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영원히 살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인간 수명의 한계를 탐구하고 있다

/그래픽=PADO(생성AI 사용)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은 종교를 비롯한 우리 주변의 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과학적, 진화론적 관점에서 죽음은 어떠한 '숙명'이라기 보단 진화 과정에서 우연히 생겨난 '부산물'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과거에 불치병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완치가 가능한 질병처럼 죽음도 극복이 가능하다고 믿기도 합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9월 15일자 기고문은 리보솜 연구로 2009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수상한 벤키 라마크리슈난이 노화를 늦추는 방법부터 죽음 그 자체를 '치료'하기 위한 과학적 노력의 현주소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근래의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면 인류가 현재의 생물학적 한계로 여겨지는 120세까지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데 그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기술적, 윤리적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오늘날에도 수명 연장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보다 겸허한 마음가짐을 권합니다. 마지막 문장이 울림을 줍니다. "삶을 각자가 참여했다가 결국 떠나는 영원한 잔치로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잔치에 잠시나마 함께할 수 있음을 행운으로 여기고 누릴 수 있을 때 잔치를 만끽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생물일지도 모른다. 다른 동물들이 지구상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함을 알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내가 아는 모든 이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유년기에 겪는 가장 혼란스러운 경험 중 하나일 것이다.


인간이 수명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한 이래, 그 지식은 우리의 문화와 종교, 철학을 형성해왔다. 우리는 끝없이 살 것처럼 계획을 세우고 경력을 쌓으며 행동하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죽음을 넘어서는 삶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종 차원에서 인류는 죽음에 맞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현대에 들어 폭력과 질병, 기근으로 인한 죽음은 과거보다 줄었다. 동시에 의학의 발전과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은 고령화 사회를 낳았다. 65세를 넘는 인구의 비중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이들을 부양하는 생산연령인구는 줄고 있다. 따라서 노화를 이해하는 것은 시급하고도 실질적인 과제다. 노화의 영향을 늦출 수 있다면 고령자들은 더 오래 건강하고 자립적이며 생산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중보건상의 절실한 필요와 함께 오랜 꿈도 존재한다. 노화를 늦추는 데 그치지 않고 완전히 극복하려는 시도에 자금을 대는 테크업계 억만장자가 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궁극적으로는 불멸에 가까운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가능하기는 할까? 이러한 시도로 과학자들은 생명 자체의 가장 큰 수수께끼 중 하나를 추적하고 있다. 인간이 반드시 죽어야 할 생물학적 이유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그런 이유가 없다면 우리는 언젠가 영원히 살 수도 있을까?


[새로운 PADO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카톡으로 알려드립니다 (무료)]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수명은 노화가 결코 불변의 법칙이 아님을 시사한다. 동일한 화학적 기본 단위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종마다 수명의 길이는 크게 다를 수 있다. 하루살이는 며칠밖에 살지 못하고 쥐는 약 2년을 사는 반면, 북극고래와 그린란드상어는 수백 년을 산다. 갈라파고스땅거북은 수명이 워낙 길어, 오늘날 느릿느릿 돌아다니는 거북 중에는 1835년 찰스 다윈을 만났을 법한 개체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무작위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수명은 신진대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작은 동물은 대체로 대사율이 높고 수명이 짧으며 큰 동물은 에너지를 더 천천히 대사하고 더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


자연선택은 생물이 얼마나 오래 사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자연선택이 선호하는 것은 번식 성공률을 높여 주는 형질이다. 모든 종은 성장과 번식, 생체 유지에 자원을 배분하면서 한쪽을 얻는 대신 다른 쪽을 포기한다. 굶주림이나 포식자로 인해 먼저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면, 쥐가 장수에 자원을 투자한다고 해서 더 많은 새끼를 낳을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지는 않는다. 쥐에게는 빠른 성장과 번식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반면 고래처럼 덩치가 큰 동물은 천천히 성숙하고 더 늦은 시기에 번식한다. 몸집이 클수록 포식당할 위험도 줄어들기 때문에 장기적인 생명 유지에 공을 들이는 편이 훨씬 가치 있는 전략이 된다.


