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3 15:05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 당일 밤의 승리 선언 연설에서 그런 연설들의 통상적인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지지자들과 참모들에게 감사를 표했고,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을 칭찬했다. 그는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연설의 대부분을 일론 머스크에 대한 이야기에 썼다. 2기 정부에 대한 계획을 설명하는 데 할애한 시간만큼이나 많은 전체 발언의 17%가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다양한 사업 경영을 잠시 중단한 이 "슈퍼 천재"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머스크의 관대함, 효율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회사들의 기술력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래서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거예요, 일론."
세계 최고 갑부인 머스크와 곧 세계 최고 권력자가 될 트럼프는 뜨거운 브로맨스를 이어가고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와 함께 워싱턴으로 가 의회에서 공화당 의원들을 만나고, 트럼프는 머스크의 회사 중 하나인 스페이스X가 제작한 로켓의 시험 비행을 보기 위해 머스크와 함께 텍사스로 향하는 등 두 사람은 선거 당선 이후 계속 붙어있다.
스스로를 '퍼스트 버디'("1호 친구")라고 칭하는 머스크는 대선 이후의 모든 것에 관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장관 후보자들의 인터뷰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관료주의와 낭비성 지출을 줄이기 위해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으로 지명되었다. 그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지도자들과 트럼프의 전화통화 자리에 배석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또한 개인적으로 유엔 주재 이란대사를 만나는 독자적인 외교를 수행했다.
친구로서의 자문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에 약간의 비즈니스 감각과 기술력을 보태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매력적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의 약 6%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줄이고 종종 거추장스러워지는 관료주의를 정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머스크의 부상(浮上)을 걱정해야 할 이유도 많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이해충돌이 분명히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규제완화 자체에 관심이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그의 회사를 옥죄고 있는 많은 성가신 규칙 때문에 규제완화를 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비평가들은 또한 미국 정부가 특히 우주와 인공위성 분야에서 한 개인에게 위험할 정도로 의존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머스크의 외교정책 관여가 자신의 사업적 이익과 미국의 외교적 목표를 모두 위태롭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마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두 사람 모두 자존심이 너무 강하고 친구 및 동료들과 자주 다투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브로맨스가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소란스러운 사이코드라마의 무대가 마련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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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와 트럼프는 이미 두 사람의 우정을 통해 막대한 혜택을 누려왔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당선을 돕기 위해 약 2억 달러(약 2800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되며, 지금까지 선거캠프와 외부 조직들의 총 지출액이 약 11억 달러(약 1조5400억원, 최종 공개에 따라 증가될 예정)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다. 머스크는 특히 정치에 관심이 거의 없는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경합주 유권자들을 투표에 참여시키려는 노력에 큰 역할을 했다. 덕분에 선거캠프는 한정된 자금을 다른 용도로 전환할 수 있었다. 또한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사업가로서의 성공을 선거유세에서 자주 선전해오던 트럼프는 유명 기업가의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머스크가 정치인들이 선호하는 SNS 플랫폼인 X를 소유하고 있고, 이를 트럼프를 열렬히 응원하는 데 사용했다는 점도 또 다른 보너스였다.
수지맞은 우정
이 브로맨스로 인해 머스크가 얻은 혜택은 훨씬 더 컸다. 선거 이후 그의 재산의 약 3분의2를 차지하는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3000억 달러(약 420조원) 증가했다. 이 증가액만 해도 디트로이트의 '빅3' 자동차 제조업체인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옛 크라이슬러)의 시장 가치를 합친 것의 두 배가 넘는다. 미국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상승했지만, 테슬라의 상승세는 더 가파른 편이다. 머스크는 회사 지분의 약 20%를 소유하고 있으며, 주가 급등으로 개인 자산이 600억 달러(약 84조원) 증가했다. 머스크의 포트폴리오에서 두 번째로 큰 기업인 스페이스X는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그 가치 상승을 측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의 주식도 선거 전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대통령직이 머스크의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명히 생각하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미국 정부는 특히 스페이스X의 큰 고객으로 지난 10년간 150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의 대부분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차지하지만 일부 계약은 군 관계 계약이다. 스페이스X는 미 우주군(공군의 동생)과 14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스타링크 위성망을 통해 11월 30일까지 우크라이나 군대와 정부에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우주군은 또한 위성을 궤도로 올리기 위해 스페이스X에 7억3300만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스페이스X의 국방부문인 스타쉴드의 위성 100개를 자체 통신망에 통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스타쉴드는 또한 비밀스러운 국가정찰국(NRO)의 첩보위성 제작을 돕는 18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우주개발국(SDA)은 스페이스X 위성 간에 레이저로 메시지를 전송하는 등의 사업을 위해 1억49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아마도 머스크에게 호의적인 정부에서는 이러한 계약이 더 많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이스X는 2023년 미국 내 모든 인공위성 발사의 90%를 수행했다. 정부 기관들이 스페이스X 일감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첫 대통령 임기 동안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시골 지역의 광대역 통신 액세스를 확대하기 위해 스타링크 보조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거의 9억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 지급이 취소되었다.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에는 복원될 수 있다.
