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거품이 꺼진 후, 무엇이 남아있을까

/그래픽=PADO(생성AI 사용)

요즘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적극적으로 기고하면서 각광받고 있는 루치르 샤르마(Ruchir Sharma)가 글로벌 AI 버블 문제에 대해 불길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샤르마는 포린어페어스 11·12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AI가 분명히 실체가 있는 '역대급' 기술 혁신이지만, 그 구체적 성과에 비해 너무 큰 열광을 불러일으키면서 '역대급' 버블을 키우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고 주장합니다.


샤르마는 AI는 매우 새로운 기술이지만, 역사 속에서 새로운 기술이 혁신과 함께 버블을 일으켰고 그 버블이 터졌던 패턴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증기기관도 그랬고 전기전자 혁명도 그랬다고 합니다. 이 기사는 AI 혁명과 그 공급망에 올라탄 미국, 중국, 한국, 대만, 일본 등 몇몇 나라가 이 역대급 버블의 움직임과 함께 롤러코스터 같은 부침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 기사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위대한 기술은 그만큼 거대한 버블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이 버블이 만들어지고 터지면서 수많은 개인, 기업, 국가가 등락을 겪을 것이라는 점과 함께 이러한 등락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점일 것입니다. AI 혁명과 함께 역대급 '메모리 반도체 특수'를 누리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 역대급 버블이 터지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지금부터라도 철저하게 대비책을 세워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인공지능(AI)이 지난 100년간 등장한 기술 가운데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킬 기술 중 하나라는 데 의문을 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러 지표로 볼 때 AI는 산업혁명 태동기 이후 등장한 그 어떤 혁신보다도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증기기관은 19세기에, 전기는 20세기 초에 널리 보급됐지만 그 잠재력이 온전히 발휘된 것은 수십 년 뒤 철도와 고속도로, 전력망이 완비된 이후였다. 업무용 컴퓨터 역시 1950년대에 등장했으나 1990년대에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되기 전까지는 경제에 가시적인 활력을 불어넣지 못했다.


반면 상업용 인공지능은 전 세계의 스크린에 거의 하룻밤 사이에 등장했다. 인류 대다수가 이미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챗GPT가 출시된 지 4년도 되지 않은 지금 미국인의 약 30%가 AI를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전기가 각각 비슷한 발전 단계에 있었을 때의 미국 내 이용률보다 5배 높다. AI 기업들의 매출 또한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초기 모바일 앱 등 과거 디지털 기술이 초창기에 거둔 수익의 3배에 달한다.


정책 입안자와 투자자, 재계 리더들은 통제불능의 국가부채부터 인구 고령화에 따른 비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기적의 묘약으로 AI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심지어 통념에 반하는 베팅으로 부를 쌓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역발상 투자자들 가운데 일부마저도 AI가 과거 어느 기술 발전보다 더 빠르고 거대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이런 낙관에 들떠 있는 것은 아니다. 갈수록 고립되고 있는 소수의 회의론자들은 AI의 부상이 이례적으로 빨라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수백 년 된 각본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거대한 기술혁명은 언제나 극적인 호황과 붕괴의 순환을 촉발했다.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적 돌파구에 지나치게 열광하며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에 무분별하게 투자하기 시작한다. 텍사스공대와 텍사스 A&M대, 벨기에 블레릭 경영대학원의 연구진이 2018년 밝혀냈듯이 지난 200년간 가장 혁명적이었던 기술 혁신은 예외 없이 시장에 거대한 거품을 부풀렸다. 주가가 급등한 뒤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새로운 PADO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카톡으로 알려드립니다 (무료)]


"거품"이라는 단어는 흔히 실체 없는 허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전의 모든 기술 거품이 그랬듯 지금의 AI 호황이 낳는 혁신은 실재하며 과열된 기대도 실제 잠재력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바로 그 잠재력이 거품을 부풀리고 있다. 이 열풍에 필연적으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 충격은 금융시장을 거쳐 성장의 AI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세계 경제로 되돌아올 것이다. 피해는 AI 개발을 선도하는 국가들뿐 아니라 이들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려고 경쟁하는 수많은 나라까지 전 세계에 미칠 것이다. 가장 취약한 기업들은 도태되고 살아남은 기업들은 우위를 굳힐 것이다. 그리고 그 잔해 속에서 한층 안정적인 AI 생태계가 탄생할 것이다.