같은 논리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예외도 설명할 수 있다. 새와 박쥐는 몸집이 비슷한 육상 포유류보다 훨씬 오래 사는 경우가 많다. 날 수 있어 포식당할 위험이 줄고, 넓은 지역에서 먹이를 구할 수 있어 굶주릴 가능성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더 오래 생존하는 것이 번식 성공률을 높이는 환경이라면 진화는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쪽을 택한다.


진화는 또한 생애 초기에는 유익하지만 나중에 해가 되는 유전자를 보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에 빠른 성장을 촉진하거나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훗날 노화를 촉진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노화의 진화이론을 '길항적 다면발현antagonistic pleiotropy'설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다면발현'은 하나의 유전자가 둘 이상의 작용을 나타낼 수 있음을 뜻하고 '길항적'이란 그 작용 중 일부가 해로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노화는 그 자체로 적응의 결과가 아니라 진화 과정의 절충에서 의도치 않게 생긴 결과다. 결국 각 종에는 자연 상태에서의 최대 수명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떠한가? 공중보건과 영양, 의학의 발전 덕분에 인간의 기대수명은 지난 150년 동안 대략 두 배로 늘었다. 하지만 최대수명은 다른 문제다. 수백 년 전에도 놀라울 만큼 오래 산 사람들이 있었다. 미켈란젤로는 거의 90세까지 살았다. 공식 기록상 가장 오래 산 인물은 1997년 122세로 사망한 잔 칼망Jeanne Calment이다. 그 이후로 120세를 넘겨 산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재의 생물학적 제약 아래에서는 인간이 그보다 훨씬 오래 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한계를 크게 넘어서려면 노화 자체의 생물학적 과정을 바꿔야 한다.


[PADO '광화문클럽'을 함께 운영할 '펠로우'들을 모집합니다]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줄면서 근력과 움직이는 능력, 균형감각이 떨어진다. 피로와 탈진에 시달리고 일상 활동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만성질환은 더 흔해지고 감염에 대한 저항력은 약해진다. 인지 기능도 저하된다. 이러한 증상은 세포와 조직의 기능이 점차 상실되는 현상이 겉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그 기능 상실은 생명을 구성하는 분자와 이를 조절하는 유전자의 작용에 변화와 손상이 생긴 결과다.


한때 노화는 기계가 서서히 고장 나듯 단순히 닳고 손상되는 과정으로 여겨졌지만 현대 생물학은 훨씬 복잡한 양상을 밝혀냈다. 세포에는 손상을 복구하고 체내의 다양한 단백질을 유지하며 구성 요소를 재활용하고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정교한 시스템이 있다. 노화가 일어나는 것은 손상이 누적되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보호시스템 자체의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노화의 특징은 신체의 여러 기관계에서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DNA의 손상이나 변화, 단백질의 품질과 분포 악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장애, 외부에서 들어오는 영양소에 대한 반응 저하, 만성 염증, 줄기세포 감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시스템들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어서 한곳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여러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고무적인 소식은 인간이 이러한 과정을 바꾸는 것을 가로막는 물리적, 화학적 법칙은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노화가 엄청나게 복잡하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강력한 개입 방법 중 하나는 칼로리 제한이다. 적절한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칼로리를 섭취하는 동물은 더 건강하게 지내고 훨씬 오래 사는 경우가 많다. 칼로리 제한은 단백질 합성을 줄이고 자가포식autophagy을 촉진한다. 자가포식이란 손상된 분자와 세포소기관을 제거하는 세포 내 재활용 과정이다. 벌레와 파리부터 설치류와 영장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에서 칼로리 제한을 하면 동물은 실제 나이보다 생물학적으로 젊어 보인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끊임없는 허기, 추위에 대한 민감성, 상처 회복 지연, 성욕 감퇴 등으로 인해 엄격한 칼로리 제한을 지속하기란 어렵다.


