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이슬람주의 반군이 무너진 시리아를 재건할 수 있을까

승리한 반군 지도부가 부패와 경제적 몰락으로 멈춰버린 국가기구를 장악했다. 아사드 정권의 희생자들은 복수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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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의 유력 반군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다마스쿠스의 한 모스크에서 군중에게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2024.12.20 15:14

Financia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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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시선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쏠려 있는 동안 놀라운 지정학적 격변이 시리아에서 벌어졌습니다. 14년의 내전을 버티던 아사드 정권이 순식간에 반군에게 무너진 것입니다. 지정학적으로도 이란이 레바논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도와주는 병참선이 막혀버린다는 의미가 있고 억압적인 독재정권이 어떻게 해서 갑자기 붕괴되는지도 보여줬습니다. 특히 시리아는 북한과 아주 가까운 사이라서 북한 정권에도 충격을 줬을 것입니다. 철권으로 억압하기만 하는 것으로는 정권이 장기간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도 뇌리에 각인시켰으리라 생각됩니다.


시리아 내전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아사드 정권의 잔존 세력이 남아 있을 것이고, 다른 반군 단체들도 있습니다. IS같은 이질적이지만 전투력을 갖춘 단체도 있습니다. 이번에 수도를 점령한 HTS가 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 시리아 내정을 안정시킬지도 숙제입니다. 14년 전 중동에 민주화 바람이 불고 미국과 서방이 이를 지원하면서, 포악하지만 작동은 하고 있던 시리아의 정치경제 시스템이 무너졌고 오랜 내전으로 완전히 폐허가 되어 버렸는데, 이러한 상태에서 어떻게 정치경제 시스템을 재건할지 HTS에게는 큰 숙제가 남겨졌습니다. 게다가 HTS는 과거 알카에다와의 관계로 서방의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도 숙제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시리아는 어떻게든 미국 등 서방의 자본을 얻어 경제재건에 나서야 합니다. HTS가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얻어 정부를 구성할지, 그리고 어떻게 경제를 다시 살릴지 독자 여러분들도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12월 14일자 기사가 이러한 질문을 던집니다.


지난 일요일, 압델 라흐만은 지난해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부패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인 후 시리아의 악명 높은 사이드나야 교도소의 비좁은 감방에서 15년 형을 살고 있었다.


다음 주 금요일 아침, 그는 구 시가의 전통시장에서 녹색 시리아 국기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 깃발은 거의 14년간의 잔인한 내전기간 동안 반아사드 반군이 휘날렸던 국기다. 정오 무렵, 그는 인근 모스크에서 퇴진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폭군'이라고 부르는 설교를 들을 수 있었다.


"시리아인들의 기쁨이 얼마나 큰지, 이 승리가 얼마나 위대한지!"라고 전례 없는 설교를 하고 있던 총리가 선언했고, 그의 설교는 우마이야드 모스크 밖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이 메시지에 환호했다. 50년 넘게 철권통치를 해온 독재정권의 몰락을 받아들이고 있는 수천 명의 시리아 국민들의 얼굴에는 환희와 약간의 불신이 교차했다.


아사드 정권은 지난 일요일 이슬람 반군 단체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의 전격적인 공격으로 러시아 모스크바로 피신하면서 갑작스럽게 막을 내렸다.



HTS는 즉시 컴컴한 감옥에서 수감자들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사드 정권의 통제가 얼마나 잔인했던지 사람들이 라흐만이 갇혀있던 감방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 수감자들은 처음에는 밖으로 나오기를 거부했다.


"우리는 그들이 무력충돌에서 우리를 인간 방패로 이용하기 위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라흐만은 금요일 기도 후 반아사드 구호를 외치며 모스크를 떠나는 사람들의 행렬을 바라보며 말한다. "저는 아직도 충격에 빠져 있습니다.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아요."


지난 며칠 동안 시리아를 휩쓸었던 승리의 기쁨과 안도감 뒤에는 현재 시리아가 직면한 어려움에 대한 현실적 우려도 보인다. HTS 반군은 10년이 넘는 내전으로 황폐해진 시리아를 넘겨받고 있다.


축하를 위해 우마이야드 사원으로 몰려든 많은 사람들은 전날 밤 "자유 시리아"라는 단체로부터 받은 다음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고 기뻐했다. "시리아가 다시 태어났습니다. 우리 국민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우리나라에 축하를 보냅니다."


그러나 그들은 최근 몇 년 동안 HTS가 통치하고 있는 북서부 이들리브에서 수도 다마스쿠스로 내려온 반군들에게 이러한 재탄생이 얼마나 복잡한 일인지도 잘 알고 있다.


