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대만인들은 중국의 침공에 맞설 준비가 돼 있나?

만약 시진핑이 인민해방군에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라고 명령한다면, 과연 이 섬은 스스로를 고슴도치처럼 무장하고 2300만 대만인 전체의 "전 사회적 저항"을 결집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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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병사들이 2024년 7월 22일(현지시간) 타이완 타오위안에서 연례 한광군사훈련 첫날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2025.11.28 15:26

The Wire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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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대만에게 큰 교훈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을 당시 우크라이나는 일주일 내 항복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그래서 서방은 망연자실하면서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세계 군사력 2위인 러시아의 침공을 30위 정도 되는 우크라이나가 막아내는 것을 보고 서방은 무기를 보내면서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전쟁이 3년 동안 이어져왔고, 승패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11월 16일자 더와이어차이나의 기사는 이러한 교훈이 어떻게 대만을 변화시키고 있는지 보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결기를 보여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미국에게 자국의 방어를 맡기지 말고 국방에 좀 더 나서주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요구에 대응해 대만 정부는 시민들의 민방위 참여도 강화하고 국방비도 GDP의 5% 이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물론 중국에 좀 더 유화적인 제1야당 국민당은 대만의 군사력 증강이 중국을 자극할 위험성이 있다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중요한 것은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전쟁 참여를 암시했고 이에 따라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가 "목을 베어버릴 수밖에"라고 반발하는 등 '대만유사' 즉 양안문제를 놓고 중일관계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과연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대만을 흡수통일 할 것인지? 군사적으로 그것이 가능할 것인지? 일본, 미국, 그리고 한국 등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국제정치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중요성에 따라 PADO는 대만을 둘러싼 군사충돌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타이베이의 한 무더운 아침, 대만의 라이칭더 총통은 흰색 야구 모자를 맞춰 쓴 많은 지지자들과 차려 자세를 유지한 병사들 앞에서 연설했다. 그는 올해가 대만이 권위주의 체제 아래 보낸 날보다 민주주의 국가로 보낸 날이 처음으로 더 많아진 국경일이라는 점을 언급했고, 군중은 박수로 화답했다. "우리는 힘이 군사력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굳게 믿습니다." 총통은 이렇게 선언했다. "사회 전체의 회복력에도 의존해야 합니다."


2300만 명이 사는 독립적 민주정인 중화민국은 중국이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곳이다. 중국 공산당이 국공내전의 경쟁자였던 국민당을 1949년 이곳으로 몰아낸 이후, 중국은 줄곧 이 섬을 차지하려 해왔다. 중국은 무력을 사용해 섬을 탈환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해왔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무력 사용 포기를 절대 선언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선택권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수십 년 동안 이러한 상황은 변치 않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위협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것도 머지않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군사·정치적 경고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만은 우크라이나가 아닙니다. 너무 작아요. 전쟁이 시작되면 안전한 곳은 없습니다." 국방안전연구원(INDSR) 연구원이자 전직 대만 군 장교인 윌리엄 청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우리가 '사회적 회복력'(社會韌性)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회복력'은 '전 사회적 방위회복력'(全社會防衛韌性)이라는 표현과 함께 지금의 대만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이는 차이잉원 전 총통 시절 처음 도입된 개념이며, 후임인 라이칭더 총통은 이를 자신의 핵심 국정기조로 삼아 국가 차원의 추진위원회까지 설치했다.


차이잉원과 라이칭더는 모두 대만의 독자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민진당 소속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섰다. 2024년 라이칭더의 승리는 대만이 1996년 경쟁적 선거를 통해 처음 대통령을 선출한 이후 민진당이 처음으로 3연속 집권하는 기록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주장하는 국민당과 상대하는 것을 선호해왔기에, 이러한 결과는 중국에 더욱 불편한 신호였다.


단순한 침공이 초래할 결과는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침공은 전 세계 경제에 연간 최대 10조 달러의 손실을 낳을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GDP의 10% 이상이 증발하는 규모다. 그 핵심 이유는 대만이 세계 최첨단 반도체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 공급지이기 때문이다.


