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아일랜드가 유럽 안보의 '구멍'이 된 까닭

군함이 거의 없고 정보 공유도 제한적인 아일랜드는 스스로를 보호하거나 인프라를 지킬 수 없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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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PADO

2025.12.19 15:10

Financia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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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부모 슬하를 떠나 '독립'하게 되면 먹고사는 걱정, 돈 걱정을 하게 됩니다. 국가는 제국 치하에서 독립하면 외국과의 전쟁이라는 '안보 걱정'을 하게 됩니다. 안보 걱정은 독립 국가의 무거운 멍에이면서 동시에 자랑스런 배지입니다. 하지만, 독립 국가의 이 멍에이자 배지인 안보 걱정에 익숙하지 않은 수많은 신생 국가들은 어떻게든 이 부담을 지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이런 나라들의 위정자나 국민들은 '중립'이라는 지위를 좋아합니다. "너희들은 싸워라. 난 세상일에 초연하게 맘 편히 살테다"가 이들 신생국 사람들의 꿈입니다. 하지만, 트로츠키가 말했듯, "너는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전쟁은 너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세상의 현실입니다. 전쟁을 피해 산 속으로 피란가면 잠시 전쟁을 피할 수 있겠지만, 결국 승리한 쪽 치하에 떨어지게 됩니다. 국제관계에서 '중립'은 "이기는 쪽에 머리 숙이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습니다. 물론, 강대국들이 '완충지대'로서 서로 합의해 특정 국가를 '중립국'으로 만드는 경우는 상황이 다릅니다. 강대국들이 싸우고 있는데 스스로 "우리는 중립"이라고 선언하는 약소국은 "아무나 이기면 그 밑에 들어갈게"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일랜드는 16세기 영국에 의해 침공을 받은 후 계속해서 영국의 지배를 받아오다가 1949년에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독립했습니다. 물론 아직 북아일랜드는 영국에 속해 있습니다. 이렇게 오랜 동안 국가가 아니었다보니 아직도 아일랜드는 국가가 무엇인지, 국제정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11월 25일자 '빅리드' 기사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제대로된 해군 함정도 몇 척 없고, 공군엔 제트 전투기도 없습니다. 외적의 침입을 감시할 레이더도 소나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공중 방어는 아직도 영국 공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나토 소속 이웃나라들은 국방비를 GDP의 3%로 올린다거나 5%로 올린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데, 아일랜드는 GDP의 0.25%만 국방비로 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일랜드 국민은 최근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중립'을 더욱 중시하는 대통령을 선출했습니다. '중립 중독'이 심각합니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유럽의 안보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출발한 해저케이블은 대부분이 아일랜드를 경유합니다. 아일랜드는 유럽의 서쪽 끝일뿐만 아니라 법인세 감면 등을 통해 글로벌 IT 기업들의 유럽 본부를 대거 유치했기 때문입니다. 유럽 인터넷망의 허브인 아일랜드가 이 해저케이블을 지킬 함정도 제대로 안 갖추고 있어서 유럽인 모두가 걱정스러워할 유럽의 '안보 구멍'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아일랜드가 언제 '안보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정상적인 '독립' 국가가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10년 전 러시아 선박들이 대서양 횡단 인터넷 케이블이 얽혀 있는 해저 위를 배회하며 아일랜드 해안 주변을 처음 기웃거리기 시작했을 때, 아일랜드 해군 장교들은 냉전이 '다시 시작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의심스러운 선박들이 점점 더 많이 도착하면서 러시아가 전 세계 통신 및 금융 거래에 중요한 수중 인프라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매일 대서양 횡단 데이터의 4분의1 이상을 전송하는 케이블에 대한 위협이 고조되고 영국과 미국 등 우방국들의 경고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 해군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군사적 중립국이라는 지위가 현대 정체성의 상징인 아일랜드는 자국의 해상 안보에 있어 방관자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아일랜드는 국제적인 골칫거리가 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세계적인 테크 업계 및 무역의 거점으로 부유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자국 영해 내의 필수 인프라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스코틀랜드 인근에서 영국 왕립공군(RAF) 항공기를 레이저로 겨냥하고 아일랜드 해역으로 향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던 러시아 첩보선 얀타르Yantar호가 목격되면서 경각심은 더욱 높아졌다. 얀타르호는 러시아의 비밀 심해 연구조직인 심해연구총국(GUGI)이 운영하며 해저 케이블을 지도화하고 감시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그래픽=FT, 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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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는 1946년까지 해군이 없었고 1969년에는 군함이 바닥났으며, 현재는 재정 부족으로 인해 보유 군함 8척 중 4척만 운용 중인 섬나라다. 세 명의 유럽 해군 장교들이 파이낸셜타임스에 밝힌 바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보안 인프라가 부족하여 도움을 줄 수 있는 국가들과도 단절되어 있으며 기밀 정보를 수신할 수 있는 정보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친미 나토(NATO) 국가들은 러시아 선박의 접근과 같은 잠재적 위험을 알릴 수 없다.