올인

AI 경쟁은 이미 세계 경제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이 질서의 정점에는 미국과 중국이 있다. 미국에서는 2022년 말 기반 AI 모델인 챗GPT가 소비자에게 선보였고, 중국에서는 약 1년 뒤 딥시크가 등장했다. 이후 AI 패권 경쟁은 양국 경제를 이끄는 동력이 됐다. 미국의 성장은 주로 빅테크 기업들이 AI 프로젝트에 쏟아부은 수천억 달러(수백조 원) 규모의 투자와 AI가 주도하는 증시 상승에 힘입은 소비 지출이 견인해 왔다. 벤치마크 지수인 S&P 500의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대형 AI 기업으로, 지수 전체의 약 40%와 올해 지수 수익률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중국은 AI에 훨씬 적은 돈을 쓰고 있지만 AI가 없었다면 갈 길을 잃을 처지다. 지난 10년간 감소세를 보였던 순수출은 이제 AI 관련 제품을 중심으로 중국 경제 성장의 3분의1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제외하면 국내 경제는 부실채권과 노동력 감소에 발목이 잡혀 활력을 잃은 상태다. 중국 정부는 자국산 AI 모델의 수출도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모델들은 미국의 프런티어 모델보다 저렴하면서도 성능은 거의 대등해 인기를 얻고 있다.


AI 열풍은 이제 미국과 중국을 넘어 퍼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 기술 대기업에 연산 능력과 반도체 등 필수 기반 요소를 공급하는 기업들에 자금을 쏟아부으며 전 세계 증시의 호황을 부추기고 있다. 예컨대 아시아에서는 대만의 TSMC,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3대 반도체 기업이 수혜를 입었다. 이들 기업이 자국 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도 훨씬 크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이들 경제권에서 글로벌 AI 열풍은 미국에서보다 훨씬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2025년 초 1조5000억 달러(2000조 원)에서 올여름 5조 달러(6700조 원)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불어났다. 개인 투자자들은 평생 거둔 것보다 더 큰 주식 자산 증가를 불과 18개월 만에 경험했다.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대만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최근 몇몇 분기에 두 자릿수대에 근접했는데 이는 다른 어느 경제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속도다.


/그래픽=PADO(생성AI 사용)


이른바 AI 스택, 즉 AI를 떠받치는 컴퓨팅 인프라의 여러 층위 가운데 같은 층에 속한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수혜를 누렸다. 세계 시장의 관심이 AI 하드웨어, 다시 말해 골드러시 때의 '곡괭이와 삽'을 만드는 기업들에 쏠린 덕분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이제 첨단 기술 부문이 전체 경제성장의 절반이나 차지하는데, AI 학습에 필요한 고속 네트워크 분야의 기술력이 그 배경 중 하나다. 일본에서는 AI 관련 장비와 소재, 로봇, 반도체 전문 기업들이 증시의 총아가 됐다. 메모리 반도체의 선두주자인 키옥시아는 미국 기술 기업들의 주요 공급업체가 된 뒤 주가가 1년 전의 45배 이상으로 치솟으며 한때 일본에서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미국 등 5대 기술 강국은 모두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및 기술 지출 비중이 평균적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AI 스택에서 발판을 확보하려고 경쟁하는 나라는 이들뿐이 아니다.


[PADO '광화문클럽'을 함께 운영할 '펠로우'들을 모집합니다]


그 아래에서는 2차 공급국들이 선도국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AI 대기업들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데이터센터에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쏟아붓고 있다. 기업들은 멕시코의 AI 서버 생산에도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멕시코 역시 AI 관련 하드웨어의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적어도 6개 기술 기업이 AI 사업에 착수했다. 대형 R&D 센터와 현지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시설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같은 전 세계적인 AI 인프라 건설은 데이터센터의 배선과 에너지 저장에 필요한 원자재 수요를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산 니켈, 호주산 리튬, 칠레와 페루, 콩고민주공화국산 구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로 불리는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나서고 있다. 2025년 전 세계에서 체결된 청정에너지 계약의 절반은 아마존과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가 차지했다.


