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한다. 개별 시니어 인재에 대한 급여 패키지는 수천만 달러(수백억 원)에 달할 것이고 신속 처리 비자와 같은 필수적인 혜택이 더해질 것이다.


이 프로젝트 전체에서 인건비는 3단계에 걸쳐 약 650억 달러(97조5000억 원)에 이른다. 독자들께서는 이에 대한 나의 추정을 수치 그 자체보다는 그 자릿수(규모)에 대한 것으로 너그럽게 보아주시기를 바란다. 첫째, 아마도 7명 정도로 참여 국가들에 걸쳐 분포된 창립자 그룹이다. 이들은 현재 프론티어 AI 개발사를 공동 창립할 역량이 있고 지분을 통해 장부상으로 부유한 수준이다. 그들이 AI 개발사를 떠나는 것을 합리적으로 만들려면 각자에게 수억 달러(수천억 원) 규모의 보장된 패키지가 필요할 것이며, 이를 모두 합치면 25억 달러(3조 7500억 원) 가량 될 것이다. 둘째, 메타의 스카우트 조건인 인당 연간 500~800만 달러(75~120억 원)를 받는 150명가량의 시니어 연구 조직이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각각 수천만 달러(수백억 원)가 소요될 것으로, 4년의 구축 기간 동안 100억 달러(15조 원)가 들 수 있다. 셋째, 아마도 3000명 정도의 기술진이다. 이는 수천 명 중반대에 이르는 프론티어 AI 개발사보다 적지만 프로젝트가 아직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 관련 기능들 때문에 정당화될 수 있다. 프로젝트를 위한 인재 채용은 프론티어 AI 개발사의 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할 것이다. 우리에겐 IPO도 없고 미끼로 던질 지분도 없기 때문에, 미국 AI 개발사들이 주식으로 지불하는 것을 현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이들 전체 노동자 고용 비용은 아마도 400억 달러(60조 원) 정도가 될 것이다. 또한 각 채용자가 들어오면서 포기하는 프론티어 AI 개발사의 미가득주식을 사들여야 하는데 이에 대해 최소 100억 달러(15조 원)가 선불로 더 들 것으로 예상한다.


직원들이 헌신할 수 있는 임무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관해서, 나는 그것을 만들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존경받는 리더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그들을 채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구원들은 프로젝트의 성공이 그 리더들의 연구에 대한 감각, 그리고 리더들이 얼마나 그 감각에 따라 행동할 재량이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올바르게) 간주한다. 따라서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계는 이러한 리더들에게 접근하는 게 될 것이다. 나는 어느 정도 애국심을 갖고 있으며 새로운 도전을 찾고 있는 중견국 국민들이 많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연합이 그들의 작업을 가능하게 하고 그들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진정한 약속을 가지고 그들에게 접근한다면 그들은 기꺼이 합류하는 데 관심을 가질지도 모른다. 거기서부터 창립자들은 AI 연구계에서 프로젝트의 주요 홍보대사가 된다. 그들은 프로젝트의 비전을 홍보하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전달하며, 팀원들이 동참하게 만든다.



인공 인재


2027년 프론티어 AI 개발사의 노동자 대부분은 인간이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될 것이다. 이미 지금도 이러한 AI 에이전트들은 AI 개발사에서 코드 작성 및 실행, 연구 결과 소통, 양식 작성 등 대부분의 실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인간 인재는 주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회의에 참석하며, 페이블 모델이 차단되었을 때 오퍼스 모델로 다시 전환하는 일을 담당한다.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 이러한 AI 에이전트들에 대한 액세스 권한을 얻는 것이 채용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될 것이다. 이미 앤트로픽은 프론티어 LLM 개발을 위해 자사의 가장 진보된 모델을 사용하는 걸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앤트로픽의 경쟁사들도 그 뒤를 따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터무니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자체 프론티어 모델을 갖추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시작부터 자체 프론티어 코딩 에이전트 또한 갖추지 못할 것이다. 이는 그 진행을 대규모로 늦추며 결과적으로 비인간 노동력 부분에 상당한 제약을 가하게 될 것이다.