내년이면 이러한 취약점이 드러날 것이다. 군비 증강에 목소리를 높여 반대하는 새 대통령이 막 취임한 아일랜드는 7월부터 6개월간 유럽연합(EU) 순환 의장국을 맡게 되며 유럽정치공동체(EPC)라 불리는 유럽 및 나토 국가들의 확대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일랜드에는 빅테크, 대형 제약사, 빅데이터가 있고, 이는 우리를 가치가 높은 표적으로 만듭니다." 아일랜드 육군 특수전 부대인 아미 레인저 윙Army Ranger Wing의 부사령관을 지냈으며 전직 의원인 카탈 베리는 말했다. "우리는 EU 회원국이지만 나토 회원국은 아니죠... 만약 나토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EU를 압박하고 타격하고 싶다면 아일랜드가 바로 그 시발점이 될 겁니다."


유럽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아일랜드는 오랫동안 전 세계 통신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1858년 최초의 대서양 횡단 전신 케이블이 아일랜드의 발렌시아 섬과 캐나다의 뉴펀들랜드 섬을 연결했다.


오늘날 북반구의 모든 해저 케이블 중 약 4분의3이 아일랜드의 방대한 해양 영토를 통과한다. 이는 아일랜드 육지 면적의 10배가 넘는다.


이 케이블들이 손상되면 유럽과 미국의 금융 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가정, 병원, 은행,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인터넷 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아일랜드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해저 파이프라인에 의존하고 있어, 이러한 인프라가 타격을 입으면 국가 대부분에 전력 공급이 끊길 수 있다. 그러나 아일랜드에는 레이더도, 소나(음파 탐지기)도 없다.


"케이블을 보호할 수 있는 아일랜드의 능력은 본질적으로 '제로'입니다." 아일랜드군에서 30년 가까이 복무한 전 아일랜드 해군 사령관 퀴빈 맥 언프래드는 말했다. "우리는 해군 잠수 부대에 외에는 해저 조사 능력이 없는데, 이는 주로 유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들어갈 수 있는 깊이에 한계가 있죠." 그는 덧붙였다.


"아일랜드는 무방비 상태예요, 정말 그래요. 정말 충격적이죠." 한 전직 유럽 고위 안보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아일랜드 해군은 의심스러운 선박을 발견하면 수십 년 된 절차를 따른다.


"이 모든 것에는 에티켓이 있어요." 이러한 조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말했다. "처음에는 3km 이내로 접근하지 않아요. 그러다 3km 거리에서 무전을 보내 '안녕하세요, 아일랜드 해군 군함입니다'라고 말하고 대화를 시작하며 정보를 얻어내려 노력하죠."


그 관계자에 따르면 러시아 측은 무르만스크에 있는 러시아 해군 북방함대 기지에서 2000해리(3700km)나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관생도들을 훈련 중"이라고 답하거나 선상에 "온갖 종류의 장비"가 빤히 보이는데도 "명령"을 따르고 있다고 답하곤 했다. 아일랜드 측은 러시아어로 대화를 시도해 보기도 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


하지만 아일랜드가 중립을 고수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그들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거의 없다. 지난 10월 중립 옹호론자인 캐서린 코놀리 대통령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것은 아일랜드가 군대를 증강할 필요가 없으며 중립 자체가 공격으로부터 보호해 준다는 대중적인 믿음을 강화할 뿐이다.


