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로이터/뉴스1
2025.04.11 15:01
미국평화연구소(USIP)는 전 세계 분쟁 종식을 촉진하기 위해 1984년 의회에 의해 설립되었다. 40년 후, 연구소는 내셔널몰 바로 옆에 위치한 유리와 산부식 콘크리트로 지어진 본부에서 무장 대치 상황으로 막을 내렸다.
이 연구소는 행정부 소속이 아니다. 설립법에 따르면 이곳은 "독립적인 비영리 법인"이며 자체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2월19일 도널드 트럼프는 이를 폐쇄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연구소 소장인 조지 무스는 저항했지만 버티지 못했다. 3월17일 오후,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가 연구소를 찾았다.
DOGE의 침입은 이 집단이 정부 여러 부처에서 감행한 수십 건의 급습 중 하나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긴장과 DOGE의 전술적 특성은 머스크가 트럼프의 '행동대장'이 됐음을 보여준다.
연구소 보안 책임자인 콜린 오브라이언의 진술에 따르면 오후 2시30분경 남성들로 가득 찬 3대의 차량이 연구소 본부에 도착했다. 이들은 오브라이언이 계약을 취소하기 전까지 건물 보안을 관리했던 계약업체 인터콘의 직원인 케빈 심슨에 의해 로비로 안내되었다. 계약이 취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심슨은 열쇠를 갖고 있었다. 오브라이언에 따르면 인터콘의 부사장인 데릭 해나는 회사가 협조하여 DOGE를 들여보내지 않으면 모든 정부 발주 계약을 잃을 것이라는 위협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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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변호사는 침입을 신고하기 위해 워싱턴DC 경찰서에 전화했다. 한편 오브라이언은 건물의 모든 내부 문을 전자장치로 잠갔다. 이 대치 상황은 경찰이 트럼프가 임명한 워싱턴DC 임시 연방검사인 에드 마틴의 조언에 따라 오브라이언과 그의 동료들에게 문을 열도록 강요한 후 그들을 건물 밖으로 호송하면서 해결되었다. 다음 날이 되자 연구소의 웹사이트는 오프라인 상태가 되었고 본부에서 간판이 제거되었다. 상당수가 분쟁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약 400명의 직원들은 이제 앞날이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있다.
지난 두 달 동안 DOGE는 연방정부를 휩쓸었다. 이미 미국의 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는 기관 전체가 제거됐다. 다른 부서들에서는 갑작스러운 해고와 법원 명령으로 인한 마찬가지로 갑작스러운 복직으로 혼란이 발생했다. 위협적인 이메일, 대량 해고, 민감한 정부 데이터 흡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DOGE는 공무원들 사이에 공황에 가까운 상태를 유발했다. "DOGE는 연방 공무원 전체에 혼란, 두려움, 혐오를 만들어냈어요." 정부 개선을 위해 일하는 NGO 공공서비스파트너십Partnership for Public Service의 맥스 스티어가 말했다. 이는 보다 효율적인 정부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일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진행 중일까?
정부가 변화해야 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다. "미시적 수준과 거시적 수준 모두에서 개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수십 년의 정부 경험을 가진 컨설턴트 스티브 굿리치가 말했다. 정부 회계감사원(GAO)의 보고서는 계속된 실패를 나열하고 있다. 그리고 머스크의 민간 부문 경영은 비용 절감과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빠르게 해내는 성공으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신조 중 하나는 깨뜨릴 수 없는 유일한 규칙은 물리 법칙뿐이라는 것이다.