다행히 이 문제는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스스로 해결될 것이다. 일단 자체 코딩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나면 이를 내부적으로 배치할 수 있으며, 바라건대 외부 의존성이 줄어들 것이다. 덧붙여 이는 소버린 프론티어 AI 개발만이 유일하게 안정적인 소버린 프로젝트가 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이다. 영원히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쓰면 프론티어 레벨에서 누적되는 이득을 따라잡을 수 있는 충분한 내부 코딩 에이전트를 결코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코딩 에이전트에 대한 액세스를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어쩌면 오픈AI는 당분간 앤트로픽보다 경쟁사를 덜 방해하는 성향으로 브랜딩하기를 원할 수도 있고, 따라서 대규모 코딩 에이전트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또는 미국 정부가 프로젝트가 실제로 성공할 수 있음을 알아차리기 전인 1년차 정도에는 우리가 단순히 매력적인 거래 구조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컴퓨팅 자원을 충분히 확보해낸다면 해외 AI 에이전트 중 일부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제안할 수도 있으며, 이는 미국의 AI 개발사들이 우리에게 액세스 권한을 부여하도록 하는 재정적인 인센티브를 더욱 높일 것이다. 막대한 프리미엄을 지불할 것을 예상하며, 우리는 첫 18개월 동안 해외 AI 에이전트에 30억 달러(4조5000억 원)를 지출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살아남기

이 모든 자산이 제자리를 찾으면 프론티어 시스템을 향한 등정이 시작된다. 어느 쪽이든 그 과정은 느리고 힘들 것이다. 미국의 컴퓨팅 자원과 코딩 에이전트에 무제한으로 액세스할 수 있다면 약간 더 빠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훨씬 느릴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클러스터가 가동된 지 몇 달 이내에 프론티어 레벨에서 몇 달 뒤처진 최초의 초보적인 모델이 생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모든 일이 잘 풀린다면 출시 후 대략 2년 이내에 프로젝트가 실제로 프론티어 모델을 배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기간 동안 이 프로젝트는 정치적으로 취약하다. 초기의 동기부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해질 것이다. 연합 구성국가들은 탈퇴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기술로서의 AI 그 자체는 점점 더 인기를 잃을 것이고 AI가 노동에 미치는 영향과 오용의 위험이 드러날 것이다. 프론티어 AI 모델 그 자체가 자국 유권자들을 두렵게 하는 대상이라면, 기여하는 모든 국가가 프론티어 레벨에 도달하는 데 자국의 자원이 흘러 들어가는 기꺼워하진 않을 것이다. 이러한 위협에 대한 대응을 세부적으로 계획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전체 프로젝트 과정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이다. 프로젝트에 자본이 풍부할 경우 순진한 대응책은 사전에 그들을 매수하는 것이다. 개별 가정에 미치는 에너지 가격 상승을 제한하겠다는 약속, 프로젝트의 진행에 의해 비대칭적으로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직접적인 'AI 배당금', 컴퓨팅 인프라 구축이 기성 산업의 이익과 충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산업용 전기 보조금, 그리고 데이터센터 설립에 대한 반발을 방지하기 위한 해당 지역 직불금 혜택 등이다. 정치적인 보호막을 구축하는 데 사실상 800억 달러(120조 원) 규모의 '뇌물' 패키지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 목록의 많은 투자들과 마찬가지로, 어차피 이것들은 일부 중견국들이 고려해 왔던 (어느 정도 정당화 가능한) 정부 투자 옵션이기도 하다. 중견국들이 코로나19나 에너지 위기로부터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지출한 수천억 달러와 나란히 비교해 보면 이 정치적 방어막에 드는 비용은 적절한 수준으로 보인다.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다른 대응책은 이 프로젝트가 미국 AI 개발사들보다 정치적으로 훨씬 더 나은 호소력을 지니리라는 점이다. 프로젝트는 소비자 시장이나 투자자 스토리텔링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경제적 압박에 직면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 민간 개발사들과는 달리 가장 사회적으로 악영향이 크고 정치적으로 취약한 응용 분야들(예: 노동시장의 빠른 위축, 중독적인 이용 사례, 또는 아동 안전 문제)에 연루될 가능성이 낮다. 우리에겐 이 두 가지 장점을 활용하면서 훌륭한 PR 활동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미국의 AGI 프로젝트보다 구조적으로 덜 취약하리라는 희망은 어느 정도 존재한다.