모든 국가가 이 호황의 대열에 합류한 것은 아니다. AI 스택 밖에 있는 국가들은 투자와 대출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에 관심이 압도적으로 집중되면서 이들 국가의 산업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유럽 대부분이 이런 소외를 겪고 있다. 인도와 필리핀 같은 신흥국들도 마찬가지다. 이들 국가는 그동안 번창했던 백오피스(업무 지원) 서비스 부문이 인공지능에 대체될 위험에 특히 크게 노출돼 있어 이중으로 외면받고 있다.


역사상 시장이 이토록 단일 부문에 집착하고 그 성공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시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인터넷 시대에는 호황을 누리던 인터넷 부문의 자금이 다른 산업으로도 흘러들었다. 지금은 AI 외에 열기를 띠는 분야가 거의 없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민간 지출은 1년 전보다 약 50% 증가한 반면, 미국의 다른 모든 건축 프로젝트 지출은 5% 감소했다.


지금까지는 AI가 불어넣은 활력이 워낙 강력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조치와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 등 지난 2년간의 지정학적 충격으로부터 세계 경제를 방어할 수 있었다. 첨단 제조업의 성장과 증시 호황에 따른 소비 지출이 미국의 성장을 계속 견인하고 있으며, AI 관련 수출은 AI 스택의 하위 단계에 있는 국가들을 지탱해 주고 있다. 예컨대 멕시코와 태국의 기술 부문 수출은 양국의 부진한 내수를 상쇄할 만큼 빠르게 늘고 있다.


문제는 AI가 세계 경제를 계속 지탱할 수 있는지, 그렇지 않으면 터질 날만 기다리는 거품이냐는 것이다. 거품이란 좋은 아이디어가 도를 넘어 과열된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시장이 AI라는 매혹적인 발상을 한계 너머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갈수록 늘고 있다.

거품의 '4가지 과잉'

수백 년의 역사를 돌아보면 획기적인 혁신은 놀라울 만큼 일관된 인간의 행동패턴으로 이어졌다. 기업들은 태동하는 신산업을 장악하겠다는 희망으로 신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다. 그 뒤를 투자자들이 따른다. 전문 투자자들이 앞장서고 아마추어 투자자들이 뒤늦게 뛰어든다. 기업은 건설을 위해 돈을 빌리고 투자자는 그런 기업의 주식을 더 사들이기 위해 돈을 빌린다. 거래는 광적인 수준으로 치닫는다. 가격은 혁신이 창출할 잠재적 이익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치솟는다. 정점에 가까워질수록 가격 상승은 가속화하는 동시에 변동성도 커진다. 열풍의 가장자리에서 의구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초적 역학은 적어도 1600년대 이래 튤립부터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거품을 일으켜 왔다. 요컨대 선망의 대상은 과대평가overvalued되고, 과잉보유overowned되며, 과잉투자overinvested되고, 과잉차입overleveraged 상태에 빠진다. 필자가 다른 글에서 거품의 "4개의 O"라고 부른 현상이다.


/그래픽=PADO(생성AI 사용)


역사를 보면 가장 눈부신 혁신이 가장 큰 거품을 낳는다. 거품의 규모는 또한 주목받는 신기술의 소식이 얼마나 멀리, 그리고 얼마나 빨리 퍼져 나가는지에 달려 있다. 1870년대에는 철도주 거품을 비롯한 일련의 거품이 새로 개통된 대서양 횡단 전신을 타고 유럽과 미국 사이를 빠르게 오갔다. 1920년대에는 전기와 전자기기가 바로 그 전자기기 중 하나인 라디오 전파를 타고 홍보됐다. 오늘날 AI 열풍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 나가고 있다. 2000년 인터넷 거품이 꺼졌을 때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디지털 매체들이다.