과학자들은 부작용 없이 칼로리 제한의 효과 중 일부를 모방할 수 있는 약물을 찾아왔다. 유망해 보이는 약물 중 하나는 라파마이신rapamycin이다. 원주민들이 라파누이라고 부르는 이스터섬의 토양 표본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 화합물은 성장과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TOR(또는 mTOR)라는 세포 신호전달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 쥐 실험에서 라파마이신은 수명을 연장하고 여러 건강 지표를 개선했다. 그러나 라파마이신은 면역억제제이기도 해 감염과 장기적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현재 연구는 용량을 낮추거나 라파마이신의 화학적 유사체를 합성해 문제 없이 유익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널리 쓰이는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도 관심을 끌고 있다. 메트포르민은 미토콘드리아에서 세포 호흡에 관여하는 단백질에 작용하며, 이를 통해 칼로리 제한과 관련된 경로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에게 유익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근거는 불분명하다. 최근 당뇨병과 비만 치료를 위해 개발된 GLP-1 계열 약물도 뇌를 비롯한 여러 장기에 유익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약물들 역시 근육 손실을 포함한 부작용을 수반한다. 메트포르민과 GLP-1 계열 약물을 노화 방지 치료제로 쓰려면 모두 신중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노화방지 연구의 또 다른 주요 표적은 세포 노화다. 손상이나 스트레스를 받은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염증 유발 분자를 분비하기 시작하는 노화 상태에 접어들기도 한다. 생애 초기에는 이러한 반응이 발달과 상처 치유, 암 예방에 도움을 주어 유익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노화세포가 몸에서 제거되는 속도보다 빠르게 쌓인다.


그 결과 발생하는 염증은 온몸의 조직 기능 장애를 부추긴다. 쥐 실험에서 노화세포를 제거하자 노화의 여러 특징적 증상이 개선되었다. 이 발견으로 이러한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도록 설계된 이른바 노화세포 제거제senolytic drug에 큰 관심이 쏠렸다. 현재 몇 가지 후보 물질이 골관절염이나 섬유증 같은 노화 관련 질환을 대상으로 시험 중에 있다. 약물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 외에도 적절한 균형을 찾는 일이 과제다. 노화세포에도 생물학적 역할이 있어 무차별적으로 제거하면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소 기이한 또 다른 실험은 다른 방식의 노화방지 전략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연구자들은 병체결합parabiosis이라고 불리는 방식으로 쥐 두 마리의 몸을 물리적으로 연결해 순환계를 공유하도록 했다. 젊은 쥐와 연결된 늙은 쥐는 같은 나이의 쥐와 연결된 늙은 쥐보다 오래 살았다. 이러한 발견에 자극받아 젊은 기증자의 혈장을 수혈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이런 시술이 인간의 노화를 늦춘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는 없다. 그럼에도 이 연구를 계기로 나이에 따라 변하며 장차 치료에 유용한 것으로 판명될 수 있는 혈액 속 인자를 찾는 대대적인 탐색이 시작됐다.


이러한 접근법 대부분은 노화를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보다 급진적인 목표는 노화를 아예 되돌리는 것이다.


이 가능성은 수십 년에 걸쳐 초기 배아세포를 연구하면서 이뤄진 일련의 발견에서 나왔다. 이 세포들은 놀라운 유연성을 지니고 있다. 이른바 '만능줄기세포'는 몸속의 어떤 조직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후 단계에서 줄기세포는 점차 더 특화되며, 각 종류는 신경계 세포나 혈액처럼 특정 유형의 조직을 만들어낸다.


1958년 영국 생물학자 존 거던John Gurdon은 올챙이의 세포에서 꺼낸 핵을 난자에 이식하면 완전히 새로운 개구리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후 1997년에는 복제양 돌리가 포유류에서도 복제가 가능함을 입증했다. 하지만 성체 세포를 초기 배아 단계로 되돌리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결정적인 돌파구는 2006년에 마련되었다. 일본 생물학자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弥가 단 네 개의 유전자만 활성화하면 성체 세포를 만능줄기세포로 전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른바 '야마나카 인자Yamanaka factor'는 유전적 재프로그래밍을 통해 세포를 초기 배아 단계로 되돌린다. 이 발견은 세포의 나이를 재설정할 수 있다면 노화 자체도 역전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성체에 완전한 재프로그래밍 과정을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 결과 생성된 만능세포가 기형종teratoma이라 불리는 종양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자들은 '부분 재프로그래밍'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세포의 고유한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세포를 회춘시키는 방식으로 야마나카 인자를 짧은 시간 동안만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처치를 받은 개체들은 조직 기능과 생물학적 나이 지표에서 개선된 모습을 자주 보였다. 한 실험에서는 바이러스 전달체를 이용해 안구에 야마나카 인자를 주입함으로써 손상된 시신경을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현재 연구진은 이 시술을 통해 망막이나 시신경의 퇴행을 역전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 남아 있다. 현재의 기법들은 대체로 사람에게 널리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유전자 전달 시스템에 의존한다. 재프로그래밍은 불균일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서, 동일한 장기 내에서도 일부 세포 군집에만 영향을 미치고 다른 세포들은 그대로 남겨 둔다. 장기마다 노화 속도가 서로 다르므로 장기별 맞춤 표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연구진은 새로운 유전자를 주입하지 않고도 재프로그래밍을 유도할 수 있는 저분자 화합물 등 더 안전하고 제어하기 쉬운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세포 재프로그래밍은 단순한 노화 지연을 넘어 진정한 회춘으로 나아가는 데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경로다.


