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로이터/뉴스1
2025.04.11 15:00
비판은 즉각적으로 쏟아졌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 발표한 관세 폭탄에 대해 "무질서 속에서 질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점점 커지는 복잡성과 혼돈 속에서 분명한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국 안보를 지켜주는 미국을 향해 웬만해선 비판을 하지 않는 대만 정부는 대변인을 통해 트럼프의 조치에 대해 "극히 부당하다"고 일침을 날렸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이 관세는 논리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다... 우방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들이 실제로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각국 지도자들은 대응 조치를 고심 중이다. 4월 3일,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연합이 이미 발표된 관세에 대한 대응 조치를 최종 조율 중이며, 새로운 보복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유럽의회 연설을 통해 유럽연합이 미국의 서비스 수출, 특히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조치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모든 대응 옵션이 검토되고 있다"고 경고장을 날렸고, 중국은 즉각적인 대응을 공언했다. 일부 국가는 보복 조치를 위한 공조 가능성까지 검토 중이다. 전면적인 무역전쟁의 조짐이 짙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이번 조치는 미국이 글로벌 무역 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사실상 포기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자유무역의 감독관 역할을 자처해 왔으며, 이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창설을 통해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 체제는 오랫동안 균열 조짐을 보여왔다. 2001년 WTO에 가입한 중국은 규범을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특정 자국 산업에 대한 보조금과 저금리 대출을 통해 세계 무역 질서를 왜곡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제 미국은 WTO 창설 조약 제1조에 명시된 '비차별 원칙'을 의도적으로 위반하는 관세 부과 조치로 자유무역 체제에 더욱 균열을 내고 있다.
폭풍 전야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미중 사이에 끼어 있는 국가들과 무역 블록들은 더 이상 기존의 질서를 지키려 애쓰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중국발 과잉 생산의 충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무역 구조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글로벌 무역 질서가 앞으로 닥쳐올 격변 속에서도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나아가, 중국이 이 새로운 체제 안으로 수용될 수 있을지도 중대한 숙제로 남아 있다.
[새로운 PADO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카톡으로 알려드립니다 (무료)]
새로운 세계 질서에 대한 한 가지 대응은 '보복'이다. 캐나다와 유럽연합은 이미 트럼프가 3월 12일 단행한 알루미늄, 철강에 대한 25% 관세 조치에 대응해, 수백억 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발표했다. 양측은 해당 조치가 WTO 규정상 즉각적인 대응을 허용하는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눈속임에 가깝지만, WTO 상소기구가 현재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상황에서 이를 판단해 줄 기구도 없는 실정이다. 결국 각국 정부는 자국 해석이 유효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으며,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조치에 대해서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4월 3일, "불확실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이에 따라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역시 이 역류에서 자유롭지 않다. 베이징대의 루펑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덤핑 또는 보조금 지급과 관련된 198건의 조사 대상이 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수치로, WTO에 보고된 전체 사례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이 같은 조사 대부분은 신흥국들이 주도했는데, 인도가 37건, 브라질이 19건, 터키가 9건의 조사를 각각 실시했다. WTO의 사법적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많은 국가들은 일방적인 조치에 나서고 있다. 인도는 중국산 산업 장비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으며, 철강에도 추가 조치를 검토 중이다. 브라질은 중국산 철강, 철광석, 광섬유 케이블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걸프협력회의(GCC)는 중국산 전자 부품에 최대 42%의 관세를 매겼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산 섬유, 의류에 최대 20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검토 중이다. 과거에는 이런 조치들이 국제 규범 내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간주되었지만, 지금은 중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들조차 자국 해석에 근거해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새로운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국가들은 단순히 무역 장벽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있다. 무역 파트너를 다변화하고, 새로운 동맹을 구축하며, 독자적인 규범 체계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무역 내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해진 변화다. 21세기 초, 미국은 전 세계 수입의 5분의1을 차지했으나, 현재는 8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 소비국으로서의 위상도 함께 축소됐다. 미국 최종 수요와 연계된 글로벌 부가가치 무역의 비중은 2000년 22%에서 2020년 15%로 하락했다. 이 같은 변화는 신흥국의 성장과 각 지역내 공급망의 확대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구조의 변화도 반영하고 있다.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수입물품에 대한 수요는 정체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중국의 수입 비중은 증가했지만, 중국 시장은 진입이 어려울 정도로 경쟁 강도가 높다. 현재 미국과 중국 양국이 차지하는 전 세계 수입 비중은 합쳐서 겨우 4분의 1에 불과하다.