이러한 현상들을 종합해 보면 이번 광풍이 과연 어디까지 치달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AI가 실제로 사상 가장 혁신적이고 가장 빠르게 보급되는 신기술이라면, 그것이 만들어낼 거품 또한 사상 가장 극적인 규모가 될 수 있다.

왜곡된 가격

지난 반세기 동안 발생한 주요 거품에서 가격은 통상 15년에 걸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기준으로 10배 상승했다. 미국 기술주는 2025년에 그 문턱을 넘어섰다. AI 낙관론자들은 인터넷 호황기의 닷컴 기업들과 달리 오늘날의 대표 기술기업들은 탄탄한 수익을 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므로 주가 급등이 정당화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술 거품을 둘러싼 열광은 언제나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실질적인 진전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대중의 기억 속에서 닷컴 시대는 펫츠닷컴(Pets.com)처럼 수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과 연결되곤 하지만 이들은 주변부 주자에 불과했다. 퀄컴과 오라클, 시스코 등 1990년대 후반의 거대 기업들은 오늘날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 견줄 만한 이익을 기록했다. 기술 부문은 1990년대 후반에도 2020년대와 동일한 연간 22%의 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기업 이익이 탄탄하면 호황을 거품이라고 볼 수 없다는 가정은 역사가 반박한다. 실제로 거품 속에서는 이익까지 인위적으로 부풀려지는 일이 드물지 않다. 이러한 이중 위험은 닷컴 시기에는 부분적으로만 드러났으나 2000년대 초 주택 및 원자재 열풍이 불었을 때는 명확히 나타났다.


게다가 기업 실적은 겉보기만큼 견고하지 않을 수 있다. 그 실적들의 일부는 '순환 자금 조달'이 떠받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가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최첨단 AI 개발사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투자를 받은 AI 개발사는 그 자금의 일부로 해당 하이퍼스케일러의 서비스를 구매하고 이를 통해 하이퍼스케일러의 실적을 부풀려 준다. 또한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보유한 AI 개발사 지분의 가치를 재평가해 그 증가분을 '기타 수익'으로 계상하는데 이 항목이 올해 이익 증가분의 4분의1을 차지했다.


미국의 많은 기업이 실적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을 피하려고 가능한 한 오래 비상장 상태를 유지해왔는데 AI 개발사들도 여기에 속한다. 이제 이들 기업 중 상당수가 상장을 계획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1990년대 후반의 선배 기업들보다 훨씬 떨어진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기업 중 가장 거물급인 곳은 앤트로픽과 오픈AI다. 두 회사 모두 고객과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AI 모델의 학습·운영 비용보다 낮은 요금을 구독자에게 받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두 기업이 이익을 전혀 내지 못하고 있음에도 오직 빠른 매출 성장세만을 근거로 각 기업의 가치를 이미 1조 달러(1300조 원) 이상으로 평가했다.

모두가 주주인 사회

한편 미국인들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가계가 주택보다 주식으로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다. 미국 가계는 평균적으로 자산의 30% 이상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2000년에 기록한 종전 최고치인 27%를 넘어선 수치다.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이 단순히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에 들어 있기 때문에 자금의 대부분은 지수를 장악한 AI 종목으로 흘러 들어간다.


전문 자산운용가들은 차별화를 통해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것을 목표로 삼지만 군중의 흐름을 거스르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이들의 보유 종목은 한때 자신들이 "덤머니dumb money"라며 무시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와 갈수록 닮아가고 있다. 아마추어 투자자들이 보유한 종목의 약 3분의1은 공격적 투자의 대명사인 헤지펀드 등 전문 투자자들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 비중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지난 5년간 미국의 하루 주식 거래량은 약 180억 주로 50% 급증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전문 투자자를 제치고 가장 활발하게 거래하는 주체가 돼 공격적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으며 2026년에는 하락일의 거래량이 전체 거래일 평균의 3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미국 AI에 거액을 베팅하고 있다. 외국인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닷컴 거품 붕괴 이후 2조 달러(2700조 원) 미만에서 20조 달러(2경7000조 원) 이상으로 급증했는데 증가분의 대부분은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에 발생했다.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AI를 과잉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열기는 세계 증시 흐름의 선행지표 역할을 해온 한국을 비롯해 AI가 주도하는 다른 시장으로도 번졌다. 올여름 대형 반도체주의 급락으로 한국 주가지수가 하락했으나 곧이어 국내 투자자들이 다시금 '저가 매수'에 나섰다. 이처럼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변동성은 증시 랠리가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인 경우가 많다.


