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이 선진국의 재정난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이유

성장률이 높아져도 세수 확보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픽=PADO(생성AI 사용)

AI의 발달이 사회에 가져올 변화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사무직·전문직 직종의 위기가 가장 먼저 거론됐지만 오히려 바로 그 직전까지 가장 각광받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프로그래머)가 그보다 훨씬 빠르게 '멸종'의 위기에 처한 게 대표적입니다. 중국에서는 AI로 제작하는 '마이크로드라마'로 인해 기성 배우의 생계가 위협받을 지경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AI가 사회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변화에 대비해야 하게 됐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9월 29일자 기사는 그 중에서도 정부의 세수 문제를 지적합니다. 주로 근로소득세 위주로 과세되는 주요국 대부분의 조세 제도는 '근로'가 줄어 들 AI 시대에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한국은 법인세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지만 앞으로 AI로 인한 사회 변화가 각종 사회제도에 큰 부담을 미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만큼 우리도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것입니다.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대한 막대한 지출이 수익의 급증을 이끌었다. 지난 1년간 미국 기업의 세전이익은 1조2000억 달러(1600조 원), 비율로는 30% 증가했다. S&P 500 지수에 속한 기업들은 예상치를 너끈히 웃도는 실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그 혜택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 법인세 세수가 급감했다. 정부 재정 담당자들도 올해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긴 했다. 기업이 납부할 세금에서 더 많은 투자액을 세액공제나 비용으로 상각할 수 있게 제도가 바뀐 탓이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빅테크 기업들이 유례없이 많은 자본 지출을 비용처리하면서, 세수 감소 폭은 당국자들마저 놀라게 했다. 이번 사태는 AI가 전 세계 조세 제도를 어떻게 뒤흔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초다.


막대한 부채를 쌓아가는 여러 나라 정부에 AI는 하늘이 내린 선물처럼 보일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AI가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 경제 규모를 키울 것으로 기대한다. 경제학자 캐런 다이넌Karen Dynan, 더글러스 엘먼도프Douglas Elmendorf, 루이즈 샤이너Louise Sheiner는 최근 논문에서 AI가 미국의 국가부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모형으로 분석했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30년 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약 50% 낮아질 수 있다.


반가운 소식인가? 어느 정도는 그렇다. 하지만, 미국의 국가부채 비율은 계속 올라갈 것이며 그 상승 속도만 이전보다 느려질 뿐이다. AI가 미국 경제의 성장에 강력한 추진력을 더하더라도 2050년대에는 정부의 부채 부담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세수가 계속 지출을 따라가지 못하고, 때로는 그 격차가 수조 달러(수천조 원)에 이를 위험이 있다. AI가 재정적자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늘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문제는 AI가 정부의 과세율이 낮은 분야에서는 가치를 창출하는 반면, 과세율이 높은 부문에서는 가치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는 빠르게 팽창하는 반면 정부는 갈수록 자금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현재 각국 정부는 세수의 대부분을 노동자에게서 거둬들인다. 주로 선진국으로 구성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는 개인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이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계속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전체 세수의 약 4분의3이 노동에 대한 과세에서 나온다. 소비와 자본(기업 이익과 자본이득 포함)에 대한 세수는 이보다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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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익은 급증하는데 AI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임금을 대폭 깎는 세상에서는 이런 세수 구성이 맞지 않을 수 있다. "AI가 소득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몫을 줄이면서 전통적인 과세 기반이 침식되고 있다." 앤트로픽의 안톤 코리네크Anton Korinek와 버지니아대학교의 리 록우드Lee Lockwood는 최근 논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예일대학교 산하 예산연구소The Budget Lab는 AI가 연간 GDP 성장률을 최고 3.3%까지 끌어올리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이 경우 조세 수입은 늘어나지만 그 증가 폭은 추가 소득이 자본과 노동 사이에 어떻게 분배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예일대 경제학자들은 당분간 AI의 경제적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GDP 성장률 3.3%는 인상적인 수치지만 전례 없는 수준은 아니다. 반면 더 근본적인 경제적 전환을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싱크탱크 에포크 AI의 필립 트래멀Philip Trammell과 팟캐스트 진행자 드와르케시 파텔Dwarkesh Patel은 지난해 발표한 에세이에서 "전체 소득 가운데 로봇 소유주에게 돌아가는 몫"이 100%에 이를 가능성을 검토했다. 변화가 이처럼 극단적이지 않더라도 재정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충격의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 AI로 인해 국민소득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몫이 10%p 줄어들 경우 세수가 받는 영향을 계산했다. 호주와 한국처럼 자본에 대한 세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몇몇 국가는 비교적 타격을 덜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노동에 대한 과세에 의존하는 대다수 정부는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본지 모델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주요국인 이탈리아의 경우,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두 배 이상 확대될 수 있다(지출이 GDP 대비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한 경우). 프랑스와 독일의 타격도 이에 못지않다. 미국이 받는 타격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여전히 상당하다. 자본에 비해 노동에 상대적으로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데다, 임금과 급여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유난히 크기 때문이다.