동시에, 새로운 두 무역 블록이 점차 중요성을 키워가고 있다. 첫 번째 블록은 내부 결속이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두 번째 블록은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개방시장 동맹'으로 불리는 첫 번째 그룹은 법적 예측 가능성, 자유무역, 무역 다변화를 핵심 원칙으로 삼고 느슨하게 연결된 국가들의 연합체다. 그 중심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있다. 이 협정은 호주, 캐나다, 칠레, 일본, 멕시코 등 태평양 연안을 따라 위치한 국가들을 하나로 묶는다. 노르웨이, 한국, 스위스도 이 그룹의 외연에 포함된다. 이들 경제권이 흡수하는 전 세계 수입의 비중은 22%에 달하며, 여기에 전체 세계 수입의 12%를 차지하는 유럽연합까지 더하면, 미국과 중국을 합친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인 전 세계 수입 수요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 그룹은 트럼프의 1기 집권 시기부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그의 관세 위협은 유럽에 경각심을 일으켰고, 그 결과 EU는 캐나다,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과의 무역협정을 잇따라 체결할 수 있었다. 세실리아 맘스트롬 당시 EU 무역집행위원은 "그 협정들은 수년간 지지부진했지만,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서 정치적으로 시급한 사안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같은 시기, 캐나다는 '무역 다변화 장관직'을 신설하고 2025년까지 해외 투자를 50% 증가시키겠다는 수출 전략을 발표했다. 한편 CPTPP는 본래 미국이 주도한 구상에서 출발했지만, 트럼프가 전신인 TPP에서 탈퇴하자 나머지 회원국들이 이를 살려내 2018년 발효에 성공했다. 이 협정은 호주, 캐나다, 일본, 멕시코, 베트남 등 11개국 간 대부분의 관세를 철폐했으며, 지난해 영국이 정식 가입하면서 총 12개 회원국으로 확대되었고, 이들은 세계 GDP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두 번째 블록은 '전략적 헤지 그룹'이라 부를 수 있다. 이들은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와 같은 규모가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국들로, 미국 수요와 중국 자본 모두에 의존하면서도 어느 쪽에도 명확히 편을 들기를 꺼리는 국가들이다. 이들의 무역 전략은 실용적이다. 자국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경우 자유화를 수용하지만, 중요한 산업은 관세와 보조금으로 보호하고, 가능한 모든 곳에서 투자를 유치하려 한다. 이들 국가를 합치면 전 세계 수입의 15% 이상을 차지한다.
인도를 예외로 하고, 이 그룹 대부분은 트럼프 1기 이후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긴밀히 해왔다. 브라질은 값싼 중국산 전자제품과 전기차를 수입하고, 대신 대두와 철광석을 수출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산 기계류와 섬유 제품을 대량으로 들여오고, 석탄, 니켈, 합금철을 수출했다.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은 모두 2022년 출범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회원국으로, 이는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한국을 하나의 틀로 묶고 있다. 이 협정은 CPTPP만큼 야심차진 않지만, 15개의 이질적인 경제권을 결속시키고 있으며, 그 중심엔 중국이 있다.