/그래픽=PADO(생성AI 사용)

막대한 지출 경쟁

AI의 경제성을 둘러싼 논쟁의 상당 부분은 기술 기업들이 인프라 구축에 쏟아붓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가까운 미래에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춘다. 기술 투자는 지난 3년 동안 4배 이상으로 불어났는데 이는 철도나 운하, 인터넷의 부상 당시에도 규모나 속도 면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었던 붐이다. 인터넷 거품이 정점에 달했을 때 기술 부문의 신규 공장·설비 지출은 GDP의 6.0%로 당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늘날 이 비중은 6.3%에 달하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대규모 지출이 본전을 회수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생산성, 즉 노동자 1인당 산출량을 높여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호황기의 비슷한 단계에서는 노동자가 기계를 활용해 얼마나 많은 산출물을 만들어내는지를 포착하는 핵심 지표인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이 급등하고 있었다. 반면 지금은 거의 오르지 않고 있다.


설령 궁극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더라도 대다수 AI 기업은 그 과실을 거두지 못할 수 있다. 경제학자 윌리엄 노드하우스는 철도와 항공, 인터넷 등 과거의 혁신이 창출한 가치 중 해당 네트워크를 구축한 기업에 돌아간 몫이 2%에 불과함을 밝혀냈다. 나머지는 그 발명품을 활용한 소비자와 기업들의 몫이었다. 닷컴 호황기에 등장한 스타트업 5만 개 대부분은 결국 거품 붕괴로 사라져 투자자들의 자산을 날렸으며 오늘날 기술 대기업으로 살아남은 곳은 10개 안팎이다.


AI 역시 더 넓은 무대에서 비슷한 구조조정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그 밖의 나라에 AI 관련 스타트업이 7만 개 있는 상황을 테크 전략가 제프 맥밀런Jeff McMillan은 최근 이렇게 표현했다. "앞으로 닥칠 AI 기업들의 대량 도태와 AI 경제의 성장은 같은 사건이다." 그러나 거품이 정점에 이르기 전에는 경계심이 흐려지게 마련이다.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전체 지출 가운데 약 40%가 해외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등 AI 지출은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전 세계 누적 AI 관련 투자 규모는 2030년까지 다시 두 배 이상으로 늘어 6조 달러(8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초대형 거품에서는 투자가 일정한 임계점을 넘어서면 기업 도산과 부실 채권, 일자리 상실 등 거품 붕괴에 따른 비용이 호황의 편익을 압도하게 된다. 신기술의 최전선에 선 기업들조차 지나치게 많이 투자한 나머지 결국 수익을 거두지 못하게 된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협의체인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7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지출 경쟁이 이 같은 투자의 "사회적 최적 수준"을 훌쩍 넘어설 기세라고 경고했다.

쌓여가는 부채

AI 투자 붐은 숨겨진 보조금과 부채에 기대고 있어 한층 취약하고 측정하기도 더 어렵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위 5대 하이퍼스케일러는 모두 막대한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했지만 오늘날에는 마이크로소프트만 그렇다. 나머지 4개 기업은 현금이 부족해져 인프라 확충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고 차입에 나서면서 순부채가 증가했다.


지난 7월 기준 미국 기술기업들의 보고된 순부채 부담은 2500억 달러(340조 원)로 여전히 비교적 적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수치에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복잡한 리스나 기타 장부 외 거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지 않다. 이러한 거래는 향후 10년간 이들의 차입 규모를 약 3조 달러(4000조 원) 더 늘릴 수 있다.