2012년 집권 이후 시진핑은 대만과의 통일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필수적인 과제로 규정해왔다. 그는 인민해방군이 2027년까지 침공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능력을 갖추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직접 이끄는 시진핑 체제 아래, 인민해방군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평시 군사력 확장을 단행했다. 오늘날 중국 군용기는 거의 매일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고, 대만해협을 가르는 중간선을 사실상 무시한 채 넘나든다. 대만 내부에서는 정치적 허위정보 공작과 고위층을 표적으로 하는 간첩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대만 디지털발전부(數位發展部)에 따르면 하루 200만 건이 넘는 사이버 공격이 들어온다.


"수십 년 동안 중국은 검만 휘두르며 위협할 뿐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미 외교협회(CFR) 아시아 연구원 데이비드 색스는 말한다. "하지만 이제 중국은 실제 군사능력을 갖추었고, 우리는 그 현실을 매일 대만해협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2022년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은 또 하나의 경종이었다. 타이베이에 기반을 둔 캐나다 정보분석관 출신 작가 J 마이클 콜은 "그 사건은 이런 유형의 권위주의적, 개인숭배적 지도자들이 우리가 보기에는 비합리적이라고 여길 일을 실제로 저지를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것은 시진핑 역시 대만을 상대로 우리가 상상도 못 할 일을 실제 감행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많은 대만인들이 이에 맞춰 움직이며 대비 태세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쿠마 아카데미(Kuma Academy, 黑熊學院), 시민연맹(Citizens' League, 公民聯盟), 포워드 얼라이언스(Forward Alliance, 壯闊聯盟) 같은 시민사회 단체들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재난 대응, 미디어 리터러시, 응급처치를 교육하고 있으며, 사이버보안과 드론 등 국방 관련 기업들도 대만의 자주적 방위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남성 의무 군복무 기간은 4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됐고, 군 급여와 모집 규모도 늘어났으며, 중국 스파이를 기소하기 위한 군사재판소 부활 계획도 추진 중이다. 타이베이 주변에서는 지하철역 밖에 지정 대피소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점점 더 흔하게 보이고 있다.


'사회적 회복력'은 2025년 국방보고서(NDR)에서 여러 차례 강조된 개념이다. 이 보고서는 민간이 중국과의 '소모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7월 한광(漢光) 연례 군사훈련에서는 민방위 단체들이 처음으로 훈련에 포함됐다. 9월에는 국방부 전민방위동원서(全民防衛動員署)가 중국의 공격 시 활용할 민방위 안내서를 배포하고, 전용 웹사이트도 함께 공개했다. 이 기관은 2021년 예비군 동원을 위해 설립됐다.


"전쟁이 나면 국가를 지키는 일은 군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입니다." 국방안전연구원의 윌리엄 청은 이렇게 설명하며 "사회 전체가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사회는 실제로 그렇게 될지 주시하고 있다.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엇갈린다. 2021년 국영 대만민주기금회(TFD)의 조사에서는 대만인의 약 72%가 '대만이 도발하지 않은' 인민해방군 침공에 맞서 싸우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같은 해 대만 시사잡지 글로벌뷰스 조사에서는 싸우겠다는 응답이 40%,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1%로 나타났다.


여론은 대만에서 점점 심해지는 정치양극화의 영향도 받고 있다. 쟁점의 대부분은 양안관계에 집중된다. 민진당에 우호적인 '녹색' 진영은 대만의 독자적 정체성과 주권을 강조하는 반면, 국민당에 가까운 '청색' 진영은 대만의 독립적 통치는 유지하되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선호한다. 다른 민주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소셜미디어는 대만 내부의 양극화를 가속화했다.


물론 국민적 결의에 대한 공식적 분석이 빗나간 사례는 흔하다. 미국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의 저항 의지를 과대평가했고, 우크라이나인의 결의를 과소평가했다. 미국의 관측통들은 최악의 상황에서 대만이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만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언론 발언 권한이 없어 익명을 요청한 타이베이 주재 한 서방 외교관은 "대만 국민은 최근 지진이나 태풍 같은 재난에서도 큰 회복력과 결속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친대만 성향의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글로벌대만연구소(GTI)의 소장 존 닷슨—그는 미 해군 장교 출신이기도 하다—도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가 실제 침공하기 전까지 자신들이 얼마나 싸울 준비가 돼 있는지 몰랐다"며 "그 전에는 그 문제를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중국이 실제 침공한다면, 대만인들은 우크라이나인들처럼 행동하게 될까?