정부가 규제를 엄격하게 시행하는 것도 머스크의 회사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들 기업은 여러 연방기관에서 20개 이상의 조사와 검토를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전국노동관계위원회는 머스크가 테슬라에서 노동자들의 노조결성 움직임을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 화가 나 있다. 미 교통부는 머스크의 뇌 임플란트 회사인 뉴럴링크의 위험물질 운송 방식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그리고 어류야생동물보호국(FWS)은 스페이스X가 텍사스에 있는 로켓 발사장 근처의 새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머스크의 회사들에 덜 엄격해진다면 이러한 모든 문제가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머스크의 비즈니스 제국에게 정부와의 계약은 푼돈에 불과하며 규제 당국의 불만은 좀 귀찮을 뿐이다. 그의 회사 가치는 1조 달러(약 1400조원)가 훨씬 넘는다. 그의 개인 재산은 약 3600억 달러(약 515조원)로 추정된다. 스페이스X의 많은 정부 계약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X 매출의 대부분은 거의 모든 고객이 (정부가 아닌) 민간 상업용 고객인 스타링크에서 발생한다.
[PADO 트럼프 특집: '미리보는 트럼프 2.0 시대']
트럼프 행정부가 머스크의 재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새로운 규제를 만들고 기존 규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머스크는 오랫동안 테슬라의 미래가 자율주행차의 성공적인 개발에 달려 있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자율주행은 주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받고 있는데, 테슬라는 알파벳(구글의 모회사)의 자회사인 웨이모Waymo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다. 웨이모는 이미 몇몇 도시에서 '로보택시'를 운영하고 있지만, 테슬라는 아직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았다. 11월 17일 블룸버그통신이 트럼프의 대통령직 인수팀이 연방차원에서 자율주행 프레임워크 작성을 우선순위로 삼을 계획이라고 자문위원들에게 말했다고 보도한 후 테슬라의 주가는 급등한 반면, 경쟁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우버Uber와 리프트Lyft의 주가는 하락했다. 트럼프는 또한 머스크를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회장과의 통화 대담에도 배석하도록 했다고 하는데, 이는 사업상의 경쟁자에게는 특별한 기회다.
트럼프가 실행할 수도 있는 정책인 전기차에 대한 관대한 세금공제 폐지도 테슬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테슬라의 자동차 가격은 더 비싸지겠지만, 테슬라의 원가가 더 낮기 때문에 다른 미국 생산업체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다. 머스크는 "경쟁사들에게는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며 만족스러워 한다. 사실, 관세 인상(트럼프의 또 다른 공약)과 함께 세금공제 혜택이 종료되면 업계에서 북미산 부품의 비중이 가장 높은 전기차를 생산하는 테슬라에게 특히 유리할 수 있다. 국내외 경쟁사 모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스페이스X의 운명도 규제 당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1만2000개의 위성 발사(이미 6000개 이상의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음)에 대한 연방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았지만, 3만개에 대한 추가 허가를 요청했다. 머스크는 또한 "무의미하고 복잡하기만 한 서류 작업"으로 혁신을 "질식시킨다"고 비난하는 미 연방항공국(FAA)의 무기력에 대해 자주 큰 소리로 불평해왔다. 그는 연방항공국이 관련 승인을 처리하는 속도보다 자신이 더 빨리 새 로켓을 만들 수 있겠다고 비아냥거린다. 스페이스X는 잦은 테스트와 재설계를 통해 새로운 우주선을 개발한다. 다른 민간기업들이나 정부는 로켓 발사에 더 꼼꼼하고 체계적이다. 과도한 관료주의는 속도가 느린 이들보다 스페이스X에 더 많은 부담을 준다. 따라서 보다 규제가 줄어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머스크가 소유한 회사들이 규제 여부에 민감하기 때문에, 그가 지명 받은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 역할 자체에 노골적인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나 머스크 모두 이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트럼프는 선거유세에서 이 문제를 정확히 드러냈다. "나는 전기차를 찬성합니다. 일론이 나를 지지했기 때문에 그래야만 합니다"라고 그는 투덜거렸다. 