돈 쓸 곳은 느는데

GDP 대비 세수 비율이 낮아지는 것이 반드시 나쁜 일은 아니다. 실질 GDP가 30% 늘고 실질 세수가 20% 늘어난다면 경제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아질 수 있지만 정부가 쓸 수 있는 재원은 여전히 더 많아진다. 나아가 정부가 AI를 도입할 수 있다면 그 자금을 한층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에서는 AI가 진료 일정 관리, 진단, 신약 발굴을 개선하면서 의료체계의 전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공공서비스의 황금기를 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덜 장밋빛인 결과 역시 얼마든지 가능하다. AI는 공공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동시에 서비스 제공 비용 자체를 높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정부는 세수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지는 바로 그때 더 많은 세수를 필요로 하게 될 수 있다.


한 가지 문제는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비용 질병'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처럼 AI의 생산성 효과가 가장 큰 산업에서는 임금이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좋은 일이 생산성이 그만큼 빠르게 높아지지 않는 다른 기업, 특히 공공부문에도 좋은 일은 아니다. 공공기관도 소속 노동자가 보수가 더 좋은 일자리로 떠나는 것을 막으려면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 같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다. 국가가 부유해질수록 정부 규모가 비대해지는 경향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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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공공서비스 비용을 높이면서 수요까지 늘릴 수 있다. AI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재교육과 실업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군중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보편적 기본소득을 검토하는 정부도 나올 수 있다. 본지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가 AI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소득 감소분을 보전해주려 할 경우, 세수가 900억 달러(120조 원) 줄어드는 와중에 연간 2000억 달러(270조 원)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이는 GDP의 약 10%에 달하는 재정 악화다.


조세 및 재정 제도가 이에 대처하는 한 가지 방법은 AI 도입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시키는 것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대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 국제통화기금(IMF)의 안드레아 마네라Andrea Manera, 예일대학교의 파스쿠알 레스트레포Pascual Restrepo는 미국의 조세 제도가 노동에는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면서 소프트웨어나 기계 같은 자산에는 관대한 세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자동화를 부추긴다고 주장해 왔다. 그 결과 경영진이 노동자를 기술로 대체할 유인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일부 경제학자들은 AI에 직접 과세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모델 훈련에 쓰는 연산 능력에 부과하는 '연산세compute tax'나 모델을 사용할 때마다 매기는 '토큰세token tax' 등이 그 방법이 될 수 있다. AI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커지고 있어, 이런 세금은 경제가 AI의 혜택을 누리지 못해 상당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인기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막상 거둘 수 있는 세수는 뜻밖에도 미미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미국 소비자와 기업은 AI 모델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연간 약 7000억 달러(940조 원)를 쓴다. 지난해 16조 달러(2경1000조 원)에 달한 전체 노동 비용과 비교하면 이는 매우 작은 과세 기반이다. 앞으로 AI 지출이 급증할 수 있지만 얼마나 늘어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설비 투자는 2028년부터 정체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기술 발전에 힘입어 기업들의 AI 지출이 반드시 폭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세금으로 거둘 수 있는 세수는 매우 불확실하다.


따라서 정부들은 AI 자체에 과세하기보다는 AI 붐이 창출한 이익에 과세할 가능성이 더 크다. 한 가지 선택지는 부유세다. 오는 11월 캘리포니아주 유권자들은 순자산이 10억 달러(1조3000억 원)를 넘는 주민의 순자산에 5%의 세금을 부과하는 안을 표결에 부친다. 다른 주의 정치인들도 이 구상을 반기며 아제모글루를 비롯한 여러 저명한 경제학자도 지지를 표했다. 과세 기준을 10억 달러(1조3000억 원) 아래로 낮추면 AI 붐으로 탄생하는 수백만 달러대 자산가들을 더 많이 과세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

'부자 증세'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여러 학술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유층은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본인이 직접 이주하는 방식으로 부유세에 대응한다. 부유층의 자산이 대거 묶여 있는 비상장 기업은 가치 평가가 어렵기로 악명 높아, 과세 당국이 얼마를 징수해야 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존 D 록펠러가 보유했던 비상장 기업 스탠더드 오일의 지분은 실제로 얼마의 가치가 있었을까. 이런 문제들은 부유세를 도입했던 많은 나라가 이를 폐지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1990년에는 11개 선진국이 부유세로 재원을 마련했으나 오늘날에는 단 4개국에 불과하다.