"중립은... 국방비 지출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죠." 아일랜드의 국방 및 안보 문제 전문 싱크탱크인 애저 포럼Azure Forum의 의장 피터 코일은 말했다. "이젠 일종의 신조가 되어버려서 바꾸기가 매우 어려워요."


아일랜드의 중립에 대한 자랑스러운 애착은 국방비 증액에 대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나토 가입에 대한 대중의 깊은 반대와 맥을 같이 해왔다.


사실 아일랜드의 중립 개념은 그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종종 모호했으며 충분한 자원을 갖춘 군대를 보유한 오스트리아나 스위스와 같은 중립국들과는 다르다.


아일랜드는 과거 식민통치국이었던 더 크고 강력한 나라 영국에 인접한 작은 섬나라다. 1921년 독립을 쟁취했지만 영국 해군 본부가 1938년까지 아일랜드 해역을 통제했으며, 아일랜드는 여전히 위협이 되는 항공기를 요격하는 데 영국 공군에 의존하고 있다.


과거에는 나토 가입이 논의된 적이 있었지만 현재는 공개 토론의 대상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공식적으로 어느 편에도 서지 않았던 아일랜드는 1949년 북아일랜드 분단을 이유로 나토 가입이 불가하다고 밝혔으며 1962년 숀 레마스 당시 총리는 유럽연합(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하기 위해 "중립이라는 기술적 명칭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미홀 마틴 현 아일랜드 총리는 아일랜드가 군사적으로는 중립이지만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는 중립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입장이 지리적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일랜드 대륙붕의 얕은 바다는 풍부한 어장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전문장비 없이도 해저 케이블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맥 언프래드는 아일랜드의 국방력 부족이 집단대응의 위험 없이 나토 국가들에 피해를 주려는 적대 세력에게 아일랜드를 만만한 표적으로 만든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정말 노출되어 있어요. 주권 능력을 확보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친구들도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는 셈이죠." 그는 말했다.


아일랜드의 2026년 국방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15억 유로(2조2000억 원)이지만 GDP의 0.25%에 불과해 EU에서 가장 적은 수준이다. 더블린에는 돈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아일랜드의 국방비는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아일랜드는 3년 연속 막대한 재정 흑자를 누려왔으며 정부는 올해 102억 유로(15조 원), 2026년에는 51억 유로(7조5000억 원)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아일랜드가 중립국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21세기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영국과 EU 동료국들의 불만을 부추겼다. 케이블이 없다면 아일랜드가 최근의 부를 축적하는 데 기여한 법인세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글로벌 테크 산업도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전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2022년 더블린에서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아일랜드도 다른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로 책임이 있습니다. 누구도 우리의 보호 사슬에서 약한 고리가 되어서는 안 돼요." 한 전직 영국 군 관계자는 훨씬 더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 인프라는 아일랜드의 현금 창출원이에요. 그런데도 그들은 도를 넘고 있어요."


아일랜드의 군사적 약점은 영국에게도 전략적 취약점이지만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할 때 영국 정부나 군대가 지원을 제안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따라서 영국 정부는 2021년 얀타르호가 아일랜드 대서양 연안의 민감한 케이블 위를 배회하는 모습이 포착된 후 우려를 표했다.


그 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한 달 전인 2022년 1월, 러시아는 아일랜드 남부 해안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로켓 발사를 포함한 해군 훈련을 계획하여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상황은 현지 어민들의 뜻밖의 개입으로 진정되었다.


"수많은 위험 신호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전 아일랜드 국방군 참모총장인 마크 멜렛 예비역 제독은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첫 총성은 러시아가 훈련을 발표했을 때 아일랜드 남서쪽 해안에서 발사된 셈이죠. 병력이 유럽의 동쪽 측면에 집결하는 동안 서쪽 측면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니까요."