/그래픽=PADO(생성AI 사용)


게다가 공공부문에서 더 많은 돈이 흘러 나오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금보다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했고 미국 정부도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 인터넷 호황의 자금줄은 거의 전적으로 민간 부문에서 나왔다.


그러나 그다음 10년 동안,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연준은 성장을 되살리고 유지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대폭 완화했으며 경기가 좋아진 뒤에도 완화 기조를 유지했다. 오늘날 연준은 낮은 실업률과 견조한 성장세를 고려할 때 표준적인 학계 지침이 권고하는 수준보다 기준금리를 1%p나 낮게 유지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5년 넘게 연속으로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한편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는 지난 10년 동안 두 배로 늘어 GDP의 6%를 넘어섰으며, 이는 사실상 수십억 달러(수조 원) 규모의 차입금을 가계와 기업에 이전하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의 재정 지출이 기업 이익으로 흘러가는 경로를 추적하는 칼레츠키·레비 방정식에 따르면, 2020년대 미국 기업 이익의 절반 이상이 재정적자에서 나왔다. 닷컴 시대의 2배에 이르는 비중이다. 천문학적인 재정적자가 없었다면 AI 기업들의 실적은 지금처럼 탄탄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AI 실적이 겉보기와 다르다면 급증하는 부채 부담을 감당할 업계의 능력 또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불투명한 회계 뒤에 거품이 숨어 있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이처럼 광범위한 숨은 보조금은 전례가 없다. 그 자금의 출처 또한 새롭다. 정부와 중앙은행, 민간 부문에서 쏟아져 나오는 자금의 급류는 AI 거품을 과거의 그 어떤 거품보다 훨씬 더 거대하게 만들 것이다.

거품의 위기

현재의 AI 광풍이 어떻게 끝날지를 둘러싼 논쟁은 주로 몇 가지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AI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하거나, 예상 밖의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거나, AI가 현재의 주가를 정당화할 만큼 풍족한 수익을 충분히 빨리 내지는 못할 것임을 직간접적으로 시인하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거품은 전적으로 스스로 알아서 터지지 않으며 펀더멘털이 갑자기 바뀐다고 해서 투자 열풍이 사그라들지도 않는다. 거품이 부풀어 오르는 동안에도 실적은 계속 호조를 보일 수 있으며 하강 국면에서는 통상 주가가 실적보다 몇 달 앞서 떨어지기 시작한다.


유일하게 일관된 신호는 금융권에서 나온다. 거품은 유동성이 위축될 때 터진다. 금리 인상이나 규제 강화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민간 채권자들이 어떤 금리로든 대출을 꺼리게 되는 시점이다. 자금이 마르면서 기업과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줄어든다. 이러한 현상은 무수히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다.


지난 100년간 주요 거품이 터지기 전에는 예외 없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늘어나는 부채의 가장 큰 부담을 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짊어지고 있으며,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주체도 더는 중앙은행 총재들이 아니다. 바로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이다. 방만하게 지출하는 정부의 국채를 매도해 장기금리를 고통스러울 만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주기적으로 정부를 응징하는 투자자들이다. 최근 채권 자경단은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귀환한다면 금리 상승과 그에 따른 유동성 경색으로 인해 AI 기업들이 차입 확대를 통해 확장 계획에 계속 자금을 대기가 훨씬 어려워질 것이며 주식시장이 폭락할 수도 있다.


종말의 국면은 이렇게 전개된다. 문제는 채권시장에서 먼저 수면 위로 떠오른 뒤 다른 금융시장으로 번져 나간다. 올여름 미국과 아시아 시장에서 반도체주가 흔들리며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다른 AI 종목들도 위험이 코앞에 닥쳤을 수 있다. 따라서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리서치 보고서에서 "거품 같은 불안정성"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고 경고한 것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붕괴 이후

모든 호황은 스스로 몰락의 씨앗을 뿌린다. 빅테크 주식은 2009년 이후 상승세를 이어오다가 4년 전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주춤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챗GPT 출시와 연준의 긴축 종료가 맞물리면서 기술주 강세장은 제2의 도약기를 맞았다. BIS는 이렇게 지적했다. "호황의 규모가 클수록 결국 찾아올 붕괴의 규모도 커진다."