제품화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하면 마침내 프론티어 AI 시스템을 얻게 된다. 그것은 약 3개월 동안만 도움이 된다. 하지만 미국 AI 개발사들은 단지 프론티어 AI 연구소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 시장에 깊숙이 진출해 있고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광범위한 비즈니스 계약 명단을 보유한 정교하고 역량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프론티어 모델 구축이 실행 가능한 이유는 선두에 섬으로써 얻는 수익이 엄청나고 이를 프론티어 레벨을 유지하는 데 재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유럽 기업도 동일한 시장이나 정교함을 사용할 수 없다. 사실 미국 외의 기업들이 미국 수준으로 규모를 확장하려다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우선, 프로젝트는 미국 모델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아마도 불가피하게 연합 정부들과 높은 보안등급을 요하는 민간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주요 프론티어 AI 공급자가 될 것이다. 연합은 한 발 더 나아가 미국 모델을 이용할 수 있는 경우에도 민간 부문이 자국의 프로젝트 모델을 사용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보호주의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다. 거기에는 어느 정도 경제적인 위험이 따르지만 이는 연합의 핵심 산업 역량과 프로젝트 사이의 긍정적 피드백 루프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진정으로 야심 찬 AI 프로젝트가 없다면 이는 기업들이 수준 이하의 경제적 자원을 사용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에 재앙을 가져오게 된다. 하지만 만약 프로젝트 자체가 성공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될 곳에 대한 특권적인 액세스는 프로젝트를 현실성 있는 경제적 주체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만약 프로젝트가 유용한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시작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 프로젝트는 변덕스러운 미국과 널리 불신받는 중국의 대안들에 맞서 경쟁하게 되므로 뚜렷한 이점을 가진다.


그 모든 것 역시 그 자체로 난제다. 성공적인 프론티어 AI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것은 프론티어 모델을 구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초기에는 예측 가능한 미래 동안 프로젝트와 프론티어 AI를 계속 제공할 수 있는 역량에 보조금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해야 하며, 이를 대대적인 경제적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된 필수 방위산업체에 대한 값비싼 투자로 간주해야 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잠재력은 여전히 높다. 잘 수행된다면 이 프로젝트는 미국 개발사들보다 더 큰 정치적 정당성을 가질 것이며, 미국과 중국보다 국제적 신뢰도도 더 높을 것이다. 중국과의 맹렬한 경쟁과 국내 정치적 반발이 미국 AI 개발사들에게 가장 큰 위험이라고 생각한다면, 프로젝트를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저 생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쟁에서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

미봉책

흔한 명언들은 달을 겨냥하여 쏘면, 빗나가더라도 최소한 별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AI 분야에서는 달을 겨냥해 쏘다 빗나가면 보조금이나 쫓는 패스트 팔로워로 전락하게 된다. 소버린 프로젝트가 프론티어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서두에 제시한 난제들에 대한 대응으로서 추구할 가치가 아예 없다.