이슬람주의적인 HTS는 부패와 정실(情實)로 엉망이 된 제도, 분쟁과 국제제재로 무너진 경제, 아사드 정권 일부 희생자들의 복수에 대한 열망이 엉켜있는 이 다민족 국가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지난 13년 동안 전기도 없고 모든 것이 부족하며 사회가 완전히 질식하는 등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다마스쿠스 시청의 한 공무원이 말한다. "HTS는 지금 당장 일을 시작하고 조직화하여 이 몰락을 막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곧 그들에게 등을 돌릴 것입니다."




아사드 정권 초기부터 부패와 억압, 잔인함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는 주로 수니파 무슬림이 다수인 이 나라에서 소수 알라위족이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이었다. 편집증과 절대적 통제에 대한 열망으로 바샤르 아사드의 아버지 하페즈 아사드―공군 조종사 출신인 하페즈는 1970년에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했다―는 절대적 권력을 가진 중앙집권적 대통령제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관료주의적 시스템이 형성되어 국민들이 정부에 의존해야 했고 모든 사회 계층의 부패가 만연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구조가 효율적이지는 않았지만 2011년 민중 봉기가 바샤르 아사드에 의해 잔인하게 진압되고 유혈 내전이 발발할 때까지는 최소한 작동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전 시기 동안 아사드의 바트당이 운영하는 낡은 국가 시스템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시리아의 병원들은 부숴진 벽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부서들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자금 부족으로 황폐해졌다. 낡은 호텔들은 시간이 멈춰버린 듯하다. 다마스쿠스 거리를 가득 메운 대부분의 자동차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최신 자동차일수록 부품을 구하기 어렵고 수입 비용이 더 비싸기 때문이다.


시리아 국가 자체와 지금은 퇴임한 대통령, 그리고 그의 돈줄을 겨냥한 서방 제재의 피해는 고스란히 민간인들의 몫이 되었고, 시리아 정권의 고위층은 제재를 피할 방법을 찾아냈다.


모하메드 알 바시르 신임 총리는 3월까지 임시 정부가 나라를 이끌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다음 단계의 계획은 밝히지 않았고 전국적인 선거에 대한 논의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미국 등이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알카에다의 방계조직이었던 HTS는 다양한 종교와 이슬람 종파가 섞여 있는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무장 단체 중 하나다. 아부 모하마드 알 졸라니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데, 그가 다마스쿠스에서 권위주의 통치를 실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도의 주민들은 과연 HTS가 크리스마스 축하 행사를 공개적으로 제한할지 허용할지 궁금해하고 있다.


바시르 신임 총리는 전략적인 모습을 보이며 원활한 권력 이양을 위해 아사드 정권의 총리, 내각 장관들, 공무원들을 이 이양 과정에 참여하도록 초청했다. 화요일, 그는 퇴임하는 장관들(적어도 참석한 장관들)과 반군 측 인사들을 아사드 정부가 정례 회의실로 사용하던 장소에 모았는데, 이는 중앙집권적 권력에 익숙한 나라에서 국가의 톱니바퀴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음을 알리는 짧지만 상징적인 회의였다.


바시르 총리는 새 정부의 정치적 뿌리가 이슬람주의임에도 불구하고 부패와 싸우고 질서를 회복할 것이며, 시리아의 수많은 소수파들을 보호하는데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영 석유회사는 반군 점령 24시간 이내에 운영을 재개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며 반군이 아직 점령하지 않은 해안 지방에도 전기를 계속 공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정부 직원들은 화요일과 수요일에 각 부처로 복귀했고, 학교는 이번 주 일요일에 다시 문을 열라는 명령을 받았다. 시리아의 휴일 전날인 목요일 밤(이슬람권에서는 일요일이 아닌 금요일이 휴일이다 - 편집자주), 식당과 공원이 사람들로 붐비면서 거리로 차량이 다시 돌아왔다.


다마스쿠스 교외의 가난한 주민인 54세의 아부 모하메드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 이제 우리는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앞으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오랫동안 추락하고 있는 경제를 재건하는 일이다. 현재 시리아 국민의 90% 이상이 빈곤선 아래에 살고 있으며, 시리아의 가정 대부분은 하루에 6시간 미만의 전기를 공급받고 있다. 생필품 부족, 치솟는 인플레이션, 시리아 파운드화 폭락으로 집에는 먹을 것이 없는 경우가 많다.