/그래픽=PADO(생성AI 사용)


1929년 대폭락 이후 발생한 거품은 매번 과거의 거품보다 규모가 더 컸다. 한 가지 이유는 경제의 금융화다. 금융시장의 규모는 1980년에는 세계 GDP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인터넷 호황이 붕괴한 2000년에는 세계 GDP의 약 3배에 달했다. 오늘날 금융시장은 세계 GDP의 5배 규모다. 시장이 실물경제를 왜소하게 만들 만큼 비대해지면서 시장 붕괴가 초래할 잠재적 파장도 함께 커졌다. 예를 들어 S&P 500 지수가 25% 하락한다면 하락률 자체는 2001년이나 2008년 폭락의 절반 정도지만 미국 가계에 안길 손실 규모는 그때와 맞먹을 것이다.


기술 거품이 꺼질 때 그 여파는 대체로 일정한 경로를 따른다. 대출기관들이 자금 공급을 줄이고, 호황의 중심에 있던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거나 문을 닫으며, 파산이 늘고 건설 사업은 보류된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경쟁하면서 다른 산업의 임금까지 끌어내린다. 일부 국가에서는 성장이 둔화하고 몇몇은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 AI 열풍이 절정에 달했을 때 가장 큰 이익을 누린 국가들이 이런 영향들을 복합적으로 가장 먼저 겪게 될 것이다. 쇼크는 미국에서 일본, 한국, 대만으로 퍼져 나간 뒤 AI 스택을 따라 중소 공급업체들을 거쳐 결국 광산업체와 발전 사업자들에게까지 미칠 것이다. 모든 거품 붕괴는 경제적 피해를 낳는다. 이번 거품 붕괴의 여파는 전 세계가 체감하게 될 것이다.


AI 시대만의 특징들이 그 여파를 더 키울 수도 있다. AI 스택의 상하위 단계에 걸친 국가들의 경제 성장은 투자 호황과 증시 호황이라는 쌍끌이 동력에 이례적일 정도로 의존하고 있다. 주가 상승은 다시 소비 지출에 고무적인 '자산 효과wealth effect'를 일으키고 있다. 투자 자산의 가치가 오르면 가계가 더 부유해졌다고 느껴 지출을 늘리기 때문이다. AI에 편중된 이런 의존성은 거품이 꺼질 때 충격을 증폭시킬 수 있다.


또 하나의 새로운 변수는 부채 상황이다. 세계가 이토록 거대한 부채 부담을 떠안은 채 위기를 맞이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주로 정부 차입이 늘어난 탓에 세계 총부채는 지난 1년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급증해 350조 달러(47경 원)를 넘어섰다. 이는 세계 경제 규모의 3배가 넘는 액수다. AI 호황이 끝나고 나면 타격을 입은 경제를 부양하거나 피해 기업을 구제할 자금 여력을 가진 정부는 거의 없을 것이다.


AI 기업을 구제하려는 어떤 시도도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이다. 미국인 대다수는 AI에 대해 기대감보다 우려가 더 크다고 답한다. 10명 중 7명은 AI로 인해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전역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들은 현재 지역사회의 완강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올해 1분기에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약 1300억 달러(175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무산되거나 지연됐다. 정치인들은 이러한 수치를 보고 흔들리는 AI 기업을 구제하는 데 주저하게 될 것이다.


최악의 거품은 혁신이 거의 없고 주로 부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산업에서 생긴다. 2000년대의 부동산 거품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거품이 터지자 길고 고통스러운 2008~2009년의 대침체가 찾아왔다. 무리하게 대출을 내준 금융회사와 차입자들이 곤경에서 빠져나오는 데는 수년이 걸렸고, 붕괴는 가치 있는 것을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새로운 발명품도, 새로운 산업도 없이 오직 폭락한 주택 가격만 남았을 뿐이다. 반면 닷컴 호황은 부채가 아니라 자기자본(주식)으로 자금을 조달한 생산적 산업에서 일어난 전형적인 '좋은 거품'이었다. 2001년 거품이 꺼진 뒤 주가 하락은 고통스러웠으나 일시적이었다. 부채가 적었기에 차입자들은 오랫동안 고전하지 않았고, 그에 따른 경기침체도 짧고 완만했다. 그리고 이때의 붕괴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유산, 바로 인터넷을 남겼다.