위에 열거한 모든 제안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은 대개 '음, 이건 좀 과한 것 같은데'일 것이다. 그런 반응에 깔린 정서는 이럴 것이다. '네, 저희는 주권에 관심이 있고 동원할 수 있는 지출도 있습니다만 이 제안은 분명 급진적인 출발점이고요, 여기서 제시하는 비용의 일부만으로도 실제로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운영되는 방식이 이런 태도의 전형이다. 유럽연합은 기가팩토리 또는 프론티어 AI 이니셔티브와 같은 좋은 아이디어들을 가져와서는 물타기를 거듭해 더는 야심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만들었다. 그 어떤 경우보다도 프론티어 AI에 관해서는 그런 충동은 치명적이다. 스스로 프론티어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정직하게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야심만만한 버전을 수행하거나, 아니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오늘날 선두 그룹에 속하지 못하는 AI 개발사들의 면면을 보면 1등을 하지 못한 결과가 얼마나 불만족스러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부는 단기적인 수익 면에서 잘해내고 있지만 그들 중 누구도 심지어 자국에서조차 진정한 전략적 자산의 지위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소버린 AI 프로젝트에서 자주 거론되는 대안은 대신 '패스트 팔로워'를 만드는 것이다. 패스트 팔로워는 프론티어 레벨에서 일정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뒤처져 있는 AI 회사를 의미한다. 중국의 개발사들과 유럽의 미스트랄이 이를 목표로 시도해 왔는데 각자 그 성공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패스트 팔로워 전략은 근본적으로 매우 다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은 가시적인 프론티어가 존재할 것이고, 몇 달이라는 안정적인 거리를 두고 그것을 추격하는 것이 비용효율적일 것이며, 그 전략의 결과물인 모델이 유용하리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처음에 살펴본 페이블 시나리오를 다시 생각해 보라. 그것은 미국 안보기관이 치명적인 프론티어 역량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아주 제한적으로만 분배하며, 그 역량이 중요하고 필수적인 경제 및 전략적 기능의 핵심자원이 되는 세상이다. 페이블 시나리오가 사실이라면 패스트 팔로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프론티어 레벨은 닿을 수 없을 만큼 멀리 있으며 모방하기 어렵고, 2등은 아무런 위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페이블 시나리오가 잘못됐다면 굳이 국내의 패스트 팔로워는 필요하지 않다. 프론티어 레벨의 AI에 대한 액세스가 제한되지 않는다면 상술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않고 대신에 모델을 수입하고 보다 효과적인 활용 기법과 다운스트림 가치 포착에 투자하는 것이 확실히 더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론티어 AI가 더 중요해질수록 패스트 팔로워 전략은 실행 가능성이 점점 더 줄어들 수 있다. 미국 정부와 특권 있는 구매자들만 액세스할 수 있는 폐쇄된 프론티어 모델이 그 외의 모든 이들에게 점차 덜 노출됨에 따라 모방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경쟁사들은 모델을 증류distill할 수 없고, 더 이상 모델을 사용하고 성능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최첨단 모델의 형태를 추측할 수조차 없게 된다. 액세스가 제한된 프론티어가 상용화된 프론티어에서 멀어질수록 AI는 기존의 지배적인 기업들을 비대칭적으로 더욱 가속화한다. 앤트로픽의 코딩 에이전트가 외부 코딩 에이전트보다 훨씬 우수하다면 앤트로픽은 그 격차를 벌리는 데 훨씬 능숙할 것이다.