DOGE가 처음 제안되었을 때, 이것이 이토록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분위기를 빠르게 좌우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공화당 대통령이 정부를 고치기 위해 사업가를 데려온 게 머스크가 처음은 아니었다. 1982년, 로널드 레이건도 "늪을 말려 버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화학 산업가인 조셉 피터 그레이스가 이끄는 그레이스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레이스 위원회는 3년 동안 4240억 달러(615조 원)의 지출을 절약할 것을 약속했는데 이는 머스크가 1년 안에 1조 달러(1450조 원)를 삭감하겠다는 약속에 비해 당시 경제 규모 대비 크게 모자라지 않은 수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권고안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어처구니 없는 속도
트럼프 아래서 훨씬 더 극적인 무언가를 하기위한 계획은 선거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팟캐스트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9월 또는 10월에 가졌던 머스크와의 회의를 회상했는데 머스크는 회의에서 정부의 "모든 컴퓨터에 대한 접속"을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1월 20일 취임할 때쯤에는 명확한 청사진이 있었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을 통해 기존 조직인 미국 디지털서비스(USDS)에 DOGE를 끼워넣고 모든 정부 IT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머스크의 새 직원들—거의 모두 젊은 남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일을 시작했다. 그들은 후드티를 입고 여러 대의 전화기를 들고 다니며, 진Zyn 니코틴 파우치1를 빨고 있다. 일부는 연방총무청(GSA) 사무실에서 잠을 자고 있다. 직업공무원들은 그들을 "사향쥐2muskrat"이나 "밥스"(컬트 영화 '오피스 스페이스'의 컨설턴트 캐릭터들에서 따온 이름)로 부른다. 가장 어린 에드워드 코리스틴은 "빅 볼스Big Balls"라는 별명을 가진 19세로, 로이터에 따르면 이전에 사이버범죄 조직에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회사를 운영했다.
머스크는 "이렇게 투명했던 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지만 DOGE는 처음부터 비밀스러웠다. 직원들은 방문한 기관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숨겼다. 몇 주 동안, 정부 변호사들은 법관들에게 DOGE를 공식적으로 담당하는 관리자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2월 말, 그들은 마음을 바꿔 전 USDS(미국디지털서비스) 직원인 에이미 글리슨을 사실상의 총괄관리자 로 임명했다. 그러나 3월19일 법정 진술에서 글리슨은 아무도 자신에게 업무 보고를 하지 않으며 DOGE에는 여전히 조직도가 없음을 인정했다.
DOGE는 머스크가 직접, 그리고 그의 오랜 협력자 스티브 데이비스처럼 그가 신뢰하는 부하들에 의해 운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3월4일 의회에 DOGE가 "일론 머스크가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다른 직업들을 거의 완전히 포기한 것 같으며, 백악관 옆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잠을 자고 있다. 그는 그곳에 큰 커브드 모니터가 있는 게임용 컴퓨터를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사무실을 가지고 있다.
머스크의 야망이 어느 정도인지는 취임식 일주일 후, 거의 모든 연방 직원들이 "지연된 사직"을 제안하는 이메일을 받으면서 명확해졌다. 이메일에는 "갈림길fork in the road"이라는 제목이 붙었는데 이는 머스크가 2022년 트위터를 인수했을 때 사용한 문구이다. 그 이후로 수만 명의 "수습" 정부 직원들이 해고되었다가, 법원이 연방정부의 인사관리처(OPM)가 권한을 남용했다고 판결한 후에 복직되었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이제 돌아와있다.