"전쟁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전쟁을 막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우즈중 대만 외교부 차관은 이렇게 말하며 "하지만 대만인들은 싸울 것입니다. 우리가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싸울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건 어떤 형태의 공격이 벌어지느냐에 크게 좌우될 겁니다." 이전에는 '대중국 의회연맹'(IPAC) 사무국장으로 근무했고 현재는 영국의 싱크탱크 중국전략위험연구소(CSRI) 이사인 앤드루 예는 이렇게 말했다. "공격의 상황, 방어가 얼마나 가능해 보이는지, 그리고 국제사회가 어떻게 반응할지가 중요합니다."


대만 군인들이 2025년 10월 31일(현지시간) 금요일 타이완 신주현에서 열린 M1A2T 에이브럼스 주력전차 도입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대만 군인들이 2025년 10월 31일(현지시간) 금요일 타이완 신주현에서 열린 M1A2T 에이브럼스 주력전차 도입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애매모호한 미국의 태도

미국의 대응은 대만과 세계가 중국의 봉쇄나 침공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사실상 좌우한다. 미국의 군사력이 없다면 대만은 이 거대한 이웃에게 중과부적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해 실시한 가상 전쟁 시뮬레이션에서,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시나리오의 경우 대만은 인민해방군의 공격에 압도당했고, 해군 전력을 모두 잃으며 8만5000 명의 사상자를 냈다.


"중국군과 대만 본토에서 싸우겠다는 계획이라면, 이미 진 겁니다." 존 컬버 전 CIA 동아시아 분석관은 이렇게 진단한다.


대만이 취해야 할 전략은 중국군이 110마일(약 177km) 너비의 대만 해협을 건너오는 길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국가안보 관리였던 매트 포팅거가 편집한 2024년 저서 제목을 빌리면, '끓어오르는 해자'(boiling moat)를 만드는 것이다.


이 전략은 2008년 미 해군대학교 논문에서 처음 정식화되며 '고슴도치' 전략으로도 알려져 있다. 대량의 기뢰, 드론, 대함미사일 등 접근거부 무기들을 대거 활용해 중국군을 최대한 저지하고, 미국과 동맹군이 충분히 힘을 집결시킬 때까지 버티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의 역내 전력은 중국의 견제망을 뚫고 대만에 진입하기 위해 힘든 싸움을 해야 할 것입니다." 포팅거와 함께 '끓어오르는 해자' 작성에 참여한 마이클 헌제커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미국이 결정적인 전력을 동원하고 신속히 투입하는데 두 달은 걸린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미국은 이런 전력 투입 문제를 두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2.0 시대에는 관측통들이 더 큰 혼란에 빠져 있다. 지난달 한국에서 시진핑과의 회담을 앞두고 관련 질문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은 대만이다"라는 모호한 답을 내놨다. 회담 전, 미 행정부 내에서는 트럼프가 대만을 희생해 시진핑과 통큰 거래를 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회담 후 트럼프는 "대만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후 CBS '60 미닛'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중국은 내 임기 동안 대만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그 결과가 어떤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4월 트럼프의 베이징 방문 때 대만 문제와 관련한 정치적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이 문제에 대해 자신감을 표명해 왔습니다만, 미중 간 경제전쟁의 휴전을 선언한 만큼, 이제 양측이 양안 관계로 시선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스티븐 베르트하임은 지적했다.