외교 분쟁 해결을 위해 대표단을 이끌고 러시아 대사를 만났던 패트릭 머피 아일랜드 남서부 어류생산자협회장은 그 이후로도 러시아 선박이 세 차례 정도 목격되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이곳을 정찰하고 있어요. 확실해요." 그는 말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의 탐사 결과, 레이더 데이터를 통해 지난 11월 얀타르호가 셀틱스커넥트-2CeltixConnect-2, 지오-에어그리드Geo-Eirgrid, 로카빌Rockabill 등 3개의 주요 데이터 케이블이 있는 아일랜드해의 좁은 구역에서 몇 시간 동안 머물렀던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픽=FT, 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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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얀타르호가 스코틀랜드 인근에 다시 나타나면서 위협감이 고조되었고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우리는 군사적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공중 공격의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현재 EU 의장국인 덴마크가 잇따른 드론 침입을 겪은 후, 마틴 총리는 아일랜드가 공중 및 해상 위협에 대해 "어느 정도 순진함"을 가지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EU 의장국 수임 기간 동안 드론 침입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장비 구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프랑스 호위함을 도입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유럽인들은 우리를 보며 '아일랜드, 너희는 돈도 많으면서 왜 쓰지 않는 거야'라고 말하고 있어요." 러시아 해군 침입에 정통한 관계자는 말했다. "우리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니 클럽에 속해 있지 않지만 클럽의 보호를 원하죠. 좀 뻔뻔한 일이에요."




아일랜드는 전문적인 정보기관이 없어 러시아의 활동을 감시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안보 문제는 아일랜드 경찰인 안가르다시오카나An Garda Síochána의 한 부서와 국방군 내 군사정보부서가 관리한다.


아일랜드 국방부는 논평을 거부했다.


단일 정보기관이 없다는 것은 보안 인가 시스템이나 일급비밀 이상의 통신 메커니즘이 개발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인접 국가들과 정보를 교환하기가 어렵다. 세 명의 유럽 해군 장교들은 아일랜드 해역으로 향하는 의심스러운 선박을 발견했을 때도 보안 채널의 부재로 인해 더블린이나 코크에 적시에 경고를 보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아일랜드 보안 인프라의 결함을 최대한 이용해 온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더블린에 위치한 자국 대사관을 3층 규모의 신축 건물과 지하 주차장으로 확장할 계획이었으며 2020년 아일랜드 정부가 "국가 안보와 국방에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단시키기 전까지 지하 부분 공사를 진행했었다.


해군 훈련을 둘러싼 대치 상황이 있은 지 두 달 후, 아일랜드는 러시아 군사정보기관인 정찰총국(GRU) 요원으로 의심되는 러시아 외교관 4명을 추방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아일랜드 정부는 러시아 직원에 대한 비자 발급도 제한했다. 추방 조치와 더불어 이로 인해 현재 더블린의 러시아 대사관에는 전쟁 전 상주하던 30명에서 크게 줄어든 15명의 직원만이 남아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안보 우려에 대처하기 위한 이러한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중립과 국방은 대중에게 여전히 다루기 힘든 문제로 남아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거의 3분의2가 현재의 군사적 중립 모델에 만족하고 있지만 대략 그만큼의 사람들이 국방비 증액에도 찬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는 여전히 나토 가입에 반대하며 아일랜드 평화유지군 파병 규정을 완화하려는 정부의 계획은 이를 은밀한 중립성 훼손으로 간주하는 좌파 정당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아일랜드는 1958년부터 활동해 온 레바논을 포함해 오랜 평화유지군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국가안보는 모순덩어리예요. 우리는 중립이라고 말하지만, 영국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있고 9.11 테러 이후 영국 공군이 위협이 되는 항공기를 요격하도록 하는 합의를 유지하고 있죠." 해저 케이블을 담당했던 오시안 스미스 전 국무장관은 말했다.


"이곳에서 국방은 여전히 크립토나이트(치명적인 약점)예요." 전직 아일랜드 특수부대 장교이자 국회의원인 베리는 이렇게 표현했다.