AI는 이 둘의 혼합이다. 혁신 기술에 생긴 '좋은 거품'이지만 자기자본과 부채 양쪽에서 막대한 자금이 흘러들었다. 최근의 대형 거품들이 남긴 여파만으로는 이런 혼합형 거품의 붕괴가 초래할 즉각적인 경제 손실을 추산할 명확한 틀을 얻을 수 없다. 이는 미지의 영역이며 이미 재정이 과도하게 늘어난 각국 정부가 손실을 막기 위해 쉽게 개입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복잡해진다.


좋은 거품이 터지면 더 강해진 생존 기업들로 재편된 효율적인 산업망이 남는다. 인터넷과 그에 앞선 철도, 운하, 자동차, 텔레비전 산업이 그랬다. AI 붕괴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전 세계 이용자들의 편익을 위해 기술을 계속 발전시킬 것이며,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모두가 고대하던 생산성 향상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문제는 그 상승효과가 얼마나 클지, 그리고 언제 현실화할지다. 신기술은 상용화된 지 수십 년이 지나서야 생산성 증가율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는 1910년대 뉴욕 거리에서 마차를 대체했지만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가 극대화된 것은 1950년대 전국 고속도로망이 건설된 뒤였다. 1929년 증시 대폭락으로 자동차 제조업체 수백 개가 사라지고 크라이슬러와 포드, 제너럴모터스(GM)만 살아남은 지 수십 년이 흐른 뒤였다.


AI가 진가를 드러내기 전에도 비슷한 구조조정과 지연이 일어날 수 있다. AI가 연간 생산성 증가율을 얼마나 끌어올릴지에 관한 최근 전망치는 눈에 거의 띄지 않는 수준인 0.1%p부터 경이적인 수준인 약 2.0%p까지 다양하다. 생산성이 그토록 크게 향상된다면 전 세계의 지속가능한 경제성장률이 약 두 배로 높아져 놀라운 속도로 번영의 황금기가 열릴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혁명의 초기 단계들을 돌아보면 기대치를 낮춰야 할 이유가 보인다. 인터넷 역시 생산성 붐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됐고 실제로 1990년대 후반 잠깐이나마 생산성 붐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 호황은 규제국가의 부상과 갈수록 관대해지는 정부의 구제금융 등 더 거대한 흐름에 압도돼 결국 사그라들었다. AI가 이끄는 생산성 붐 또한 비슷한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AI가 아찔한 속도로 발전한다고 해서 역사나 인간의 행동법칙을 벗어나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광풍은 지속되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불균형을 만들어낸다. 붕괴가 닥치면 피해는 심각하겠지만 영구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화학의 명제를 빌리자면, 아무것도 새로 생겨나지 않고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으며 모든 것은 형태만 바뀐다. AI를 둘러싼 투기 열풍이 잦아들어도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그 결과 세계 시장은 더 균형을 찾고 기업의 지출은 더 합리적으로 바뀌며, 광기에 휩싸인 오늘날의 AI 세계는 새롭게 재편될 것이다.



루치르 샤르마는 현재 록펠러 인터내셔널 회장이자 브레이크아웃 캐피탈의 설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다. 모건스탠리에서 25년간 신흥시장 책임자와 글로벌 전략가로 활동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유수 매체에 글로벌 경제와 투자에 관한 칼럼을 기고해왔다. 저서로 '성공하는 국가의 10가지 법칙',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스' 등이 있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톱 영 리더'(2007)이자 블룸버그가 선정한 '세계 50대 영향력 있는 인물'(2015)로 전 세계를 다니며 정치인과 기업인들을 만나 글로벌 경제 동향을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