설령 AI가 비상장사의 "진정한" 가치를 산정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매우 뛰어난 AI 세무조사관이 자산의 해외 유출을 차단한다 하더라도, 부유세로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기는 턱없이 모자랄 수 있다. 지난 3월 미국 의원 일부는 순자산이 5000만 달러(670억 원)를 넘는 가구와 신탁에 연 2%의 세금을 부과하는 안을 발의했다. 순자산이 10억 달러(1조3000억 원)를 넘으면 1%를 추가로 부과하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법안 발의자들의 (지극히 낙관적인) 가정에 따르더라도 이 법안이 확보할 세수는 현재 노동세의 15%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적은 세수를 거둘 가능성이 크다. 부유세에 관한 독립적인 연구 대부분은 부유세가 경제성장도 둔화시켜 다른 세목의 세수를 줄인다는 결과를 내놓는다.


정부가 더 높은 세금을 물릴 수 있는 초대형 부자들이 AI 덕분에 훨씬 더 많이 탄생하지는 않을까? 이러한 가정이 지닌 맹점은 많은 부자가 돈을 버는 족족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일례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기업가치 2조 달러(2670조 원)를 바라보는 선도적 AI 연구소 앤트로픽의 공동 창업자 7명 전원은 재산의 80%를 기부하겠다고 서약했다. AI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개인 자산의 상당 부분이 은행 예금이나 대저택이 아닌 자선재단에 묶이게 될 수 있다. 과세할 수 있는 재산이 빠르게 늘지 않는다면 높은 세율은 그 재산을 빠르게 잠식할 것이다.


따라서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기보다 기존 조세 제도를 개편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기업 이익, 배당, 실현된 자본이득을 포함하는 자본소득에 대한 세금이 그렇다. AI가 떠들썩한 기대에 부응한다면 관련 자본소득은 실로 엄청난 규모가 될 수 있다.


한 가지 개혁 방안은 자본이득에 대한 세율을 노동소득에 대한 세율에 가깝게 맞추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미 실현된 자본이득에 일반 소득세율을 적용한다. 벨기에는 최근 금융자산에서 발생한 이득에 10%의 세금을 도입해, 그동안 이런 소득이 과세를 피할 수 있었던 허점을 막았다. 호주는 실현된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을 올리면서도 물가상승을 반영해 이득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납세자의 부담을 일부 덜어주고 있다. 네덜란드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투자 수익을 올린 것으로 간주해 유능한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기이한 조세 제도를 폐지하고, 실제 수익에 과세하는 제도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조세 제도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최소화하려면 정상적인 투자 수익을 넘는 자본이득에 과세하는 것과 균형을 맞춰 자본손실에도 그에 상응하는 후한 세제 혜택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자에서 손실을 본 사람은 그 손실을 미래의 자본이득뿐 아니라 과거의 이득이나 다른 소득에서도 공제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법인세도 세수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다. 특히 AI 경제가 기업이 투자를 위해 확보해야 하는 이익을 넘어서는 "초과이익"을 더 많이 창출한다면 그렇다. 이런 이익은 독점력, 희소한 토지, 고유한 데이터셋에서 나올 수 있다. 이론상 이런 이례적인 이익에 대한 과세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비교적 덜 저해하면서 이뤄질 수 있다. 이미 여러 나라가 2000년대와 2010년대의 흐름을 뒤집어 법인세를 올리고 있다.


AI는 또한 많은 경제학자가 가장 선호하는 세목인 소비세의 타당성을 더욱 뒷받침한다. 소비세는 회피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막대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부유층은 빈곤층보다 소비를 더 많이 하므로 소비세의 상당 부분을 부담한다. 저소득 가구는 소득 대비 소비세 부담이 부유층보다 큰 경향이 있지만 정부가 이를 보전해주고자 한다면 복지 제도를 통해 지원할 수 있다. 소득 창출에서 기계의 역할이 커질수록 과세 당국은 돈을 어떻게 버는지보다 어디에 쓰는지에 더 주목해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