패스트 팔로워를 자체 보유하는 데에 좋은 점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중국의 오픈소스 개발자들과 같은 패스트 팔로워들은 미국 개발사들의 영향력에 약간의 타격을 입히고, 프론티어 레벨이 중요하지 않은 영역에서 모델에 대한 안전하고 보안 유지가 가능한 액세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보안이 필요한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라 접근방식을 공유하고 싶지 않은 사용처를 위해 무제한의 특화된 사후 훈련 같은 게 가능하다. 거대하게 통합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경제 정책의 문제로서 중견국의 패스트 팔로워를 장려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나는 그것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패스트 팔로워에 대한 논의들은 핵심 요점에서 근본적으로 멀리 벗어나 있다. 요점은 간단하다. 통상적으로 중견국들은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다. 중견국들은 지정학적 필요라는 이례적인 상황 아래에서 AI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극심한 위기 상황에서는 패스트 팔로워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직 프론티어 모델이 필요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 모든 것은 우리를 어떤 상황에 놓이게 하는가? 두 세계 사이일 것이다. 하나는 '확실성과 완벽한 조건 하에서 행해져야 하는 일'의 세계이다. 이 세계에서는 상술한 프로젝트만이 유일하게 가치 있는 일이며, 우리는 그것을 이루어 내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것은 여러 곳에서 동시에 대화가 시작되어야 함을 의미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연구원들은 팀을 꾸리기 위해 퇴근 후에 서로 만나고, 세계 지도자들은 G7 정상회의의 한구석에 모여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시작한다. 각국의 팀들은 행동에 나서 태스크포스를 구성한다. 중견국 출신이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AI 전문가들은 시그널Signal 대화 그룹과 구글 문서에 모여 핵심 인재들의 이름, 연락처, 펀딩 제공자, 이것이 성공할 방법 등을 수집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일은 빠르게, 그렇지만 물밑에서 이루어진다. 프로젝트는 양 끝에서 동시에 자라난다. 정부는 추상적으로 그들의 동기를 동원하여 AI 업계로 다가가기 시작하고, AI 업계는 도전과제에 부응하여 그들에게 작업할 청사진을 제공한다.


이건 우리의 세계가 아니다. 대신 우리는 정치적 현실주의의 세계,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원들이 얼마나 얻기 어려운지 잘 아는 세계에 살고 있다. 서방 세계에서 그러한 규모의 정치적 야심이 얼마나 드문지, 또한 에너지와 공공자금이 얼마나 희소한지 말이다. 그리고 고도로 안보화된, 무기 수준의 프론티어 AI라는 구체적인 미래가 여전히 얼마나 불확실한지 말이다. 그러한 세계에서 AI 주권에 실제적이고 정직한 가격표를 붙이는 것은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이 얼마나 낮은지 깨닫게 해준다.


AI 주권을 달성하려 시도하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구조적으로 보수적인 정부들에게, 여전히 고도로 투기적인 기술적 도박으로 여겨지는 것에 자국의 재정적 신뢰도와 정치적 운명을 걸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그것은 국무회의에 들어가 5000억 달러(750조 원)를 요구하는 일이다. 현실 세계에서 이러한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격분의 한숨을 내쉬며 독자들은 이 탭을 닫고 중견국 정책의 정치적 현실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전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은 뒤처져 있고 앞으로도 뒤처져 있겠지만 우리는 이 의존성을 관리할 수 있다. 우리는 액세스에 대한 거래를 성사시키고, 미국의 투자를 유치하며, 국내 산업과 해외 모델 공급업체 간의 통합을 추진한다. 이것은 도박이지만 당분간은 꽤 적절하게 헤지된 도박이다. 어쩌면 시장 트렌드가 효율적인 AI 채택자에게 유리할 수 있고 그 이득은 광범위하게 확산될지도 모른다. 중견국의 진지한 기여가 미국으로 하여금 동맹 차원의 정렬 문제를 재고하게 만들 수 있으며 미국의 AI 프로젝트는 결과적으로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도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아무리 많은 진전을 이룬다 해도 우리의 운명은 결코 우리 손에 오롯이 맡겨지지 않을 것이다. 유럽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여전히 저녁의 미국이 어떤 소식을 가져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볼 것이다. '아직 최신 인공지능에 대한 액세스가 유지되고 있나요? 우리 시스템은 여전히 안전한가요?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가동 상태인가요? 우리 시민들은 여전히 무사한가요?' 단편적 진전에 대한 우리의 자신감을 갉아먹는 그러한 불안감은 늘 함께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정말 진지했다면 그렇게 불안감에 떠는 대신 AI 프로젝트를 출범하지 않았을까?



안톤 라이히트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으로 인공지능의 지정학과 글로벌 정책을 분석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AI 중견국'이 나아갈 생존 전략과 프론티어 AI 도입 방안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포린어페어스, 워싱턴포스트 등에 관련 기고문을 썼으며 테크 지정학을 다루는 뉴스레터 Threading the Needle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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