머스크도 자신의 꿈이면서 스페이스X의 사업목표인 화성 이주계획은 오직 정부효율부의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효율부는 인류의 삶을 지구너머로 확장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잠재적 이해충돌이 너무 눈에 띄기 때문에 트럼프는 관련 규정을 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효율부를 설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이 부처의 설립을 발표하면서 머스크와 기업가 출신 정치인인 비벡 라마스와미가 공동 수장이 되어 "정부 외부에서" 관료제 개혁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학교의 캐슬린 클라크는 머스크는 연방 공무원이 아닌 고문 자격으로 일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윤리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기존의 정부 부처가 아닌 위원회와 비슷해지기 때문에 정부효율부가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워싱턴에서는 정부효율부의 역할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는 머스크의 진정성이나 능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 아니다. 그는 관료주의 철폐를 위한 공식적인 임무를 부여받기 훨씬 이전부터 오랫동안 관료주의 반대 캠페인을 벌여 왔다. 그는 캘리포니아의 관료주의적 방식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테슬라의 본사를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옮기기도 했다. 작년에 그는 자기 스타일의 트윗을 통해 "수천 개의 작은 끈에 묶인 걸리버처럼 우리는 한 번에 한 가지씩 규제로 자유를 잃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모두에서 머스크는 효율성의 대가임을 증명하며 이전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첨단기술의 비용을 업계 내부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수준으로 낮춰버렸다. 트럼프는 그를 "최고의 커터"라고 부른다. (트럼프 당선인은 특히 머스크가 X를 인수한 후 직원의 4분의3을 해고하기로 한 결정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X의 가치는 머스크가 소유하게 된 이후 급격히 줄어들어 사업성은 거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머스크는 연방 예산에서 3분의1에 해당하는 2조 달러를 삭감하고 세법을 획기적으로 간소화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규제와 정부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의 역사는 그다지 고무적이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일자리를 잃고 싶어하지 않는 의회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늪을 청소하라"고 임무를 명시하며 정부효율부와 비슷한 조직인 그레이스위원회를 설립했었다. 하지만 의회는 위원회의 제안들을 대부분 거부했다.
따라서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새로운 법률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권력만으로 명령할 수 있는 개혁들을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최근 두 건의 연방대법원 판결이 관료제의 권한이 축소하고 기존의 많은 규칙들에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할 여지가 매우 커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추진하는 개혁에 대한 법적 공방은 피할 수 없으며, 두 공동 수장들이 뭔가를 해볼 수 있는 시간은 오직 18개월뿐이다. 한시적 부처인 정부효율부는 트럼프가 1월 20일에 대통령에 취임할 때까지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할 수 없고, 2026년 7월 4일까지 임무를 마무리해야 한다.
실제로 머스크의 영향력은 이미 정점에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운영해야 할 사업체가 많고, 플로리다에 있는 트럼프의 사유지인 마러라고 또는 머지않아 백악관에서 끝없이 노닥거리기 위해 회사일을 무기한 중단할 수도 없다. 대통령직 인수업무는 본질적으로 유동적이며, 특히 가장 중요한 인사가 선정되기 전에는 그 방향이 유동적이다. 그러나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인수 업무는 끝나고 워싱턴의 더 경직되고 관료적인 시스템이 이를 대체할 것이다.
결별
트럼프에 대한 머스크의 영향력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선례는 없지만, 대통령과 후원하던 기업가들은 나중에 싸우고 결별하는 경향이 있다. 언론재벌 윌리엄 허스트는 자신이 열렬히 지지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에 환멸을 느끼며 헤어졌는데, 그는 루스벨트의 첫번째 대통령 선거운동을 후원했었다. 당대 세계 최고의 부호였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시어도어 루스벨트에게 외교정책에 대해 조언했지만 루스벨트는 그의 조언을 무시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또한 광산 파업을 끝내기 위해 JP 모건(JP모건은행 설립자)의 도움을 받았는데, 이후 서로 적이 되었다.