협상 테이블에서
이제 두 블록 모두 내부와 상호 간 통합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재선 이후, EU는 칠레, 멕시코와의 협정을 갱신하고, 말레이시아와의 협상을 재개했으며, 필리핀, 태국, 아랍에미리트와의 협상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도와의 협상도 진전 중이며, 연내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협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의 시급성을 가장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포함된 남미 블록인 메르코수르(Mercosur)와의 협정이다. 25년간 지연된 이 협정은, 관리들의 말에 따르자면, 트럼프의 복귀 덕분에 지난해 12월 마침내 체결됐다. 해당 협정은 7억 명 이상의 소비자를 아우르는 단일 시장을 형성하고, 자동차, 기계, 서비스 무역을 간소화할 예정이다. 프랑스와 폴란드 같은 주요국이 여전히 반대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관세가 협정을 올여름에 최종 마무리 짓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8년 전 무역 다변화 정책을 시작한 이후, 캐나다는 16건의 협정을 체결했고, 최근에는 에콰도르와 합의에 도달했다. 필리핀과의 무역 협상을 개시했으며, 인도네시아와의 파트너십을 확정했고, 아세안 10개국과의 협상도 진행 중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는 영국, EU, 아시아 일부 국가 등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들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한편, '전략적 헤지' 국가들은 미국의 장벽 강화와 함께 급증하는 중국산 수출로부터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자국 시장을 폐쇄하는 대신, 더 다양한 국가들과 무역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도의 피유시 고얄 통상장관은 수출업자들에게 "보호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경쟁력에서 우위를 바탕으로 싸우라"고 촉구했다. 인도는 영국, 칠레, 유럽연합과의 협상을 재개했고, 미국과의 합의도 모색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터키와 협정을 체결했고, CPTPP 가입도 공식 신청했다. 브라질은 멕시코, 일본, 베트남과 새로운 협상을 시작했다. 이러한 협정들은 '개방시장 동맹' 국가들이 선호하는 수준보다는 얕을 수 있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더 나아가, 미국이 후퇴하면서 세계의 자유무역론자들이 앞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WTO 개혁, 지역 협정, 양자 협정을 통해 분절된 무역 질서를 재구성하려 한다. 장기적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 무역 아키텍처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WTO는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경제력이 부족한 소규모 국가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현재 WTO 규칙은 전 세계 무역의 약 80%를 지탱하고 있다. 미국의 분쟁중재기구 봉쇄를 우회하기 위해, EU와 중국을 포함한 16개국은 대체 중재기구를 설립했다. 90개국 이상이 전자상거래 규범을 협상 중이며, 또 다른 그룹은 투자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회원국은 WTO의 조직 개혁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WTO 자체를 버리려는 국가는 거의 없다. 미국조차도 설득한다면 WTO의 일부 요소는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주요 인사였던 제이미슨 그리어, 하워드 루트닉과 대화를 나눴고, 이들은 WTO 지적 재산권 규범의 가치를 인정했다.
조직 개혁은 매우 더딜 것이지만, 그 사이 지역 협정을 중심으로 새로운 규범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에서 이런 움직임이 활발하다. CPTPP는 국영기업 제한, 디지털 무역, 환경 및 노동 조건에 대한 규칙을 앞장서 수립하고 있다. 이 협정의 개방적 가입 조항 덕분에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들이 줄을 서 있다. 현재 중국,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대만, 우크라이나, 우루과이가 가입을 신청했다. RCEP는 깊이는 떨어지지만 폭이 넓어, 아시아 성장에 편승하려는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에는 매력적이다. 새로운 분야별 협정들도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경제 파트너십 협정(DEPA, 칠레, 뉴질랜드, 싱가포르, 한국 체결), 기후변화·무역·지속가능성 협정(ACCTS, 코스타리카, 아이슬란드, 뉴질랜드, 스위스 체결)은 데이터 흐름과 화석연료 보조금에 대한 규범을 설정하고 있다. 중국조차 DEPA 가입을 신청했다.
진짜 '거래의 기술자들'
규칙 제정의 마지막 접근법은 양자 협정 체결이다. 일부 유럽 관리들은 유럽연합이 CPTPP에 가입하길 바라지만, 이는 가능성이 낮다. 어쨌든 이 협정은 미국이 설계한 것으로, 느슨한 규제 기준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유럽연합은 개별 국가들과 양자 협정을 추진 중이다. 거의 모든 CPTPP 회원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으며, 디지털 무역, 녹색 기준, 공급망 등 기존 무역협정에 포함되지 않던 새로운 규칙 제정인 이른바 "구조적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3월, 유럽연합과 한국은 국경 간 데이터 흐름, 개인정보 및 사생활 보호에 관한 획기적인 디지털 무역 협정을 마무리했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일대일 협정이 지역 협정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조각난 형태의 무역 질서가 점차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중국 이외의 나라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곳에서는 연합이 형성되며, 전 세계적 합의가 없더라도 규칙이 만들어진다. 역사적으로도 조각난 체제가 성공한 사례가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원래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은 23개국에서 시작되었고, WTO로 성숙하기까지는 반세기가 걸렸다.