설령 이러한 개입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를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노화방지 치료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의 치료보다 더 높은 기준이 요구된다. 말기 암 환자는 다른 대안이 죽음뿐이기 때문에 시험 단계 약물이 수반하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라면 수십 년 동안 복용해야 할지도 모르는 약물의 심각한 부작용을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임상시험도 또 다른 장애물이다. 규제 당국은 대개 노화 자체가 아니라 특정 질환에 대한 치료제만을 승인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노화 관련 질환 연구를 통해 노화방지 개입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시험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노화방지 연구는 수명을 반드시 연장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건강하게 누리는 햇수를 뜻하는 '건강수명healthspan'을 늘린다는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관점에 따르면 사람들은 더 오래 건강하고 자립적으로 지내다가 죽음을 앞두고 비교적 짧은 쇠퇴기를 겪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매력적인 발상이지만 그것이 가능하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여러 나라에서 수명은 늘어났지만 만성 복합질환을 앓으며 보내는 생애의 비율 또한 증가했다. 한편 건강하게 보내는 기간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국가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스웨덴 사람들은 영국 사람들보다 노년에 장애를 겪는 기간이 상당히 짧다. 이러한 차이는 공중보건 정책과 생활습관 요인, 의료가 얼마나 오래 사는지뿐 아니라 얼마나 잘 사는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러한 연구 결과들이 인간의 수명을 크게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구상에 위배되는 과학법칙은 없지만 항성간 여행이 반드시 불가능해야 할 과학법칙도 없는 건 사실이다. 단지 현실적인 난이도가 어마어마할 뿐이다. 노화에는 세포와 조직, 장기 전반에서 작동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수많은 과정이 관여한다.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이들 중 많은 과정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단 하나의 개입만으로 다른 부작용 없이 노화의 스위치를 꺼버릴 수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획기적인 의학적 진전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우리는 기본적인 전략들을 통해 각자의 일상 속에서 노화방지에 나설 수 있다.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절제된 식단이 칼로리 제한 경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밝혀져 있다. 우리 몸의 복구와 재활용 작업 상당 부분은 수면 중에 이뤄지며, 운동은 근육과 미토콘드리아를 포함한 조직의 재생을 돕는다. 현재로서는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수단 가운데 근거가 가장 탄탄한 것은 여전히 식단과 운동, 수면의 세 가지다. 여기에 더해 사회적 고립을 피하고 삶의 목적의식을 갖는 것이 건강 증진과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확실한 근거도 있다.


사고와 자연재해, 질병, 전쟁으로 죽을 수 있는 한 진정한 불멸은 불가능하다. 가까운 미래에 수백 년을 살게 될 가능성도 낮다. 대신 삶을 각자가 참여했다가 결국 떠나는 영원한 잔치로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잔치에 잠시나마 함께할 수 있음을 행운으로 여기고 누릴 수 있을 때 잔치를 만끽해야 할 것이다.



필자 벤키 라마크리슈난Venki Ramakrishnan은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의학연구위원회(MRC) 분자생물학연구소의 구조생물학자이자 미국 산타페연구소의 겸임 연구원이다. 리보솜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연구로 2009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저서로는 《우리는 왜 죽는가: 노화에 관한 새로운 과학과 불멸을 향한 탐구Why We Die: The New Science of Aging and the Quest for Immortality》(2024)가 있다.


© 2026 Scientific American, a division of SpringerNature America, Inc. Distributed by New York Times Licens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