트럼프가 머스크에게 완전히 사로잡힌 것은 아니라는 징후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머스크는 월스트리트 금융가인 하워드 러트닉을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지만, 트럼프는 그에게 재무부보다는 영향력이 약한 상무부 장관직을 맡겼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오랜 측근들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마라라고에서 열린 한 모임에서 머스크에 대해 "나는 그를 여기서 내보낼 수 없다"고 농담하며 자신이 변덕스러울 수 있음을 내보이기도 했다.
적어도 머스크의 지나친 영향력에 대한 우려는 과장된 것일 수 있다. 1932년 IBM은 천공카드 도표작성기 시장에서 88%, 1967년 초기 컴퓨터 산업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했었다. IBM 기기들은 방공(防空)에서 암호 분석에 이르기까지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들의 필수 장비였다. AT&T는 20세기 대부분 동안 전화서비스를 독점하여 미국 정보기관들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결국 반독점 소송으로 꼼짝 못하게 되었다. 물론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성공은 독점이 아닌 우수한 기술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머스크의 군사 부문 대한 실제 영향력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 미 국방부와 항공우주국의 전 고위 관리였던 더그 로베로는 우주 발사 분야에서 스페이스X의 위치는 독보적이지만 독점적이진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부분의 로켓 발사가 기관들의 자체 인공위성 발사라고 지적한다. 자체 발사를 빼고나면 그림이 더 균형 있게 보인다. 2022년부터 2027년까지 미 우주군의 로켓 발사 계약은 스페이스X와 라이벌 컨소시엄이 거의 절반씩 나눠 갖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미 국방부의 통신용 메가위성망에 대한 계획에는 12개의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경쟁사인 블루오리진을 설립중이다. 더그 로베로가 보기에 스타십은 다수의 소형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보내고 인간을 화성으로 보내는 데 적합하지만, 더 높은 궤도로 대형 군사위성이나 첩보위성을 보내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사실 이 분야는 매우 경쟁이 치열한 분야"라고 로베로 씨는 결론을 내린다. "특히 국방부 쪽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머스크가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최근까지 국방부 차관보로 우주 분야를 담당했던 존 플럼은 "미국 정부가 스페이스X를 필요로 하는 만큼 스페이스X도 미국 정부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스페이스X는 미 연방통신위원회의 운영 면허와 연방항공청의 발사 면허를 받아야 한다. 머스크는 점점 더 지배적으로 되어가는 공급자이지만, 정부 역시 압도적 구매력을 가진 구매자이기도 하다. "제 경험상 스페이스X는 국방부의 훌륭한 파트너였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스페이스X가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여기에 의존하기로 결정했다면, 그것은 끔찍하고도 끔찍한 사업적 결정이 될 것이며 솔직히 그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라고 플럼은 결론을 내린다. 필요시 대통령은 1950년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하여 정부가 민간 기업에 국가 안보에 봉사하도록 강제할 수도 있다.
머스크가 외교정책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도 뒤집힐 수 있다. 머스크와 트럼프의 친밀한 관계가 오히려 미국 밖에서 그의 회사에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가장 명백한 시험대는 전체 테슬라의 절반 이상이 생산되는 중국이다. 지난 5월에는 상하이에 배터리 생산을 위한 두 번째 공장을 착공하는 등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 당국에 테슬라에 대한 영향력을 부여하고 있고 이것이 이미 머스크의 운신을 제약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언론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이란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인들에게 밀수 단말기를 통해 스타링크에 대한 접근할 수 있도록 했지만, 중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는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의 공식 노선을 따르는 경향이 있으며, 중국을 사업하기 좋은 곳이라고 열심히 찬양하고 있다.
싸움
테슬라가 트럼프의 대중국 외교에 휘말릴 수 있는 위험은 분명하다.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잭 쿠퍼는 "중국이 머스크를 이용해 트럼프에게 관세부과에 대한 대가가 있음을 분명히 알리는 방안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쿠퍼는 중국이 공화당 내 인맥이 거의 없으며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관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쿠퍼는 "중국은 머스크가 중국에서 계속해서 큰 돈을 벌고 싶다면 중국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할 것"이라며 중국이 전기차 관련 규정을 손질하는 것만으로도 테슬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머스크가 정치 자체에 너무 관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컨설팅회사인 '사이노 오토 인사이트Sino Auto Insights'의 투 레Tu Le는 머스크가 트럼프와 너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일부 사람들이 테슬라 구매를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X(옛 트위터)는 선거 기간 동안 기록적인 트래픽을 보였지만, 그 이후 스레드나 블루스카이와 같이 덜 친트럼프적인 라이벌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증했다. 게다가 머스크와 같은 '테크 자유지상주의자'들과 트럼프 지지층의 기반이 되는 배외적(排外的) 포퓰리스트들 사이의 동맹은 언제 깨질지 모른다. 한 진영은 변화를 갈망하고 다른 진영은 변화에 반발한다. 이는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이다.