그러나 DOGE의 작업은 인원 감축을 훨씬 넘어섰다. 직원들은 또한 정부 데이터를 가져갔다. 2월, 머스크의 표현에 따르면 USAID(국제개발처)가 "분쇄기로 들어갔을" 때, DOGE 직원들은 재무부의 중앙 지급 시스템을 장악하여 도급업자들에 대한 대금 지불을 중단시키려 했다. 그 이후 몇 주 동안, 그들은 국세청, 사회보장국, 노동부 등을 포함한 다양한 기관에서 데이터에 접근하려고 시도했으며 그 결과 또한 다양했다. 3월20일 트럼프는 법정 싸움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DOGE의 데이터 접근 능력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DOGE의 어떤 효율성 드라이브는 터무니 없는 수준이었다. 미국의 핵무기를 관리하는 국가 핵안보관리청에서 직원들을 초기에 대량 해고한 후, 기관은 그들에게 복직을 간청하기 위한 연락처를 얻기 위해 기관 전체에 메모를 보내야 했다. 해고를 진행한 DOGE 직원들은 정부 이메일을 차단하기 전에 직원들의 개인 이메일 주소를 요청할 생각은 못한 것으로 보인다. DOGE가 모든 직원의 세부 정보를 요청한 후, 최근 채용된 CIA 요원들의 이름이 비밀로 분류되지 않은 이메일로 인사관리처에 전송되는 낭패도 있었다. 이제 그들의 이름은 DOGE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에도 알려졌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머스크는 아직 예산 적자를 많이 줄이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 급여는 연방 지출의 약 5%에 불과하다. 특히 국세청(IRS)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은 세금 미징수로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다른 예산 삭감은 과학 연구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에 타격을 입혔다. 분명히 감축이 필요한 분야도 있었지만 삭감은 무차별적이었다.
이해충돌의 문제
한편 효율성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저는 6주 동안 DOGE가 낸 불을 끄는 일 밖에 못했어요." 한 정부 변호사가 말했다. 보훈처 정신과 의사들은 더 이상 재택근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제는 분주한 개방형 사무실에서 치료를 제공한다. 공원 경비원들은 휘발유를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해야 한다. 직원들이 매주 자신들이 한 일을 적어서 보내라는 명령을 받은 편지함은 가득 차서 반송된다. 직원들은 분노하고 있다. 트럼프에게 세 번이나 투표한 재무부의 한 직원은 머스크를 "말 그대로 적그리스도"라고 묘사한다.

영국 런던에서 4월 10일 열린 일론 머스크 반대 행사에서 한 참가자가 테슬라 자동차를 부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미시간대 포드공공정책대학원의 돈 모이니한 교수는 여기에 엄청난 이해충돌이 있다고 지적한다. 머스크의 회사들은 그가 지금 해체하고 있는 거의 모든 연방 규제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아왔다. 그러나 모이니한 교수는 부당이득이 DOGE를 설명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트럼프가 백악관 잔디밭에서 무료로 테슬라 광고를 촬영하고, 상무장관이 생방송에서 테슬라 주식을 추천하고, 테슬라를 훼손하는 사람들이 엘살바도르로 추방 위협을 받고 있음에도 테슬라의 시장 가치는 폭락했다.
크루즈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자신의 작업을 "매트릭스의 재프로그래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거대한 정부 자금이 "마법의 돈 기계"에 의해 좌파 시민단체로 보내지고 시민단체 지도자들은 "제트기와 집을 사고… 왕과 왕비처럼 산다"는 음모론을 펼쳤다. 남은 자금은 외국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도록 뇌물을 주는 데 사용된다. "민주당은 수급 자격 사기를 이용하여 엄청난 수의 불법 이민자들을 유치하고 유지하며 유권자들을 매수했습니다." 그가 말했다. 약 2000만 명이 선거를 조작하기 위해 경합 지역에 분산되었다고 한다. 이 주장의 명백한 문제는 이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점이다. 일례로 머스크가 조지아의 민주당 정치인인 스테이시 에이브럼스가 착복했다고 주장하는 19억 달러(2조7000억 원)는 재생 에너지 사업에 사용되었다.