대만 예비군들이 2025년 7월 9일(현지시간) 타오위안에서 연례 한광군사훈련 중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대만 예비군들이 2025년 7월 9일(현지시간) 타오위안에서 연례 한광군사훈련 중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이달 초 새로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 사용이 자국에 "존립 위협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하며 정국을 뒤흔들었다. 이는 일본 자위대가 대만 방어에 직간접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함의를 담고 있었고, 중국은 즉각 강하게 반발하며 외교적 위기는 통제 불능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내 여론 역시 예측이 어려운 변수다. 시카고 국제문제협회(CCGA)의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대다수는 대만을 침공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직접 개입하는 데 반대하거나 확신이 없다고 답했다. 2022년 한 조사에서는 미국인 중 대만의 위치를 지도에서 정확히 찾을 수 있는 사람은 34%에 불과했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부(국방부)가 대만에게 확실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 정책을 총괄하는 엘브리지 콜비 전쟁부 차관은 미국의 지원은 "대만의 결의에 대한 워싱턴의 평가"에 따라 달라질 것임을 분명히 해왔다. 그는 "미국이 도와주려면 대만이 스스로 방위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너무 많은 안심만 시켜줘서, 대만은 미국이 어떻게든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라고 생각해온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만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을 수 있지만 "반드시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는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훔쳤다"고 불평하며, 미국의 보호를 받는데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도 해 왔다.


"대만 내부에서도 미국의 논조가 바뀌고 있고, 대만이 자체 방위를 얼마나 진지하게 여기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미 외교협회의 데이비드 색스는 "바로 그래서 지금 추진 중인 '사회적 회복력' 캠페인은 미국에 대만의 의지를 증명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첫 임기를 기억하는 대만은 이번엔 더 우호적일 것으로 기대했었다. 2016년 12월,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차이잉원 총통의 당선 축하 전화를 받아 역사적 선례를 남겼다. 그의 행정부는 180억 달러가 넘는 무기 판매를 승인했고, 고위급의 대만 방문을 허용하는 '대만 여행법'(Taiwan Travel Act)을 통과시켰으며, 대만이 외교적 동맹국들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TAIPEI 법'에도 서명했다.


"트럼프 1.0은 대만에 상당히 우호적이었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글로벌대만연구소의 존 닷슨은 이렇게 평가했다.


하지만 두 번째 임기는 훨씬 냉담하다.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트럼프는 라이칭더 총통의 미국 경유를 거부했고, 대만과의 국방정책 대화 장소를 워싱턴에서 앵커리지로 격하했으며, 4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철회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만 경제에 20% 관세를 부과했다. 동시에 행정부 내 '대중 강경파'들은 시진핑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대통령의 기조 속에서 힘을 잃고 있다.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1기 때의 대(對) 대만 정책 기조가 돌아올 거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존 컬버는 이렇게 말하며 "지금 대만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끼며 꽤 불안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 정부는 이에 대응해 조용히 'MAGA 진영'과의 우호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금년 10월, 라이칭더 총통은 미국의 보수 성향 팟캐스트에 출연해 중국이 대만에 대한 영유권 주장 철회를 결심하도록 설득한다면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목표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라이칭더 총통은 "대만은 자국의 국가 안보를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며 "스스로 돕는 자를 다른 이들도 돕는다"고 덧붙였다.


사흘 뒤, 대만 국가안보회의(NSC) 린페이판(林飛帆) 부비서장(副祕書長)은 포린어페어스에 '힘을 통한 평화를 위한 대만의 계획'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 표현은 트럼프의 안보 원칙을 구성하는 핵심 문구이기도 하다.


린페이판 부비서장은 "대만이 대비를 가속화하는 지금, 우리의 미래와 자유를 지키겠다는 결의에 어떤 의심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이 전략은 성과를 내기 시작한 듯 보인다. 지난주 미국 정부는 주로 전투기와 수송기에 필요한 예비 부품으로 구성된 3억3000만 달러 규모의 대(對) 대만 군사장비 판매를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처음 승인된 사례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과 구와니언 국방부장관이 2025년 10월 31일(현지시간) 신주 후커우 군사기지에서 열린 대만 최초의 M1A2T 에이브럼스 전차 1개 대대 창설식에 참석하고 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과 구와니언 국방부장관이 2025년 10월 31일(현지시간) 신주 후커우 군사기지에서 열린 대만 최초의 M1A2T 에이브럼스 전차 1개 대대 창설식에 참석하고 있다.

정체성을 둘러싼 싸움

중국은 오랫동안 전쟁보다 '평화적' 통일을 선호한다고 주장해왔다. 중국은 홍콩에서 처참하게 실패한 바로 그 모델인 '일국양제'를 미끼로 흔들어왔다.