일이 잘못되면 머스크는 끔찍한 결과를 겪을 수 있다. 테슬라에 대한 그의 지배력은 강철같이 단단한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의 슈퍼보팅 주식을 소유한 마크 저커버그 등 다른 테크 거물들과 달리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 21%는 그를 다른 주주들로부터 완전히 격리시키지 못한다. 그의 정치 참여가 회사에 해를 끼칠 경우 그는 언제든 쫓겨날 수 있다. 스페이스X에 대한 그의 더 큰 지분은 더 많은 보호를 제공하지만, 미국 정부와의 좋은 관계가 회사 운영에 필수적이다. 머스크는 지금 로켓 과학보다 훨씬 더 복잡한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 사고 없이 이를 헤쳐 나가려면 '슈퍼 천재성'이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남편과 아내의 관계는 정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정치적'이라는 말의 뜻은 공공영역에서 시민과 시민의 관계 같다는 의미입니다. 회사나 조직 속에서는 상하 관계가 있지만 공적 영역에서의 시민 사이의 관계는 평등합니다. 따라서 "남편과 아내의 관계는 정치적"이라는 말은 그 관계가 수평적이라는 의미입니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도 아내는 자식이나 노예와 달리 가장인 남편에게 순종적이지 않았습니다.
한편, 남편과 아내의 관계가 정치적이라는 말은 반대로 정치적 관계는 남편과 아내의 관계와 같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기업 오너나 고위 관료 출신들이 정계에 입문해서 제일 고생하는 것이 바로 이 '정치적' 세계의 수평적 특성때문입니다. 수직적 관계에 익숙한 이런 분들이 정치의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위에서 소개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뒤집어 '정치의 세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당신을 묵종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말하자면 수백, 수천, 수만 명의 아내 같은 사람들'이라는 점을 깨닫는 것입니다. 다들 아내가 어떤 존재인지 잘 알테니 수백, 수천, 수만 명의 아내들로 둘러싸인 공적 세계가 어떤 것인지는 느낌이 올겁니다.
트럼프는 이제 정치를 오랫동안 해왔으니 어느 정도 감이 생겼을테지만, 막 정치의 세계에 들어온 '에고' 강한 공격적 기업가 머스크에게는 이러한 세계가 거추장스럽게만 느껴질 것입니다. 자기의 뜻대로 안되니 짜증이 날 것입니다. 머스크는 세계 최고 부자인 자신이 옳고 이런 공적 세계가 효율적이지 않다며 돈키호테처럼 공격하려 들 것입니다. 하지만 공적 세계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살던 2000여년 전의 그리스나 21세기의 미국이나 마찬가지로 수평적 세계여서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인내력을 갖고 설득을 해야 하는 수많은 동등자들로 이뤄진 세계입니다. 과연 천재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이 험한 정치 세계에서 잘 버텨낼 수 있을까요? 또한 자신이 아무리 이번 트럼프 2.0 정부 창출에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제왕적' 대통령인 트럼프의 심기를 거스리지 않고 일을 해낼 수 있을까요?
이번 재무부 장관 인사에 있어서도 머스크는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자신이 미는 후보를 SNS에서 지지 표명을 해버렸던 것입니다. 이 공개 표명이 있기 때문에 더욱더 트럼프는 이 후보를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싶어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공개 지지 표명한 사람을 재무장관으로 임명하면 트럼프가 머스크 아래에 있게 되는 것처럼 세상에 보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트럼프는 다른 사람을 재무부 장관에 임명했고, 머스크가 지지한 사람은 권위에서 한 단계 낮은 상무부 장관에 임명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린 앞으로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질 갈등을 미리 엿볼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많은 부분에서 마찰할 것이며 에고가 특히 강한 두 사람은 격돌하게 되면서 결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트럼프의 후계구도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인데, 그는 러스트벨트 빈민층 출신으로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민족주의 포퓰리즘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머스크와는 세계관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2.0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 후계 구도를 놓고 밴스 부통령과 머스크가 미는 후보 간에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1월 23일자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의 관계에 대한 롱리드 기사를 내면서 세상을 뒤흔들 "사이코드라마의 무대가 마련된 셈"이라고 평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어떻게 될지 잘 지켜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