미국이 등을 돌리는 사이, 중국이 기회를 엿보고 있을지 모른다. 일부 국가는 미국과의 관계가 어려워지면서 아시아의 초강대국 중국과 무역 관계를 강화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브라질은 중국으로의 소고기와 대두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또 어떤 국가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무역의 미래로 보고, 중국의 공급망에 깊숙이 통합되기를 원한다. 칠레, 홍콩, 스리랑카는 이러한 이유로 RCEP 가입을 공식 신청했고, 방글라데시도 가입을 고려 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호주와 칠레는 중국의 청정기술 붐에 필요한 금속을 계속 공급하길 원하며, 미국과 멀어질 것을 더 이상 겁내지 않는다. 또 다른 일부 국가는 미국으로부터 타격을 입고, 과거의 무역 관계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대신 미국으로 수출 방향을 틀었던 한국은 이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위협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26%의 상호 관세가 부과되는 상황도 직면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CPTPP와 DEPA 가입을 신청했으며, 남미 메르코수르와의 협력도 모색 중이다. 대부분의 CPTPP 회원국들은 이미 미국보다 중국과 더 많은 무역을 하고 있다. 호주, 칠레, 페루는 각각 수출의 약 30%를 중국에 보내며, 중국은 이들 국가의 최대이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중국은 RCEP 확대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영향력 강화를 원하고 있으며, WTO의 최근 일부 합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 일부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도, 트럼프의 관세 조치로 인해 중국과의 협정 체결에 더 열려 있는 모습이다. 3월 30일에는 일본과 한국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5년 만에 재개했는데, 이는 트럼프 1기 당시 일본, EU, 미국이 중국의 무역 왜곡에 공동 대응했던 시절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4월 1일, 주중 인도 대사는 중국이 과거의 적국이었던 인도로부터 더 많은 상품 수입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미국으로부터 46%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는 베트남은 이번 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초청해 무역과 경제적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트럼프의 공격에 대응해 '자유무역' 동맹국들이 주도하는 규칙 기반 질서가 나타날 수 있을까? 아니면 세계는 중국의 예를 따라 자국의 이익에 맞게 규칙을 구부리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그 향방은 유럽에 달려 있을 수도 있다. 유럽연합과 '자유무역' 동맹국들이 미국의 관세에 공동 대응하고, 중국을 보다 자유무역적인 방향으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블록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한 고위 관리는 "중국이 좀 더 균형 잡힌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갈 "문은 열려 있다"고 말한다. 이는 보조금 축소, 국유기업 통제,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의미하는데, 지금까지 중국은 여기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이 없더라도, 자유무역 동맹 블록은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남긴 잔해 위에서 새로운 무역 질서를 재건할 만큼 충분히 크다. 자유무역주의자들에게는 어두운 시기이지만, 희망의 불빛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중 패권경쟁이 이젠 관세, 무역전쟁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하나의 글로벌 경제를 부수고 중국을 서방경제에서 분리시키려 합니다. 이를 통해 중국의 성장잠재력 자체를 약화시키고 싶은 것입니다.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만 보다가는 나머지 세계를 놓칠 위험성이 있습니다. 미중의 비중이 생각보단 크지 않기 때문에 나머지 세계가 단결하면 새로운 자유시장 질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 4월 3일자 기사의 요지입니다. 마치 "전 세계 자유무역론자들이여 단결하라"는 격문 같기도 한 이 기사는 유럽, 아시아, 인도, 글로벌사우스에서 진행중인 자유시장 조성 움직임들을 소개한 후 특히 유럽이 앞장 선다면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의 글로벌 경제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넌지시 미국이 글로벌 자유시장 훼손하려 하니 중국을 글로벌 자유시장의 옹호자로 견인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합니다. 이 기사는 물론 중국의 역할을 이야기하면서 미국에 경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미국이 너무 이렇게 질서를 훼손하면 유럽과 다른 나라들은 중국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경고입니다. 중국 역시 이 간극을 보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대기업들의 중국 방문 러시, 한중일 3국의 협력 움직임 역시 이런 흐름 속에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이제 잔물결을 넘어 파랑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