2010년대는 양안 관계의 정점이었다. 중국은 마잉주 국민당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경제사회적 연계를 강화했고, 2015년에는 시진핑과 마잉주가 싱가포르에서 회담하며 국공내전 이후 최상위급 만남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이어진 탄압은 평화통일이라는 구상이 얼마나 비현실적이 되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최근 마잉주는 싱가포르 회담을 회고하며 라이칭더 총통이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대다수 대만인은 양안의 화해와 평화를 원하며, 정부가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길 바라고 있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하지만 중국 출신이거나 중국 정체성을 가졌던 고령 세대가 사라지면서, 대만 사회는 라이칭더 총통처럼 대만에서 태어난 주민 중심으로 재편됐다. 현재 인구의 85% 이상은 중국 본토와 정서적 연결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 1980년대 이후 출생 세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성장했고 스스로를 '자유로운 세계의 시민'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시행해온 여론조사도 이런 변화를 뒷받침한다. 국립정치대 선거연구센터에 따르면 1992년에는 "나는 대만인이다"는 응답이 17%였고, "대만인+중국인"이라는 복합 정체성 응답이 46.4%였다. 하지만 2025년 조사에서는 각각 62%, 30%로 바뀌었다.


"이곳 사람들은 자신의 국가 정체성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전 대만 외교부 장관이자 현 국책연구원 원장인 톈훙마오(田弘茂)는 이렇게 말한다. "대다수 대만인은 공산주의 체제 아래 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하고 있습니다."


통일 문제를 직접 묻는 조사에서는 결과가 더욱 뚜렷하다. 통일을 지지한다는 비율은 극히 낮으며, 90% 이상이 '공식 독립' 혹은 '현상 유지' 중 하나를 선호한다. J 마이클 콜은 저서 '화약고 대만: 신냉전의 중심에 선 섬나라'에서 통일이란 "실제로는 병합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우즈중 외교부 차관도 "대만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만은 민주주의와 자유 아래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만의 정치 체제에서 강력한 국방력 강화는 초당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의회를 장악한 국민당은 국방비 증액과 '고슴도치 전략' 추진에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이들은 이런 조치가 침공 억제가 아니라 오히려 중국을 자극해 전쟁 위험을 키운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전 세계 연구자들은 의견이 갈린다.


"침공은 '중국을 자극하느냐 마느냐'보다 중국 내부의 상황에 달려 있습니다." 중국전략위험연구소의 앤드루 예는 "시진핑의 계산에서 훨씬 큰 요소는 '중국군이 승리할 수 있는가, 쉽게 이길 수 있는가'라는 점"이라고 말한다. "대만이 강한 방어 능력을 갖출수록 상황은 대만에 더 유리해집니다."


국민당의 새 대표 정리원(鄭麗文)은 대만 국방비를 2030년까지 GDP의 5%로 올리려는 라이칭더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이 정책은 미국이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국방비 5% 법안에 대한 의회(立法院) 투표가 내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국민당은 최근 세 차례 대선 모두 민진당에 패배했지만, 국내 문제에 관해서는 의회 차원에서 여전히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당이 집권한다고 해서 대만 대중 전체의 양안관계에 대한 견해를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타이베이의 정치 평론가이자 노팅엄대 대만연구센터 비상근 펠로우인 브라이언 휴(Brian Hioe)의 지적이다. "대만 정치에서 모든 선거가 양안정책에 대한 국민투표가 되는 건 아닙니다. 대통령 선거만이 그렇습니다."


콜은 저서 '화약고 대만'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핵심 가치 —자유, 민주주의, 생활양식—에 있어서는 민진당과 국민당 모두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그리고 극소수를 제외하면 누구도 대만이 중국에 의해 통치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대만의 조치들에 대해 양당의 견해차는 존재하지만, 중국의 침략을 원치 않는다는 점에서는 양측이 동일하다. 국민당의 정리원 당 대표도 이달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력을 써서라도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포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브렌트 크레인은 미국 샌디에이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자로 뉴요커,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해왔다.



뉴욕타임스 중국 특파원 출신인 데이빗 바르보자가 2020년 만든 중국 전문 온라인 주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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