국영 석유회사 무스타파 하사위예의 부대표는 이번 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시리아 석유의 80% 이상이 내전기간 중 아사드를 지원한 이란에서 수입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을 버틸 수 있는 양은 남아있지만 그 이후에는 연료가 어디서 공급될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10년간의 내전기간 동안 공장이 파괴되고 노동자들이 전쟁터로 보내지는 등 국내 제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국가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피투성이 폐허로 남아 있고, 국민들은 죽거나 실종된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에 시달리고 있다.


아사드 정부는 군사지출, 공공부문 급여, 보조금 지급을 위해 재정을 낭비했는데, 후자의 두 가지는 바트주의 국가의 사회계약에서 기본 골격을 구성한다.


정권의 후원자인 러시아와 이란이 오랫동안 연체된 전쟁 부채를 요구했을 때 아사드는 인산염 추출을 포함해 천연자원의 일부를 러시아와 이란으로 넘겼다. 러시아에 빌린 것을 포함하여 아사드 정권이 갚지 않은 산더미 같은 부채를 떠안은 HTS는 도대체 누구에게 어떻게 갚아야 할지에 대한 복잡한 지정학적 숙제를 가지게 되었다.


아사드 정권의 집권세력과 일부 측근들은 내전 말기에 국가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고 비즈니스 엘리트들을 '마피아 스타일'로 갈취하면서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웠다. 이는 상류층 엘리트 사이에서 아사드 정권 지지를 약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리아 국민들은 또한 정권이 장악한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는 검문소에서 매일 돈을 뜯겼는데, 검문소 중 상당수는 바샤르 아사드의 동생 마헤르가 운영하는 잔인한 부대로 악명 높은 육군 제4사단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정권의 군인들이 무기를 버리고 군복을 벗어 던지며 반군의 진격을 피해 달아나면서 이들 검문소는 HTS가 수도를 점령한 이후 텅 비어버렸다.


아사드가 몰락한 지 몇 시간 후, 레바논 국경 인근에 있는 제4사단의 수입원으로 널리 알려진 면세점들이 약탈당했다. 광란의 남성들 수백 명이 상대적 자유를 얻은 첫 몇 시간의 행복감에 취해 냉장고, 최신 노트북 컴퓨터, 시계를 들고 수년간의 고통에 대한 "정의 실현"이라 외치며 약탈을 감행했다.


제4사단은 또한 무기, 석유 밀수, 주류, 캡타곤 마약류 판매 등 정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불법 수익원의 중심이었다.


제4사단을 비롯해 전체 국가 보안기관을 해체하는 것 역시 HTS가 직면한 또 다른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가난한 징집병으로 구성된 군대는 그들을 총알받이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독재자를 위해 기꺼이 죽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군복을 벗고 제대해버렸다.


다마스쿠스를 점령한 지 48시간도 안 되어, HTS는 자신들의 거점 이들리브에서 교통경찰과 보안군을 데려와 업무에 투입했다. 두 명의 주민은 거리에서 사람들이 다시 교통신호를 지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아사드 정권 때에는 교통 신호에 차를 세우면 십중팔구 교통경찰에게 뇌물을 뜯겼다). 하지만 시리아 전역의 치안을 위해서는 인원이 부족하고, 지방을 잇는 고속도로에서 도적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들려오고 있다.


졸라니의 HTS 병사들의 복수심도 위험하지만, 복수심에 들끓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더 큰 문제다.


특히 실종자 가족들의 경우가 그렇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자취도 없이 아사드 정권의 수많은 감옥들 속으로 사라졌다. 이번 주에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시리아의 감옥들을 찾아다녔지만 실망한 채 돌아갔다. HTS 지도자 졸라니는 고조되는 분노에 응답해 고문과 관련된 사람들은 정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며, 관련이 없는 군인들은 사면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유한 다마스쿠스 지역의 한 문구점에서는 프린터가 미화 40센트에 판매할 새 시리아 국기 복사본을 찍어내고 있었고, 문구점 주인은 손님들과 정권 교체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우리의 질문은 그들이 [감옥에서 일했던] 범죄자들을 추적할 것인가입니다." 그가 덧붙인다. "그들은 과연 우리 국민을 고문하고 죽인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까요?"


1888년 창간된 영국의 대표적인 일간 경제지. 특유의 분홍빛 종이가 트레이드마크로 웹사이트도 같은 색상을 배경으로 쓰고 있을 정도입니다. 중도 자유주의 성향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지식을 갖고 있는 화이트 칼라 계층이 주 독자층입니다. 2015년 일본의 닛케이(일본경제신문)가 인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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