아일랜드가 나토 회원국이 되지 않으면서 동맹을 구축하는 한 가지 방법은 합동원정군(JEF)에 가입하는 것이다. JEF는 현재 러시아의 사보타주 대응에 특별히 주력하고 있는 북유럽 나토 국가들의 소그룹이다.


사안에 정통한 두 사람에 따르면, 핀란드와 스웨덴 모두 나토 가입 몇 년 전인 2017년에 이 그룹에 가입했으며 아일랜드가 그 뒤를 따를 가능성도 한동안 논의되어 왔다.


이 아이디어는 아직 결실을 맺으려면 멀었고 매우 신중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어떤 언론 지면에서도 부각되지 않을 거예요." 한 안보 전문가는 예측한다. "포커페이스를 한 공무원들이 인용하는 복잡한 약어와 정책들이 난무하겠죠."


그러나 아일랜드는 케이블 감시를 위한 수중 드론 사용을 검토하는 나토 평화를 위한 동반자 관계(PfP) 시뮬레이션에 참여했다.


정부는 뒤늦게 감시장비를 추가로 확보하고 있다. 수중 소나 발주에 6천만 유로(890억 원)를 책정했지만 장비는 2027년에야 배치될 예정이다. 크리스마스까지 레이더 계약을 체결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운용되기까지는 다시 몇 년이 걸릴 것이다. 아일랜드는 에어버스 295 해상 초계기 2대를 주문했는데 이 기종은 일반적으로 어뢰와 기타 무기를 탑재한다.


"우리의 에어버스 295는 해상 감시용(즉 비무장)으로만 사용되도록 의도적으로 요청되었어요." 베리는 말한다. "무장하지 않기 위해 굳이 항공기의 사양을 낮춰야 한다면 그 나라의 안보 문화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죠."


아일랜드는 국방비 증액을 약속했지만 군 인력의 모집과 유지가 문제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우리, 특히 쓸 돈이 훨씬 적은 영국에 무임승차하고 있어요." 한 전직 유럽 고위 외교관은 말한다.


이 모든 것은 전 아일랜드 국방군 참모총장인 숀 클랜시 장군이 EU 군사위원회를 이끌고 있고, 나토 국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으로 2035년까지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한 시점에 일어난 일이다. 아일랜드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스미스는 "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몇 달 내로 발표될 최초의 국가 해양안보전략을 입안 중이다. 트럼프가 아일랜드의 국방 실패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사적으로 미국인들은 "어떻게 그렇게 무모하고 무책임할 수 있냐"며 크게 놀라고 있다고 베리는 전한다.


아일랜드는 직면한 안보 위협에 눈을 뜨고 있다. 2021년 러시아 해커들은 대규모 랜섬웨어 공격으로 아일랜드 보건 서비스를 마비시켰다. "아일랜드는 안보와 국방 문제에서 완전한 재구성이 필요해요." 유니버시티칼리지더블린(UCD)의 전쟁사 조교수 에드워드 버크는 말한다.


아일랜드와 영국은 지난 3월 해양안보 협력과 케이블 보호를 강화하고 내년 봄 차기 양자 정상회담 때까지 10년짜리 국방 양해각서를 갱신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EU 의장국 수임을 앞두고 아일랜드의 취약성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보건 서비스 해킹 전까지는 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너무 가난하고, 너무 작고, 모두가 우리의 친구이기 때문에 결코 공격받지 않는 외딴 나라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을 거예요." 스미스는 말한다.


"이제 우리는 지켜야 할 것이 많아요. 낯선 사람들의 친절에만 의존하는 건 도덕적으로도 적절치 않죠."


1888년 창간된 영국의 대표적인 일간 경제지. 특유의 분홍빛 종이가 트레이드마크로 웹사이트도 같은 색상을 배경으로 쓰고 있을 정도입니다. 중도 자유주의 성향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지식을 갖고 있는 화이트 칼라 계층이 주 독자층입니다. 2015년 일본의 닛케이(일본경제신문)가 인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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