미칠듯한 중앙집권화
보수 활동가 그로버 노퀴스트는 한때 국가를 "화장실로 끌고 가서 욕조에 빠뜨릴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줄이고 싶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인터뷰한 연방 공무원 대여섯 명은 머스크가 하는 일을 설명하는 데 바로 그 말을 인용했다. 예를 들어 그는 사회보장국의 사무실 수십 개를 폐쇄하고 전화 상담소를 없애겠다고 위협했다. 이것이 수급 사기를 크게 줄이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수급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이를 신청할 가능성은 더 줄어들 것이다. 일각에서는 머스크의 최종 계획이 대부분의 직원들을 AI로 대체하는 것이며 이것이 DOGE가 그렇게 많은 민감한 데이터를 가져가는 이유를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확실한 것 하나는 머스크가 의회나 법원에 의해 차단될 수 있는 일들을 수행하기 위해 권력을 중앙집중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DOGE의 USAID 해체는 외국으로 보내는 돈을 줄이려는 트럼프의 오랜 목표를 달성했다. 법원이 이제 그 행위가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판결했지만 USAID를 재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법률 전문 매체 로페어의 안나 바우어는 법원은 이러한 종류의 초토화 전술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대학에 대한 보조금을 끊는 것은 암 연구 같은 것에 해를 끼칠 수 있지만 그 권력을 대통령의 손에 직접 넣음으로써 머스크는 트럼프가 컬럼비아대학교 같은 기관을 쥐락펴락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보조금 삭감을 할 수 있는 권한은 트럼프에게 엄청난 레버리지를 준다. 본래 '지갑'의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할 공화당 의원들은 이제 머스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지역구에서의 예산 삭감을 되돌려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3월7일 게시된 트윗에서 오클라호마 출신의 하원의원인 톰 콜은 자신의 지역구에 계획된 정부기관 폐쇄를 되돌리기 위해 DOGE와 협력한 후 "상식이 승리했다고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 이틀 전, 머스크는 공화당 의원들을 만나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나눠주었다. 공화당 의원들은 불충한 생각을 표현하기 전에 자신의 지역구가 표적이 되지 않을까 고려해야 한다.
이는 닉슨 대통령 시절 이후, 아니 그 이전에도 볼 수 없었던 종류의 미국 헌정 질서의 전복이다. 오래 가지 못하고 소멸될 수도 있다. 머스크는 이미 내각 구성원들과 충돌하기 시작했으며 내각 구성원 몇몇은 자신의 권한을 빼앗기는 걸 반기지 않는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머스크는 자신의 상관보다 인기가 한참 아래다. 미국평화연구소 점령을 제외하고, DOGE가 전술적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몇 가지 징후가 있다. 이제 대부분의 삭감은 최소한 명목상으로는 DOGE가 직접 '명령'하기보다는 '권고'한다. 바우어는 소송이 정부를 혼란에 빠뜨리고 증거 조사 개시3(디스커버리)로 DOGE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더 많이 드러나면 앞으로 몇 달 동안 DOGE에 대한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사업이라면 이런 것들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머스크는 자신의 사업으로 비관론자들을 물리쳤다. 만약 그의 정부 사업이 성공한다면 그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미국에 좋을지의 여부는 다른 문제다.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기술한 이코노미스트의 3월 28일자 기사를 읽다보면 혹시 머스크는 트럼프가 악역을 맡긴 후 버리려는 카드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듭니다. 머스크는 연방정부의 많은 정보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지만 미워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테슬라 불매운동으로 경제적 손해도 보고 있습니다. 스티브 배넌같은 MAGA 본진에서는 벼르고 있고, 통상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수석고문과도 언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민자 출신인 머스크는 어차피 대통령선거에 나갈 수도 없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차기 대권 주자를 중심으로 미국 권력도 천천히 재편될텐데 트럼프 한 사람에만 의존해 있는 머스크로서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트럼프로서는 악역을 머스크에게 맡기고 과실은 자신이 취하고 있습니다. 권력이 집중되고 있는 것입니다. 트럼프 2기를 만든 두 개의 세력인 MAGA와 실리콘밸리 테크 억만장자들, 이 둘 중 결국은 대중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 MAGA가 이길 것입니다. 머스크는 언제 그 역할을 다하고 퇴출될까요? 미국 정치를 보는 관전포인트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